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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기본이 된 아이를 기르자 3

by 깜쌤 2012. 9. 8.

 

3월이나 9월이 되면 많은 학교에서는 전교어린이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가 이루어집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교어린이회학급어린이회같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때도 있긴 합니다만 민주주의의 기본을 훈련시키고 잠재적인 리더를 양성한다는 의미에서 한번씩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오늘 이런 언급을 글 앞부분에 꺼내는 것은 어린이회의 존재여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됨됨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별시나 광역시, 혹은 도청소재지가 있는 대도시의 분위기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근무하는 작은 도시에서는 어린이회 구성자체가 어려운 학교도 있습니다. 학부모의 수준이 조금 높은 학구내의 학교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일부 학교에서는 전교어린이회장이나 부회장에 출마하려는 아이가 거의 없어서 후보등록만 하면 무투표로 당선이 되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심지어는 학급어린이회를 구성하고자 해도 회장후보 지원자가 두명도 되지 않아서 등록만 하면 무투표로 당선되는 경우도 제법 보았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된 원인은 다양하겠습니다만 어쨌거나간에 아이가 원해서 리더가 되고 싶은 경우보다는 부모가 그 무엇엔가 부담스러워해서 아이를 보고 출마를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 교육현장의 실태에 절망합니다. 

 

1960년대나 70년대 혹은 80년대만 하더라도 학교에는 제법 치마바람이 많이 불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에는 저도 학생이었으니 치마바람 이야기는 말로만 전해들었습니다만 7,80년대는 소도시 변두리학교 교사로서 조금 경험을 해보았으니 실태를 약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여파때문인지는 몰라도 자녀가 학급회장이나 부회장 혹은 전교회장이나 부회장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지닌 학부모님들이 아직도 존재합니다. 어린이회 구성을 통해서 민주적인 절차를 연습해보고 미래의 지도자를 훈련시켜간다는 좋은 취지가 차츰차츰 탈색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구석이 마냥 씁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도시에 근무를 하는 처지라 전근이 되어 시내의 서너학교를 돌아가며 근무를 하면서 어린이회 업무를 맡아보았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1학기에 전교어린이회장에 당선되어 한학기동안 학교 전체를 대표하여 활동을 한 아이가 있다고 칩시다. 이 아이가 2학기에 학급회장이나 부회장 선거에 출마를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1학기에 학급회장으로 봉사를 했는데 2학기에 학급부회장 선거에 다시 나오고 싶어한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는 상세하게 규정을 만들어둡니다만 일을 하다가 보면어떨 땐 그런 경우를 상정하지 못하고 세밀하게 밝혀두지 못한채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규정을 미리 밝혀두는 것이 상례이므로, 전교회장을 했더라도 다음 학기에 학급회장단에 출마를 못한다는 규정이 없으니 출마를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하면 할말이 없습니다. 논리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의 경우와 꼭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이 임기가 끝나고 난 뒤 도지사나 시장 선거에 출마를 하고 싶어 후보등록을 시도하면서 그게 왜 잘못된 것이냐고 항변하면 우리는 뭐라고 답해야할까요? 능력이 되는 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얼마든지 봉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을 하면 어법상 틀리지는 않습니다. 논리에 모순도 없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도지사나 시장 출마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여기는 분들의 숫자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인간세계에는 상식이라는 것과 예의도덕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상식에 어긋나고 예의에 어긋난 비도덕적인 행동을 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세상 사람들의 비난이나 입방아 찧기에 오르는 정도는 각오해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예의와 염치라는 것이 있어서 해야할 행동과 하지 않아야할 행동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런데 있다고 봅니다. 

 

 

 

내 자식 혹은 내반 아이가 원해서 다시 출마하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이냐고 입에 거품을 물기전에 다르게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요? 혹시 그럴 경우 학급 아이에게나 자식에게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네가 다시 한번 더 학급을 위해 봉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아주 좋은 것이란다. 거기에 대해서 선생님(엄마 아빠)은 네가 정말 대견스럽구나. 하지만 학급회장이나 부회장으로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도 주어보는게 좋지 않겠니? 네가 진정으로 더 일하고 싶으면 상급학교에 가서도 그런 기회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지 않겠니? 그러니 한번 더 생각해보기로 하자. 나는 적극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너(딸, 아들)를 아주 훌륭하게 생각한단다."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알아듣고 수긍할 수 있도록 찬찬히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자존심이 상하도록 윽박지르거나 핀잔을 주는 것은 교사와 학부모가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입니다. 어릴때부터 예의와 염치를 알고 상식이 통하는 그런 아이를 기르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면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언행속에서 한심함을 느낄때가 자주 있습니다. 능력도 좋고 경력도 화려하며 학벌과 언변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데, 상식과 교양과 예의가 없는 사람들을 보면 침을 뱉고 싶을 정도입니다.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자가 어디어디 교육계의 수장이 되어 상당수 국민의 비난을 사면서도 버티고 있는 경우를 보면 그 사람됨됨이를 환하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 자리를 지킬 수는 있겠지만 세인들의 비난과 멸시와 경멸은 피해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길러내었는지 모릅니다. 사회가 천박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 가운데는 바른 교육도 큰몫을 차지합니다. 교육을 맡은 교사와 교육관료들에게 바른 개념이 없어지면 앞날은 캄캄해질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이 된 아이를 기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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