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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자기자식의 결혼소식을 알리는 것은 민폐가 된다

by 깜쌤 2012. 7. 23.

 

32년전에 가르쳤던 제자의 어머니께서 나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하신다는 이야기를 아는 분을 통해 전해들었다. 저녁을 한끼 대접하고 싶으니 시간을 좀 내어달라는 것이었다. 참 까마득한 옛날 일이건만 그것을 고마워해서 식사한번 하고 싶다면 세상없어도 만나드려야 했다. 시간이 맞질 않아 차일피일 하다가 드디어 지난 18일 수요일 저녁에 만나뵙게 되었다.

 

 

가르친 제자가 이미 마흔 가까이 되었으니 부모님께서도 이제 일흔이 부근이 되셨으리라. 작년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면서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왔는데 내가 극구 사양했다. 그래도 일류대학을 나오고 방송국에서 프로듀서로 맹활약중인데 나같은 시골선생이 주례를 보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고 한사코 거절을 했다. 결국 이름만 대면 한국인이 다 아는 유명한 성우분이 주례를 서서 멋진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전해들었다.

 

 

결혼식이 열리는 서울에 직접 올라갈 수가 없는 처지여서 부모님을 찾아뵙고 형편을 말씀드린 뒤 축의금을 전하고 돌아섰는데 직접 가서 축하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컸다. 우리집 딸아이가 결혼을 할때는 연락을 드리지않았다.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이야기가 나왔길해 변명아닌 변명을 했다.

 

"선생이 제자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도리이지만, 선생이 자기 자식의 결혼소식을 학부모님께 알리는 것은 민폐가 됩니다."     

 

 

 만났던 그날이 마침 복날이어서 그랬는지 학부모님께서는 음식점에다가 특별부탁을 해서 닭백숙과 닭죽을 주문해놓으셨다. 이런 거창한 음식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냥 간단하게 국수나 한그릇 먹고 나오려니 했는데 본의 아니게 거하게 대접을 받고 말았다.

 

예전에는 4학년때 지능검사를 했다. 정확하게만 검사하면 결과만 가지고도 아이의 재능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였다고 생각한다. 결과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의 재능이 뛰어났던 것이다. 부모님께는 아이관리를 잘해주고 뒷바라지 하시는데 조금만 신경쓰면 공부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단번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4학년이 되면 교육과정이 어려워지므로 지금도 아이들 공부의 우열은 그때부터 슬금슬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게 된 사실이다. 아이의 눈빛을 보면 공부할 그릇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알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영특한 아이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이 아이도 그런 경우였다.

 

 

 

 가르친 선생은 어설프기 그지 없었는데 학생이 뛰어나면 선생을 한 보람이 있는 법이다. 나는 그동안 제자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았다. 다  큰 성인을 보고 그때 가르친 학생이니 아이니 하는 말로 표현하기가 뭣해서 이젠 할 수 없이 제자라는 말을 쓰게 되었지만 그 말을 쓸때마다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가 스승다운 참스승이 되지 못했으니 제자라는 말을 쓰기가 부끄러운 것이다.

 

"선생은 많은데 스승은 없고, 학생은 많은데 제자가 없다."는 말이 횡횡하는 시대를 살아가려니 그저 부끄러울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