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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성과급을 받고나서 2

by 깜쌤 2012. 7. 16.

조직을 이끌어가는데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기본원칙이 무너지면 복구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다음(DAUM) 국어사전에서는 '신상필벌'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공로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주고,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으로, 상과 벌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주는 이르는 ."

 

업무처리를 공정하게 하고 능력을 발휘하여 조직을 이롭게하는 직원은 철저히 발굴하여 반드시 보상을 해주고 조직을 해치거나 무능하고 게으른 자는 나름대로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을 반대할 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인간살이에서는 그런 신상필벌의 원칙이 꼭 지켜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인데다가 유능하다느니 부지런하다느니 하는 판단기준 자체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의 신상필벌의 원칙을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학교의 존재가치는 다음 세대를 교육시킨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학교가 있어야할 기본가치는 교육에서 찾을 수 있고 교육의 기본주체는 교사학생이라는 것이다. 교사도 학생을 다룰때 신상필벌의 원칙을 잘 지키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어지간한 경험을 가진 선생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러니 국가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수긍하는 타당한 방법을 사용하여 교사를 평가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교사 입장에서도 평가받는 것을 무조건 거부할 일은 아닌 것이다.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이상하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학년말에 학교장이 '수우미양가'라는 5단계 평가를 적용해서 전보와 승진에 영향을 미치도록 했다. 5단계 평가의 문제점이 상당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어 지금은 3단계(혹은 4단계)로 평가(이 평가의 단계는 지역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를 한다. 이제는 학년말에 하는 근무평정 외에 다시 하나를 덧붙여 교사를 S, A, B라는 세 부류로 나누어 평가한 뒤 급수에 따라 정해놓은 성과급을 지급한다. 그렇다면 인사고과를 위한 근무평정은 무엇이며 성과급 지금을 위한 3단계 평가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어느 것이 교사를 평가하는 진정한 방법인지를 되묻고 싶다. 

 

  

교사가 처리하는 업무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수업이다. 수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참 어렵다. 물론 전문가들이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서 개발해놓은 기법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런 기법들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학교의 경영자들이다. 요즘은 학교경영자에 해당하는 교장과 교감만이 교사를 평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해서 교사 상호간에도 평가를 하도록 한다.

 

사실 깨놓고 말하자면 이것도 큰 문제다. 교사상호간의 인간관계에 의해서 평가가 좌지우지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시비를 걸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학교경영을 책임지는 교장이나 교감이 모두들 수업의 전문가라는 보장이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다. 교장이 된 분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해보자는 뜻이다.   

 

 

수업을 평가한다는 것도 문제인데 이번에는 업무를 가지고 평가한다고 한다. 학교 선생들은 아이만 가르치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정말 많다. 교사들이 처리해야할 일이 많다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 주위에도 그런 분들이 많다.

 

교사라는 직무를 처리해나가는데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일거리도 많거니와 각종 교내외행사와 교내교외 대회에 참가해야하기도 한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행사도 상당하다. 그런 업무처리도 모두 평가의 대상이다.

 

소규모학교일 경우에는 형편이 낫지만 도시지역의 대규모 학교일 경우 학교경영자가 그 많은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진척상황을 세밀하게 점검하기도 어려운데 교사들이 처리하는 업무성과(결과)를 하나하나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평가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백번양보하여 그것도 정확하다고치자.   

 

 

교사가 처리해야할 또다른 업무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다. 생활지도! 생활지도의 개념이 확실히 이것이다라고 말로 딱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고 생활지도의 범위를 정의하기도 어려운 분야다. 확실한 것은 생활지도를 게을리하면 수업의 기초가 무너지고 대다수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엉망진창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교사가 당연히 해야할 기본업무 가운데 하나가 그 일이다.

 

생활지도는 보통 담임교사가 책임을 지게 되어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를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첫번째이고 두번째가 수업에 대한 부담이다. 국가수준 평가를 부담스러워하는 교사도 제법 되는 것으로 안다.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작용하는 것으로 안다.

 

 

교내폭력이 워낙 민감한 사회관심분야로 떠오르는 지금 형편으로는 학교의 생활지도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죽을맛이다. 생활담당업무는 당연히 기피업무가 되었고 어지간하면 한술 더 떠서 담임조차도 맡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만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라는 말이다. 담임이 하는 생활지도의 수준과 질을 어떻게 계량화하여 평가한다는 말인지 나같은 어리바리한 교사는 도저히 감을 잡지 못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교사가 꼭 처리해야할 기본적인 일은 생활지도수업과 개인별로 맡겨진 업무처리인데는 공정하게 수량화하여 평가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말이다. 수업의 질과 업무처리결과와 생활지도의 질을 수치화하여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육의 효과가 기업이 추구하는 대차대조표처럼 그렇게 명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에서는 평가를 강행하고 있는 중이고 그 평가 결과를 가지고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선생들을 슬프게 한다. 교직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교사 상호간의 경쟁을 유발시키며 열심히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이익을 준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서글픈 일이고...... 교사 평가에 얽힌 기막힌 사례를 하나 더 들고 싶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자.

 

 

 

어리

버리

 

 

 

('어리버리'의 표준말은 어리바리다. 나는 거의 모든 글에서 일부로 '어리버리'라고 말로 서명을 대신해왔다. 표준말도 모르는 무식한 선생으로 매도하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글 속에 등장하는 여러 학교의 모습은 글의 특정내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