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이다. 새벽부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기에 새벽기도 가는 것도 포기했다. 이런 날은 아무리 바빠도 어설픈 낭만에 한번은 젖어주고 가야한다. 비를 위해서다. 오랫만에 내리는 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정도는 차려주고 출근해야한다.
길거리에서 주운 플라스틱 화분을 가져다 놓앗다. 그 다음에는 아내가 길거리에서 주워온 나무 도마를 가져다 놓았다.
이제 주워온 나무도마를 주워온 플라스틱 화분위에 올릴 차례다.
폐기처분하는 옛날 학교의 걸상을 하나 구해다 놓은게 있었다. 녀석을 가져와서 옆에 놓았다.
걸상위에다가 얻어온 깔개를 놓았다. 깔개도 내가 달라고 한것은 아니다. 주인이 먼저 준 것이다. 주워오고 얻어오고.... 거지가 따로 없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재활용하면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7년전에 교회에서 나누어준 컵을 가져왔다.
커피가루를 넣었다. 커피도 얻은 것이다.
짠돌이짓을 소개하는 김에 다른 하나도 소개하자. 치약을 다 쓴 경우 치약통을 끊어서 안쪽에 묻은 치약도 철저하게 묻혀쓴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두번 정도는 더 쓸만큼의 양이 속에 남아있다. 끊어낸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다 닦아썼다.
안으로 들어가서 작은 보자기를 하나 가져와서 도마위에 덮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갔을때 광목에다가 천연색소를 묻혀 직접 물들인 것이다. 이제 탁자가 완성되었다.
끓인 물을 부어서 모닝커피를 만들었다. 기분을 살리기 위해 고급 커피가게에서 갓 뽑아낸 향기로운 커피로 생각하기로 했다. 컵 아래쪽이 조금 떨어져 나갔다. 그래도 안버린다. 의미가 있는 잔이기 때문이다.
이제 마실 차례다. 빗방울이 처마밑으로 들이쳤다. 그래도 꿋꿋이 앉아 한잔을 마셔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비오는 날 아침의 낭만을 위하여 천천히 마셔주어야 한다.
이제는 내가 기르는 화분들과 인사를 나눌 차례다. "모두들 살것같지? 모처럼 비를맞으니 시원하지?"
열대어 두마리에게도 인사를 나눈다. 녀석들은 구해온지 한 이십년은 넘은 고물어항 속에 산다. 어항을 놓는 나무받침대가 다 상해서 지난달 말에 분해해서 버렸다. 무너져 내릴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두마리만 키운다. 원래 세마리를 구해왔는데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로 한마리가 욕실 구멍으로 사라져버렸다. 얼마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열대어는 최저수온이 22도는 되어야한다. 물온도가 그 밑으로 내려가면 백점병같은 병에 걸린다. 가을이 되면 열대어가게에 반납할 생각이다.
이제 곧 참나리가 필것 같다.
원추리는 아침마다 핀다.
분꽃도 피었다. 분꽃은 저녁에 피어서 밤에 그 자태를 뽐내는 묘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꽃과 물고기와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달달한 믹스 커피는 절대 아니다.
출근시간이어서 마음이 바쁘지만 애써 여유를 가진다.
비오는 날 이침에 혼자 마시는 커피! 그게 제법 맛있다.
이젠 일어설 시간이다. 뒷정리를 한다. 나는 그렇게 산다. 항상 모자라게..... 정말 많이 모자라게 산다. 주워온 것으로 꾸민 어설픈 간이 식탁에서의 커피 한잔이면 새힘이 솟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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