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보니 반년은 훌쩍 넘은 것 같았다. 아버지를 못 찾아뵌 것이 말이다.
6월이 가기전에 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다. 6월 16일, 토요일 아침 8시반에 집을 나섰다.
경주에서 출발하여 현곡을 지난 후 안강쪽으로 넘어가서 영천국립묘지(=호국원)에 가기로 했다.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을 붉은 색으로 나타내보았다. 오른쪽 위 상단이 포항의 위치니까 대강 거리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도를 눌러보면 크게 볼 수 있다. 노란색 굵은 점이 찍혀있는 곳이 호국원이 있는 곳이다.
황성공원을 지났다.
황성공원도 여기저기 참 예쁘게 가꾸어두었다.
시내를 벗어나 현곡으로 다가간다. 논에는 모내기가 다 끝났다.
금장지역의 아파트촌이다.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께는 참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아파트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나는 사진 왼쪽 끝머리에 산허리가 낮게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고개를 넘어갈 생각으로 있다. 2009년 8월에 넘어갔을때는 공사중이었다. 그게 벌써 3년전의 일이 되었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다시 돌아나왔다.
현곡은 배 재배지로 유명한 곳이다. 골짜기에 배밭이 많이 보였다.
벌써 열매에다가 봉지를 씌워두었다.
나는 다시 돌아나와 무과리 마을회관 앞을 지났다. 회관 앞 정자모습의 쉼터에서 캔커피를 꺼내 마셨다. 다시 힘이 나는듯 했다.
내태리 저수지 둑에서 올라온 길을 돌아보았다.
농사철이어서 그런지 저수지의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골짜기 안의 마지막 마을 앞을 지났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가기로 했다. 앞으로 몇시간을 계속해서 타야할 터이니 미리 힘을 다 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른편 산골짜기 안에 논둑이 말갛게 잘 정리된 곳이 보였다.
논둑에 무성한 풀을 어찌 저렇게 단정하게 정리해두었는지 모르겠다.
산골짜기로 올라가는 굽은 길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듯 했다.
힘이 들었다. 한참을 끌고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다 보았다. 3년전에 왔을때는 도로공사중이어서 숲이 우거진 오솔길 같은 곳으로 자전거를 끌고 넘어갔었다.
이젠 포장까지 말끔하게 다 해두었다. 드디어 고개마루까지 올라왔다.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일수록 조심해야한다. 브레이크가 고장나기라도하면 대형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다. 속력이 붙은 상태에서 곡선길을 돌지못하면 도로 밑으로 나가떨어지고 만다.
깊은 산골짝에 자리잡은 서너마지기 논배미마다 모가 자라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내려오자 드디어 포항에서 안강을 거쳐 영천으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를 만났다.
길가에 참한 교회가 보였다. 아주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기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예배당 안에서는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분이 청소를 하고 계셨다. 내일이 주일이기에 미리 나와서 청소를 하고 계시는듯 했다.
예전에 쓰던 종각에 매어달았던 종을 보관하고 있는가보다. 저런 종 하나도 모두 교회의 역사다. 잘 보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말이리라.
어딜가나 극성을 부리는 이단들이 있는 모양이다.
종표면에 희미한 한글이 보였다. 만든 곳을 나타내는가 보다.
나는 제일수퍼마켙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에 들어가 비스켓과 캔커피를 한통 샀다. 작은 가게지만 물건마다 정가표를 단정하게 붙여놓았다. 시골에 이런 가게가 있다는게 너무 흐뭇하다.
나는 구도로를 택해 달렸다. 새도로는 거리가 짧은대신 교통량이 많아 위험하다. 오른쪽이 예전부터 사용하던 길이다.
구도로는 산허리를 감아서 올라가게 되어있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새도로의 다리발 높이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높아 보였다.
다릿발 밑에는 음식점이 있었다.
참 높기도 하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어서 이 길과 새길이 마주치는 휴게소를 향했다. 휴게소는 고개 정상에 있다. 슬슬 힘이 들었다.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기차게 싸운다, 우리는 역전의 용사들이기에 (0) | 2012.06.29 |
---|---|
호국의 달이 다가기 전에 2 (0) | 2012.06.23 |
너 늙어봤니? 나 젊어봤다 (0) | 2012.06.17 |
가벼운 권태가 묻어있던 날 (0) | 2012.05.31 |
발길질은 그만 당하고 싶다 (0) | 2012.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