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상부근까지 올라왔다. 이 고개를 넘어서면 행정구역상으로는 영천이 된다. 고개마루에 휴게소가 있지만 들어가지 않고 계속 달렸다.
고개를 넘어 한참 밑으로 내려왔다. 호국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공사중이어서 영천방향으로 한참을 더 내려온 뒤 도로를 건너 다시 방향을 바꾸어 왔던 길의 반대편으로 달렸던 것이다. 저 산밑에 보이는 곳이 호국원이다.
돌아갈때는 이 길을 달려서 가야한다. 물론 중간에 방향을 바꿀 생각이다.
국립영천호국원 입구를 지났다. 조화를 파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충령당(제2관)이라고 이름이 붙은 이 건물은 새로 지었다. 이제 영천호국원에도 더 이상 매장할 땅이 없어서 화장한 뒤 납골당에 모시게 되면서 새로 지은 건물이다. 매장이라고는 해도 모두 화장을 해서 유골을 묻었다.
입구에 있는 자그마한 연못을 지났다.
나는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선친이 묻힌 곳을 찾아나섰다.
충령당(제1관)의 모습이다. 1관은 이미 만원이 되었다고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치신 분들이 이제 한참 돌아가시는 모양이다.
선친이 누워계시는 곳으로 올라가다 말고 돌아서서 충령당(제2관)의 모습을 다시한번 확인해 두었다. 검은 상복을 입은 분들이 제법 보였다.
홍살문을 지나 묘지로 올라갔다.
태극기 모습으로 디자인된 화단이 보였다.
여기다. 선친은 여기에 누워 계신다.
세번째 계단 세번째 열에 계시므로 찾기는 쉽다.
호국의 달을 맞아서 무덤마다 태극기를 꽂아 두었다. 나는 선친의 묘소에 꽂혀있는 태극기를 어루만졌다.
조화지만 다시 한번 손을 본다.
돌아가신지가 벌써 5년이 되었다. 벌써 5년이다.
아버지께서는 학문적인 재능이 많으셨다. 두뇌도 아주 창의적이어서 처음보는 물건도 비슷하게 잘 만드셨다. 학자의 길로 나가셨더라면 틀림없이 성공하셨으리라. 한참을 머물다가 일어섰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경주쪽으로 향했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파계수퍼앞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콩국수를 시켰다. 이집 국수는 언제 먹어봐도 고소하다.
부추무침이 같이나왔다.
김치도 맛있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고추절임이다.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점심으로 콩국수를 말아먹은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주인 아주머니 말씀이 내 글을 읽어보신 분들이 한번씩 찾아오신다고 하니 기분 좋은 일이다.
파계 동네 앞에 있는 고경저수지는 도로를 따라 길게 누웠있다. 물이 제법 빠졌다.
나는 마을회관앞을 지났다. 이제부터는 계속 달려야 한다.
904번 지방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중간에서 방향을 바꾸어 909번 도로를 따라 가며 아화로 넘어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고개길을 정비하는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저번에 이 부근에서 넘어져 갈비뼈 3개를 부러뜨렸다. 덕분에 석달간 죽을 고생을 했다.
아화에는 유명한 저수지가 있다. 심곡지라는 이름을 가진 저수지인데 이 부근에서는 제일 크다. 산골짜기를 따라 길쭉하게 뻗었다.
한때는 대형붕어를 많이 배출해낸 저수지로 이름이 높았다. 젊었던 날에는 경주에서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와서 낚시를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왜 그리도 어리석었는지 모르겠다.
저수지 가에서 조금 쉬며 숨을 돌렸다. 이젠 아화를 거쳐 건천으로 달릴 차례다.
경주와 영천사에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생겨서 차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엄청 편하게 되어있다. 덕분에 국도가 조금 한산해져서 나같은 사람에게도 제법 좋아진 셈이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접시꽃들이 가득피어 있었다.
아화는 행정구역상으로 서면소재지에 해당한다. 제법 큰 동네다.
중앙선 철길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달렸다.
도로가에는 접시꽃들이 가득했다. 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정성들여 가꾸었다는 말이다. 지방행정을 맡은 기관장의 의지와 안목을 엿볼 수 있다.
건천읍으로 들어서자 꽃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금척리를 지나서 모량으로 향했다. 수리중인 친구의 집을 구경하기 위해 들렀더니 부인께서 일꾼들을 감독하시며 일하고 계셨다.
들어오라는 청을 뿌리치고 잠시 밖을 구경하다가 다시 경주를 향해 달렸다. 광명, 효현을 지난다. 멀리 경주남산이 보였다.
경부고속도로 나들목에는 차들이 밀리고 잇었다. 주말을 맞아 경주로 오는 차들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그제서야 피곤이 밀려왔다. 집에와서 시계를 보니 6시간 반동안 자전거를 탄 셈이 되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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