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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성과급을 받고나서 1

by 깜쌤 2012. 7. 6.

 

올해 교사들에게 주는 성과급 지급이 이제 끝났다. 개인의 교내 근무실적(근무성적)과 교사가 소속되어 있는 학교의 경영성과를 세단계로 나누어 평가한 뒤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평가결과는 SㆍAㆍB라는 삼단계로 구분되는데 개인별로 최대 145만 6350원까지 차이가 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금액의 차이가 얼마나 되던지 간에 받고나면 기분이 떨떠름해지는게 사실이다. 최고수준인 S등급을 받은 학교의 S등급 교사는 상당한 금액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혜택을 입은 교사의 숫자가 얼마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기 반성을 하기보다 성과급 제도의 불합리한 모습과 모순에 대해 먼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평가의 기준이 무엇인지 경영자가 무슨 잣대로 교사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고 싶다는 교사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았다. 학교라는 조직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회사나 효율과 능률을 중요시하는 행정조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수한 내용을 다루는 사람들의 집합체다. 교사가 교실에서 실행하는 교육의 내용과 수준을 계량화시켜 평가를 하겠다는 발생자체도 대단하거니와 과연 그만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과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상급학교 진학내용을 따져서 평가를 한다고 해도 문제다. 세칭 일류라고 자타가 다 인정하는 서울대학교나 명문 사립대학교에 몇명의 학생을 진학시켰느냐 하는 것을 가지고 평가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줄세우기 교육의 전형이 아니고 무엇이랴? 일부 언론에서는 수능 성적과 일류대학 진학 학생수같은 자료들을 제시하며 줄기차게 보도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게 과연 옳은 일인지 되짚어볼때가 되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수학능력시험 성적이나 상급학교 진학여부를 가지고 학교교육내용과 질을 평가한다는 것도 큰 문제거니와(만약 그렇다면),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얼마만큼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인지 한없이 궁금하다. 물론 평가를 위해 나름대로 만들어진 자료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교육을 평가하는 것에는 주관적인 요소가 너무 많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학교를 평가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것이 국가수준 평가 결과라면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 국가수준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학교가 아이들을 잘 가르친 것이라고 우긴다면 미안하지만 소가 지나가다가 들으면 한바탕 웃을 일이다.

 

작은 예를 한번 들어보자. 내가 사는 중소도시에는 최근들어 형성된 아파트 촌이 있다. 새로운 아파트단지여서 그런지 주민들의 수준도 다른 동네에 비해 높을 뿐더러 경제적인 여유와 사회적인 지위도 다른 곳에 비하여 우월한 편이다. 그런 동네에 만들어진 신설학교의 경우 학습 부진아가 발생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이 궁금하다면 교사들을 상대로 해서 설문조사라도 해보기 바란다.

 

 

설혹 학습부진아가 존재하더라도 그 비율은 지극히 미미해서 교사가 어지간히 태만하지 않는한 학습부진아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음으로 학교성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봐도 된다. 학습부진아와 기초학력 미달 아동수가 처음부터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결과가 잘나왔으니 그 학교 선생님들은 평소 아이들을 잘가르쳤고 그에 따라 우수학교로 평가를 받아 경제적인 혜택을 더 누렸다고 한다면 그게 과연 객관성과 타당성이 확실히 보장된 평가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또 다른 한곳은 동네자체가 낙후되어 개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살고있는 주민들도 조손(祖孫)가정이나 결손가정이 많은 곳이다. 어떤 학교는 도시 빈민계층의 자녀들이 학생수의 약 30%가량을 차지했는데 불행하게도 사교육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방치되다시피 버려져 있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처음부터 환경이 열악해서 교육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잘한 사고를 만들어내기에 교사들은 아이들 생활지도하기에도 벅찰 지경이다. 출근하는 그 시간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교사는 아침부터 지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가르친 뒤 국가수준 평가시험을 쳐보면 교사 입장에서는 참담함을 느낄 지경으로 결과가 나온다. 

 

 

한번이라도 그런 학교에 근무를 해보면 아는 사실이지만 교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학력이 오르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을 그만두고 다른 학교로 빨리 전근을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지도를 하는 것이 대부분 교사들의 양심이다. 그런 학교에서 학급담임을 맡아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력이 오르지 않아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았다면 어느 누가 분발하여 더 열심히 근무를 하고 싶어하겠는가 말이다. 

 

상급관청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교사가 무능하다는 식으로 몰아붙여야 하는가? 상찬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해는 못해줄지언정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주어야하는지 한번 묻고싶다. 그러므로 일선의 실태를 좀 알고 정책을 추진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몇번 이야기한 사실이 있지만 지금 초등학교에서는 고학년 담임중에서도 6학년 담임을, 중학교에서는 담임 그 자체를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교육당국은 정확하게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파행적인 모습으로 치닫는 교육활동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면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나같은 어리바리한 교사는 궁금할 뿐이다. 이 글 속에서는 학교평가의 경우에 발생하는 모순사례 단 한가지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그외에도 불합리한 요소들과 문제점은 수없이 많다. 교사 개인에 대한 평가의 모순점은 다른 글에서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정책입안자들은 교사라는 직업이 가진 특성을 아무래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잘못된 처방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교사는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사는 직업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직업인들에게 경제적인 요소는 정말 소중한 것이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보상하려는 시도는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교직사회의 침체는 경제적인 보상체제의 부족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있는 승진제도와 사회적인 멸시와 잘못된 정책 시행으로 인한 사기저하 및 행정당국의 지나친 간섭과 입시제도의 모순같은 요소에서 비롯된 것이지 경쟁이 너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승진을 위한 교사들의 경쟁은 얼마나 치열한지 알기는 아는가?

 

 

 

어리

버리

 

 

('어리버리'의 표준말은 어리바리다. 나는 거의 모든 글에서 일부로 '어리버리'라고 써왔다. 표준말도 모르는 무식한 선생으로 매도하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글 속에 등장하는 여러 학교의 모습은 글의 특정내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