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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끝내고......

by 깜쌤 2012. 6. 30.

6월 26일 화요일에는 전국적으로 시험을 본 날이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일제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른 것이다. 나는 젊었을때부터 아이들을 보고 양심적으로 시험을 치라고 수없이 이야기를 해왔다.

 

한때 근무했던 어떤 학교에서는 교내 일제고사를 보는 아이들의 시험태도가 엉망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시험시간에 남의 것을 보고 답안지를 작성하거나 은근슬쩍 보여주는 정도를 아주 우습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분노했다.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길러낸 것은 과연 누구 책임이었던가? 가정인가, 아니면 학교인가? 처음부터 훈련을 새로 시키면서 잘못된 사고방식을 뜯어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시험을 주관하는 쪽에서는 툭 불거져 나오는 큰 사고없이 무사히 지나가면 평가행사가 잘 치러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은 현장을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무사안일한 자세다. 이 시험 결과를 토대로 하여 학교경영자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담임교사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므로 곳곳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교육과정의 파행적인 운영이다. 그 실태를 여기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교육현장에서 불거져 나오는 문제점에 대한 세밀한 조사와 대책수립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시골에 묻혀사는 촌(시골) 선생이라고는 해도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며 미래 시대상황에 대해 전혀 깜깜하지도 않고 위정자들의 원대한 전략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평생토록 "오직 교육만이 살길이다"라는 인식 속에서 남들이 기피하는 고학년 담임을 맡아가며 아이들을 가르쳐왔던 것이다.

 

 

모든 교직원이 교사의 기본 양심을 바탕으로 하여 교육과정을 착실하게 운영해주고 근원적인 부정없이 아름다운 자세로 감독을 하며, 아이들도 이에 순응하여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해서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덕체를 갖춘 이상적인 자질을 지닌 멋진 인간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가? 만에 하나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상주의도 그런 이상주의가 없다. 교육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살아 꿈틀거리는 존재다. 죽은 존재가 아니다.

 

요즘은 교육 자체를 경제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험 결과를 대중언론매체에 공개함으로써 교직사회에 자극을 주어 상호간 경쟁을 유도하며 최고의 실적을 올린 경영자에게는 경제적으로 혜택을 주고 인사이동시에 참고로 한다는 발상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본에서 빠뜨린 것이 있다.   

 

 

 

교사의 자발적인 협조자세와 학력을 올리기 위한 순수한 동기부여와 사명감을 고취시킬 방안은 그 어디에도 눈곱만큼이나 없다는 말이다. 선생은 크게 돈을 벌어서 경제적인 강자로 부상할 일이 없는 직업이다. 혹시 모른다. 국어 영어 수학을 전담하는 중등교사라면 보충수업이나 각종 과외활동을 통해 남보다 약간은 두둑한 돈을 만질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교사들에게는 평생가도 그럴 일이 없다. 

 

결국 선생은 알량한 자존심과 사명감 하나로 사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데리고 가장 무능한 그룹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교육부라는 우스개가 예전에 존재했었다. 고도성장기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공무원시험에 거뜬히 합격할 수 있었던 꿈같은 날들이 있기도 했다. 그때 당시에 만들어진 말이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수십년 선생을 하면서 마음의 상처만 한가득 안았다. 수없이 많은 흠집내기를 당했으며 갖가지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 사랑과 존경과 감사와 위로를 주고받기보다 냉혹한 경쟁과 시기와 질투와 경쟁, 그리고 상급관청의 눈부라림과 눈홀김속에서 평생을 보낸 것이다.

 

교사라는 자리를 사명감으로 감당하기보다는 경제적인 안락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인으로 만들어가는 정책도 문제거니와, 교사 스스로 사명감을 내팽개치도록 만드는 교육정책을 양산하는 것도 썩 잘하는 짓은 아니다. 위정자들은 모름지기 일선의 소리를 자주 들어보는 것이 옳은 일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