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못난이가 조상탓을 하는 법이긴하다만....

by 깜쌤 2012. 7. 31.

 

방학을 한지가 제법 되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쉬어본 날이 없다. 교육지원청 단위의 영어캠프를 진행하기도 했고 그게 끝나자 이번에는 학교자체의 영어캠프에서 뛰어야했다. 여기를 가도 영어, 저기를 가도 영어이야기니 생활자체가 영어와 관련된 것 뿐인것 같다. 내가 원어민 발음을 처음 들어본 것은 중학교다닐때 평화봉사단원으로 우리나라에 온 미국인이 뱉어내던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었던 그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는 외국인과 말한마디 섞어보지 못한 상태로 지내다가 정철생할영어 테잎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영어회화라는 것을 따라해보았다. 영어회화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타임이나 뉴스위크 같은 시사주간지를 사보기도 하고 이재옥씨가 쓴 고시영어와 토플영어 같은 책을 사두고 읽어보기도 했다.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외국인들이 조금씩 찾아오는 경주에 생할근거지를 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주를 찾은 외국인들과 어쩌다가 한번씩 영어로 대화을 해보며 어설픈 실력이나마 조금씩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떠듬거려가며 영어를 배운것이 밑천이 되어 결국은 배낭을 메고 세계를 헤매고 다니게 된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여섯번의 중국배낭여행을 해보았는데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중고등학교때 한문을 배워두었기 때문이었다. 한자를 읽고 쓸 줄을 알았기에 글을 써서 필담을 해가며 중국여행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남의 나라 말이나 글자를 조금 읽고 말하고 쓸줄 안다는 것이 이렇게 큰 밑천이 될줄은 미쳐 몰랐다.     

 

 

인간이 못나면 조상탓을 해댄다더니 요즘의 내가 꼭 그꼴이다. 잘되면 자기 탓이요 못되면 조상탓이라는 이 고약한 심보를 이제는 버릴때도 되었건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를 밑천으로 삼아 남의 나라에 와서 귀한 대접을 받아가며 떵떵거리며 사는 원어민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말이 세계어가 되어 한국인들이 전세계 아무곳에 가도 우리말이 다 통하는 세상이라면 그보다 멋진 일이 또 있을까싶다. 거기다가 돈까지 벌고 대접까지 받는다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 아니던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를 만들어놓고도 그걸 활용하지 못한 조상들의 우둔함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등따시고 배부르면 최고라는 생각에 젖어 바다로 뻗어나가지도 못하게 했던 정책은 얼마나 해괴한 망발이었던가?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중국 화교들의 경제적인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세계가 서구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유럽인들, 특히 영국인들과 프랑스인들의 모험정신때문이 아니었던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프랑스어의 영광이 영어에 밀려 퇴보했다고는 해도 쿠베르탕이라는 한사람의 선구자 덕분에 적어도 올림픽에서는 프랑스어가 영어보다 더 대접받는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제 우리말이 현재의 영어처럼 국제적인 공용어로 대접받는 날은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치경제문화적인 면에서 독보적인 강국이 되는 그날이 오면 우리 말이 지금보다 더 대접받기야 하겠지만 과연 영어처럼 군림할 수 있을른지는 저으기 의심스럽다.   

 

 

아무튼 우리 후손들은 이 무시무시한 외국어 학습부담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얼마전에 일본 아이들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를 방문하고 돌아갔다. 몇번 겪어보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우리나라 아이들이 영어로 말하기 실력면에서는 일본 아이들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것 같다. 일본정부에서 우리만큼 영어교육에 열의를 내지 않는것인지 일본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외국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모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어 교육차원에서만큼은 우리가 일본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명박 정부 초창기에 영어몰입교육을 내세웠다가 국민적인 차원에서 저항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일도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차분하게 설득을 하고 추진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외국어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정작 학습하는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다. 그렇게 배우기 싫으면 안배우면 된다. 우물안 개구리로 일생을 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므로 더더욱 그렇다.

 

공부라는 것, 특히 외국어 학습은 억지로 강요해서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국민개개인으로 하여금 외국어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체감케하는게 중요하다. 그나저나 전세계인들이 우리말을 배우려고 미쳐 날뛰는 그날은 언제쯤 되어야 오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