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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돔배기라는 말이라도 알아야 찾아먹을 수 있지

by 깜쌤 2012. 6. 19.

 

스티븐 스필버그는 온 지구인들이 다 알아주는 영화의 귀재다. 1975년에 발표한 거대한 식인상어 이야기를 다룬 영화 <조스Jaws>가 가져다준 충격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였다. 긴장감이 넘쳐 흐르는 장면마다 넘쳐 흐르는 존 윌리엄스의 주제곡도 인상적이었다.

 

톱날같이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박힌 거대한 아가리를 지닌 거대한 백상아리가 주는 느낌만 해도 공포 그자체였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을 습격한다는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였으니 관객들로 하여금 숨을 멎게 할 지경으로 몰아넣은 화제작이었던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상어를 잡는 것도 화제거리가 될터인데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상어고기를 즐겨먹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자체만 가지고도 해외 토픽감이 되었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안동사람들이 간고등어를 지방 명물로 만들었다면 영천 사람들은 상어고기를 영천의 특산물로 만들었다. 상어고기를 몇몇 사람들은 '돔배기'라고 부른다. 보통명사인 고유어를 상어고기 판매회사가 특허등록을 해버린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사진자료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조스 속의 한장면-사진 출처: 다음 영화>

 

안동사람들이 잔치상에 꼭 내어놓는 음식이 문어라면 영천과 군위사람들은 제사상에 돔배기라고 부르는 상어고기를 꼭 올린다. 돔배기가 없으면 무엇인가 빠뜨린듯한 허전한 기분을 느끼기에 기를 쓰고 구해다가 산적을 만들기도 하고 탕을 끓여 올리기도 하는 것이다. 

 

 

  

눈치가 빠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생선 종류를 잘 살펴보고 선점할 필요가 있다. 무슨무슨군은 예전부터 문어의 고장이라는 식으로 광고를 하고 산업화시키는 것이다. 포항이 과메기의 고장으로 뜨면서 꽁치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이다. 영덕 대게, 영광 굴비, 영천 돔배기, 안동 간고등어, 제주 갈치......  잘 따지고 보면 많다.

 

 

제사가 끝나고 난 뒤에 일가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제사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고 마시는 행위를 음복(飮福)이라 한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음복할때에도 제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돔배기 고기를 향해 서로 먼저 젓가락을 내밀 정도로 제법 인기가 있었다.

 

나는 돔배기 맛이 짜기만 한것으로 알고 살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깨닫게 된것은 최근의 일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는 두툼하게 뜨거나 토막을 낸 상어고기를 상하지 않게 하려면 소금을 듬뿍 뿌리는 식의 염장처리 방법이 최고였으리라. 안동 간고등어도 염장처리하지 않았던가?

 

 

간간하게 맛이 배인 돔배기를 반찬삼아 밥 한두공기를 비우는 것은 식은 죽먹기만큼이나 쉬웠다. 나는 엄청 짠것만 있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짜지 않고 약간 심심한 맛이 나는 녀석이 고급품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돔배기를 파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영천 재래시장이다. 영천시 완산동에 자리잡은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어고기의 물동량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전국 최고를 다툴 것이다. 같은 경상도 지방이라고 해도 상어고기를 칭하는 돔배기라는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어쩌다가 영천 재래시장에 가보게 되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돔배기 구경을 안하고 갈 수 있으랴 싶었다. 나는 슬금슬금 걸어서 재래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보았다. 영천 기차역에서 아주 가깝다.

 

 

재래시장 안에서 어물전만 찾으면 돔배기 구경을 하기는 아주 쉽다.  영천 재래시장은 예전부터 규모가 크기로 유명했다. 돔배기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가지 학설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토막낸 상어고기'에서 왔다는 주장이다. 물론 다른 주장도 있다. 원래 상어고기는 아무 종류나 다 먹었던 것이 아니고 예전부터 주로 돔발상어를 식용으로 사용했다는데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상당한 근거를 가지는 모양이다.  

 

 

두툼하게 토막내어 진열해둔 고기들은 거의가 상어고기라고 보면 된다. 산적을 만들기 좋도록 아주 두껍게 썰어서 판다.

 

 

어떤 것들은 몸통 전체를 토막내어 팔기도 한다. 탕을 끓일때는 상어고기에 무를 썰어 넣어서 끓이기도 하는데 식으면 약간 뻑뻑해진다. 그렇게 만드는 주 성분이 콜라겐이란다.

 

 

몇년전에 상어고기에서 수은이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와 한때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 적이 있었다. 돔배기를 주로 소비하는 군위와 영천 지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모발검사를 하는 소동도 있었단다. 상어가 생태계에서 최고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수은 같은 중금속 물질이 농축되어 생긴 현상일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간간하게 소금맛이 배인 돔배기 산적을 찢어들고 하얀 쌀밥에 얹어먹는 그 맛과 기분을 어찌 잊으랴?  혹시 그 맛과 멋이 그리워진다면 만사제쳐두고 영천 재래시장으로 찾아가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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