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미꾸리와 미꾸라지와 추어탕

by 깜쌤 2011. 10. 6.

 

가을을 한자로는 라고 한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

 

그렇다. 위 글자는 '가을 추'라는 글자다.

 

!

 

'물고기 어'자다. 물고기 어 뒤에 가을 추가 붙으면 무슨 글자가 될까? 당연히 아래글자처럼 된다.

 

 

 

魚 + 秋 =

위의 글자는 미꾸라지 추()라는 글자다. 가을을 대표하는 민물고기는 아무래도 미꾸라지가 아닐까 싶다. 그러길래 미꾸라지를 나타내는 글자를 위와 같은 모습으로 만든 게 아닐까? 확실히 가을 미꾸라지가 맛있다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추어탕

이라면 당연히 미꾸라지로 끓인 국을 말한다. '다음(DAUM) 백과사전'에서는 추어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추어는 미꾸라지 의 한자명이다. 전국의 하천·못물 등에 서식하는 민물고기이며 7~11월이 한창이다. 먼저 미꾸라지를 그릇에 넣고 소금을 뿌려 뚜껑을 덮어둔다. 그러면 서로 비벼서 거품과 해감을 토하는데, 이것을 거품이 안 날 때까지 여러 번 씻은 후 폭 고아낸다.

 

다 고아지면 도드미(구멍이 큰 체)에 건져 주걱으로 으깨어 살을 받는다. 이것을 다시 미꾸라지 삶은 국물이나 닭국물, 쇠고기국 등에 넣고 간장·고추장·후춧가루로 간을 하여 배추 데친 것, 갓·파·숙주·고사리 등을 건더기로 넣고 다시 끓인다.

 

먹을 때 산초가루를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한편 전라도지방에서는 산 미꾸라지를 그대로 쓰기도 하는데, 고기 장국을 끓이다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고 두부를 통째로 넣은 다음 즉시 미꾸라지를 넣으면, 미꾸라지가 끓는 물을 피해 두부 속으로 모두 기어들어간다.

 

그다음 국이 한번 끓고 나면 생강·풋고추를 넣고 밀가루를 조금 푼다. 추어탕은 미꾸라지가 가장 살이 찌고 맛이 좋은 가을철에 보신용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이쯤에서 나는 책꽂이로 가서 고(故) 최기철 박사께서 저술하신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민물고기를 찾아서>라는 책이다. 최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물고기 연구가이셨다. 한길사에서 1991년에 발행한 책이니 벌써 20년 전의 책이 되는 셈이다. 169쪽에는 '추어탕의 과거와 미래'라는 작은 제목의 글이 한편 실려있다.

 

 

그 책의 내용을 이제 조금 인용해 본다.

 

'시경(詩經)에 미꾸리를 식용으로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꾸리를 식용으로 한 것은 적어도 삼국시대 이전부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꾸라지라고 하지 않고 미꾸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아니 미꾸라지면 미꾸라지지 미꾸리라니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다음(DAUM) 백과사전의 글을 인용해서 소개해보자. 글자의 색깔은 내가 입혔다.

 

-------------------------------------------------------------

 

미꾸라지 [Misgurnus mizolepis]

 

추어(鰍魚), 미꼬라지, 진구리라고도 함.

잉어목(─目 Cypriniformes) 미꾸리과(─科 Cobitidae)에 속하는 어종.

 

미꾸리와 아주 비슷하나, 비늘이 더 크고 입수염이 더 길며 골질반도 미꾸리와 다르게 형성된다. 한국의 서남해로 흐르는 각 하천 및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측편되어 있는 몸은 길고 황갈색을 띠며, 배 쪽은 색이 엷다. 몸에는 갈색의 작은 반점들이 빽빽이 있다.

 

또 5쌍의 긴 입수염이 있고 옆줄은 불완전하다. 진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살며 장호흡(腸呼吸)도 한다. 미(未) 성숙어에게는 꼬리지느러미 상부에 희미한 흑점이 있으나 성어가 되면 사라진다. 길이는 보통 20㎝ 이상이다.--------------------------------------------------------------

 

최기철 박사의 주장에 의하면 미꾸라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렇게나 마구 미꾸라지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미꾸리에 관해 알아보자. 역시 글의 출처는 다음(DAUM) 백과사전이다. 

 

--------------------------------------------------------------

미꾸리 [Misgurnus anguillicaudatus]

 

미꾸리과(─科 Cobitidae)에 속하는 어종(魚種).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중국·타이완·일본 등지에도 분포한다. 몸이 가늘고 길며 머리는 원추형(圓錐形)이고, 입수염은 5쌍이다. 옆줄은 불완전하여 몸 옆면 중앙에 뚜렷하지 않은 세로 홈이 있을 뿐이며, 때로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가슴지느러미의 크기와 형태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 달라 수컷은 가슴지느러미가 길고 크며 끝이 뾰족해서 쉽게 구별된다. 몸빛깔은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변이가 심한데, 등쪽은 암청갈색이고 배쪽은 담황색이다.

꼬리지느러미 기부의 등쪽에는 눈과 같은 크기의 검은 점이 1개 있다. 늪·논·수로·소(小)하천 등의 진흙이 깔린 곳에 많이 살고 있으며, 어두워지면 먹이를 찾아 활발하게 활동한다. 잡식성으로 부착 조류(藻類)나 유기물 조각, 실지렁이 등을 흔히 먹는다. 겨울에는 바닥의 진흙 속에서 동면을 하며, 물 속의 용존 산소가 부족해지면 수면에서 공기를 들이마시는 장호흡(腸呼吸)을 하기도 한다. 산란기는 4~7월경이며, 몸길이 12~16㎝인 개체는 흔히 볼 수 있으나 20㎝ 이상인 것은 드물다.

 

田祥麟 글

 

 ------------------------------------------------------------

 

그래도 구별이 안 되는 분을 위해 다시 정리해 보자

 

미꾸라지 : 학명 - [Misgurnus mizolepis]

미꾸리    : 학명 - [Misgurnus anguillicaudatus]

 

어떤가? 학명(學名)이 다르지 않은가? 전문적으로 추어탕을 끓이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의 생김새를 확실히 구별한다고 한다. 미꾸리가 더 맛있기에 진짜 프로는 미꾸리를 찾는다고 최기철 박사는 주장하신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미꾸라지 : 학명 - [Misgurnus mizolepis] - 납작이 : 몸이 옆으로 납작함

미꾸리    : 학명 - [Misgurnus anguillicaudatus] - 동글이 : 몸이 원통형

 

 

골치 아픈 학문적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기로 하자. 나도 자주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실물을 가져다주었을 경우 내 육안으로는 자세히 구별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다. 하여튼 전문가들은 미꾸리(동글이)와 미꾸라지(납작이)를 구별할 줄 알며 미꾸리를 추어탕용으로 더 알아준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나같이 어설픈 사람은 그저 복잡한 것은 다 잊어버리고 그냥 미꾸라지로 알고 살아간다. 그게 마음 편하다. 나는 입맛도 그리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어서 미꾸리로 끓인 것인지 미꾸라지로 끓인 것인지 가리지 않고 추어탕으로 알고 잘 먹는다는 것이다.

 

 

집에 귀한 손님이 온다고 아내가 추어탕을 끓였다. 지금 이 글 속에 인용한 사진은 아내가 만든 음식이 아니다. 추어탕집에서 찍은 사진을 잠시 인용한 것뿐이니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아내는 어느 날 새벽 경주역 앞 성동시장에 가서 토종 미꾸라지를 사 왔다. 그게 미꾸리인지 미꾸라지인지는 아내도 정확하게 모르고 나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다. 그것은 전문가들만 알 것이다. 그게 미꾸리이든 미꾸라지든 어쨌거나 그냥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꾸라지로 알고 사 왔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아내는 추어탕을 끓였고 나는 오랜만에 정말 진짜 순 오리지널, 그러니까 절대로 가짜 짜가 가리지널이 아닌 순수 토종 추어탕을 먹었다. 갑자기 힘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것으로 보아 진짜가 틀림없는 것 같다.

 

빠뜨릴뻔한 이야기가 있다. 추어탕을 먹을 때는 제피가루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피는 이파리를 먹을 수도 있고 열매를 따서 껍질을 깐 뒤 갈아서 쓴다. 추어탕에 넣었을 때 박하처럼 입속에서 화하게 퍼지는 맛이 일품이다. 비린내 제거에도 뛰어난 효능을 내는 양념이니 추어탕이나 매운탕에 넣어서 먹는 게 아닌가 싶다.

 

학자들에 의하면 제피의 살균작용은 막강하다고 한다. 절간의 스님들은 김치를 담글 때 제피를 많이 쓴다고 한다. 제피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산초인데 엄밀히 따지면 나무 자체가 다르다. 산초는 보통 열매만 먹는다. 산초 이파리는 마취제로 쓰일 정도로 약효가 강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추어탕에 넣는 가루는 제피가 맞다느니 초피라느니 산초라느니 온갖 잡다한 이야기가 떠도는 모양인데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하여튼 경상도 지방에서 할머니들은 정확하게 제피와 산초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도 구별하신다. 물고기 전문가들과 추어탕 전문가들이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구별하듯이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모여 성경공부를 하는 어떤 박사님의 견해에 의하면 미꾸라지들은 소똥이나 말똥에 그리 약하다고 한다. 어렸을 때의 경험에 의하면 미꾸라지를 잡을 때 논둑에 가마니를 한 장 깔고 그 밑에 소똥을 퍼서 넣어두면 다음날 아침에는 가마니 밑에 미꾸라지들이 버글버글 모여있었다고 한다. 그게 미꾸라지를 많이 잡는 비법이라는 것이다. 궁금한 양반들은 실험을 해보기 바란다.

 

 

가을철에 벼를 베기 전,  논바닥에 고인 물을 빼내기 시작하면 미꾸라지들은 물길을 따라 움직이다가 논 한구석에 파놓은 웅덩이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 웅덩이를 공략하는 것이 미꾸라지 수확의 지름길이기도 했다. 미쳐 물길을 따라가지 못한 녀석들은 논바닥 속의 진흙을 뚫고 들어가서 숨는다.

 

내가 어렸을 때 봇도랑 웅덩이에서 민물 새우를 자루채로 퍼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거기에도 미꾸라지가 함께 마구 섞여 나왔다. 바다새우가 아니고 민물새우 말이다. 징거미새우는 더구나 아니다. 징거미는 양쪽 다리가 길쭉한데 비해서 그냥 민물새우는 바다에서 나는 잔새우처럼 자잘했다.    

 

 

이건 내가 경험한 일인데 미꾸라지들은 올챙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교실 한구석 어항에 제법 살이 오른 누르팅팅한 대짜 미꾸라지 두 마리를 키웠다. 올챙이를 채집해 와서 멋도 모르고 어항 속에 풀어놓았는데 미꾸라지 두 마리가 완전히 때를 만난 듯이 설치더니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많은 올챙이들은 다 잡아먹고 말았다. 그 공포스러운 상황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그 미꾸라지를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고 있으니 천적관계가 기막히게 형성된 셈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