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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오병국시집

by 깜쌤 2012. 6. 28.

국수국시의 차이점을 아시는가? 워낙 낡은 유머여서 이제는 어지간한 분이라면 다 알고 있지 싶다. 그래도 굳이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은 국수에 관한 맛집을 소개해드리고 싶은 생각에서다. 곧이곧대로 이야기를 하자면 국수는 표준말이고 국시는 경상도 지방에서 많이 쓰이는 사투리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게 정답이 아니다. 국수밀가루로 만드는 것이고 국시밀가리로 만든 것이다.

 

 

같은 경상도라고는 해도 지역마다 국수맛이 다르다. 국수를 말아내는 육수가 다르고 국수를 요리하는 요리사의 손맛이 다르고 재료가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나는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은 국수집을 찾아갔다. 한두번 가보고 내 입맛에 맞는다고 해서 맛집이라고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음식점기행이니 항상 망설여진다. 나는 최근들어 오늘 소개하려는 이집을 자주 들락거렸다.

 

깔끔하게 수리하여 수수함 속에 단정한 느낌이 배여있는 한옥이 바로 내가 소개하려는 오병국시집이다. <오병국시>라는 이름 자체가 조금 특이하다. 이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채는 사람은 이 글을 쓰는 깜쌤과 머리속의 의식구조가 조금은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집을 보면 주인의 취향을 알 수 있다. 돈자랑하는 집인지 품격을 갖춘 집인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마당에는 온갖 종류의 식물들이 가득했다. 주인은 꽃가꾸기에 취미가 있는 분일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드나들며 알게된 사실이지만 주인에게는 내가 몰랐던 고아한 품격이 배여있었다. 나이들며 느낀 사실인데 인간의 몸에서는 자기가 살아온 과정을 나타내는 세월냄새라는 것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벽돌을 낮춤하게 쌓고 나무판자로 뚜껑을 해놓은 것은 우물이다. 화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인이 직접 빚은 감각있는 것들도 제법 섞여있음을 알 수 있다.  

 

  

 음식점에 왔으면 음식부터 빨리 소개할 일이지 무슨 집구경부터 시키는가 하고 의아해할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음식기행의 반은 눈으로 보는 것이라지 않는가? 구질구질하며 맛잇는 집을 소개하기보다는 약간 맛에 흠이 있더라도 깔끔하고 위생적인 곳을 안내하고 싶은 것이 요즘의 내생각이다.  

 

 

 자, 이제 오병국시집 안으로 들어가보자. 마당에서 너무 오래 서성거리는 것도 좀 그렇기는 하다.

 

 

신발을 벗어두고 마루로 올라서보자. 실내가 아주 깔끔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하다는 것은 그만큼 위생적이라는 말과도 잘 통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 집에서는 주방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주방안은 언제가봐도 정갈했다.

 

 

 나는 탁자를 앞에두고 앉아서 바깥 경치를 살폈다. 내가 타고온 자전거가 대문 밖에 보였다. 그다음에는 차림표를 살펴보았다. 

 

 

칼국수와 잔치국수가 보였다. 나는 처음 이집을 찾아왔을때 잔치국수의 가격을 보고 조금 의아하게 여겼는데 주인의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집의 잔치국수는 치자가루를 넣어서 만든 치자국수 면을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침개를 부칠때 치자가루를 조금 넣는다. 한번이라도 부침개를 부쳐본 아줌마들이라면 누구가 다 아는 사실이다.  치자가루를 넣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색감을 위해서다. 약간 놀로리한 노란색을 내기위해서는 치자가루가 필수다. 하지만 치자열매가 가지는 다른 성분은 없는 것일까?

 

 

꽃치자나무를 취미삼아 집에서 조금 길러본 사실이 있으니 치자나무가 가지는 특징을 대강이나마 조금은 알고 있다. 우선 치자꽃은 풍기는 향기부터가 다르다. 꽃내음 자체는 기가 막히다. 약간 새콤한 내음이 나는 향기를 풍긴다.  

 

  

남해삼자라는 말이 있다. 치자비자, 그리고 유자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그런 말이 생길 정도로 유명하고 특징이 있다는 말이리라. 치자는 옛날부터 천연염료로 써왔다. 물론 약용으로도 써왔다. 다치거나 삐거나 하면 치자가루를 밀가루 같은 것에 섞어서 아픈 부위에 붙였다고 전해진다. 몸 속의 간장 기능을 향상시키는데도 사용했던 모양이다.

 

그 외에도 치자에게는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목감기를 하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것을 진정시키는데도 좋고 여성들의 기미를 없애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면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방안으로 들어가면 주인의 품격을 느껴볼 수가 있다. 대청마루에 앉아도 좋지만 귀한 손님과 함께 방문을 했다면 제일 끝방에 가보시기 바란다. 어떤 사람들은 찻집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식으로 주인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단다.  

 

 

나는 파전 한장과 잔치국수를 시켰다. 파전 속에는 해물과 고기가 점점이 박혀있었는데 두터워서 좋았다. 이는 씹을때의 식감이 좋다는 말이고 속이 든든해진다는 말이며 주인의 인심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놀로리한 색깔로 예쁘게 물든 국수가 나왔다. 고명으로 얹은 다진 고기가 풍성했다.

 

 

 

 

단순한 것 같아도 주인의 내공이 느껴진다.

 

 

곁가지로 따라나온 반찬들도 맛있다. 어느 집에서나 김치정도는 다 주는 것이기에 그렇고 그런 맛이라고 지레짐작을 하기 쉽지만 내가 갔던 그날은 특별히 맛있게 느껴졌다. 

 

 

묵은 김치를 살짝 다져서 가져왔다. 면발에 올려 먹으면 맛있기도 하거니와 양념장 구실을 하기도 한다. 물론 양념장은 당연히 가져다 준다.

 

 

이런 음식을 먹을때는 고추 몇개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취향에 따라 매운 것을 좋아한다면 따로 부탁할 일이다.

 

 

고추가 나왔으니 된장은 당연하게 따라나와야 한다.

 

 

함께 간 분은 콩국수를 시켰다. 괜히 내가 배가 살짝 아파왔다. 고소한 냄새때문에 식성이 저절로 동했다. 콩국수는 다음에 먹어주면 된다. 

 

 

 

제법 양이 많았다. 국수 한그릇만 먹어도 한끼 음식으로 족하다. 파전까지 같이 시켰으니 이정도면 풍족하다. 나는 먹는 장면을 잘 찍기 않는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사진 찍는 것은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잔치국수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칼칼한 칼국수를 즐길 수도 있고 콩국수를 먹어도 된다.

 

 

 나중에 한번 더 가보았더니 비빔밥도 깔끔하게 잘 했다. 국수종류의 음식이 싫을 경우에는 비빔밥을 먹어도 된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집이어서 그런지 저녁에 가면 비교적 조용하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자 이제 정리해보자. 칼국수와 잔치국수, 비빔밥을 먹고 싶다면 한번 가볼만 하다. 파전을 들면서 소주나 막걸리 정도를 간단히 한잔 하고 싶은 분도 방문하면 좋으리라. 분위기 상으로 보아 질펀하게 취할 정도로 마구 마실 곳은 절대 아니다.

 

주인 휴대전화 : 010 - 5049 - 3537

집전화 : (054) 745 - 3537

상호 : 오병국시

 

 

 

위치는 위에 올려둔 지도를 참고로 하기 바란다. 중앙시장(아래시장) 4거리에서 경주여고와 동국대가는 길, 그러니까 북쪽으로 나있는 4차선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쌍용자동차 부근에서부터 찾으면 된다.

 

 

 

 

이 집은 2015년 연말에 문을 닫았습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많이 아쉽네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