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이라면 지금부터 꼭 40년전이다. 그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소설이 바로 <별들의 고향>이라는 작품이었다. 조선일보에 연재된 신문소설이었는데 작가는 최인호라는 젊은이였다. 1945년생이니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여섯일곱 정도에 불과했었다. 그런 약관의 청년이 '낙양의 지가'를 올릴 정도의 인기소설을 썼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최인호씨는 고등학교 2학년때인 1963년에 <벽구멍으로>라는 단편소설로 한국일보 신춘문에 입선을 했으니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더니 그가 정말 그랬다.
위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voyage_yulim/
그런 분이 조선 위정자들의 중심사상이기도 했던 유교의 실체를 파헤친 소설을 썼다. 우리가 잘아는 <유림>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위 주소에 소개된 최인호씨에 대한 자료를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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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6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되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의 방』『잠자는 신화』『명가』『개미의 탑』『위대한 유산』 등이,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도시의 사냥꾼』『잃어버린 왕국』『길 없는 길』『왕도의 비밀』(1995, 2004년 『제왕의 문』으로 개제) ,『상도』『해신』『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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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그가 2005년에 펴낸 소설 <유림>여섯권을 받았다. 아는 분에게 부탁을 해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더니 약 5일만에 도착을 했다.
언제 한번 읽어보아야지하며 벼르기만 하다가 이왕이면 사서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드디어 책을 손에 넣은 것이다. 진작 읽어보았다면 이 기행문을 쓰는데 큰 도움을 입었으련만 무식했던 죄때문에 이제사 읽어보게 되었으니 입이 열개있어도 할말이 없게 되었다.
<유림> 3권과 6권에는 퇴계선생이 등장한다. 한권의 소설을 쓰기 위해 그가 읽어본 책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를 이제서 알게 되었다. 한시대를 흔든 작가의 노력이 그러했을진대 나같은 어리바리는 쉽게 덤벼들었으니 좋은 글이 나올리가 없다. |
거의 오벡년간이나 선생의 유물을 간직하면서 잘 보관해온 후손들과 학자들의 노고가 묻어나는 기념관이었다.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바로 밑에 올려둔 유물사진과 설명은 도산서원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혼천의
천체의 운행과 그 위치를 측도하기 위해여 사용하던 기구이다. 구면(球面)에는 성좌의 위치가 그려져 있다 |
서기 書丌
크기: 높이 27.5cm 세로 68cm 가로 38.6cm 오색(烏色)의 목조 책상으로 선생께서 사용하시던 유품이다. | |||||
매화시 梅花詩
퇴계선생이 1542년부터 1570년(선조 3)까지 28년 동안 매화에 관하여 지은 시를 모아 엮은 것이다. 매화시 62수가 실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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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연
크기: 높이 2.3cm 세로 25cm 가로 15.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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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전시관인 옥진관을 나온 나는 상념에 잠겨 걸었다. 한사람의 학자가 남긴 위대한 사상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젊었을땐 권력이 최고인줄 알았기에 승진만을 생각하며 권력이 있는 자리로 옮겨가고 싶었다. 나이가 조금 들어서는 돈이 최고인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다르다. 다시 한번 더 살 수 있다면 단연코 학자의 길을 걷겠다.
학자나 문인은 기본적으로는 타고난 재주가 밑받침되어야 하는 직업이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면에서 타고난 재능이 나에게는 너무 모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상 학자나 문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부질없는 꿈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최인호씨의 <유림>을 새로 차분하게 읽어나가기로 했다. 지금은 퇴계선생에 관한 내용을 읽어보며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3권부터 펼쳐들었다.
해가 높이 오르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조금씩 뜸해지자 도산서원 앞마당에는 고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최인호씨는 연세대 영문과 출신이다. 살면서 깨달은 것인데 스카이(SKY) 대학은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본적인 두뇌가 뒷받침되니 이런 어려운 내용을 소설로 쓸 수 있는가보다.
퇴계선생이 첫번째 부인과 사별한 후 맞아들인 두번째 부인은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고통 속에서도 굳건히 함께 살아준 선생의 놀라운 인품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보통사람들은 벼슬자리 하나를 구하기 위해 별별 일을 다 벌이는데 선생은 53번이나 벼슬자리에서 스스로 사퇴를 하였다고 한다.
학자답게 벼슬자리도 주로 홍문관, 승문원, 춘추관 같은 데서 근무를 했고 외직인 단양군수 자리는 겨우 9개월만에 그만 두었다고 한다.
단양군수 자리에 있을때 선생의 둘째아들 채가 스물한살의 나이로 세상을 버렸으니 선생이 당한 인간적인 고통도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둘째아들 채는 정혼을 해놓았지 정작 결혼은 하지도 못하고 죽었으니 죽은 이도 불쌍하지만 정혼을 한 처녀의 운명은 더욱 더 가혹했다.
졸지에 생과부가 된 며느리는 삼종지도(三從之道)의 예에 따라 퇴계의 집 식구가 되었다. '여자는 결혼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하면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자식을 따르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했던 것이 바로 삼종지도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퇴계는 성리학의 대가다. 인간의 명분과 도리를 강조하는 유교의 대학자가 이 며느리를 두고 어떤 처신을 했을까?
<유림>소설에 의하면, 졸지에 청상과부 신세가 된 며느리가 베개에다가 남편의 옷을 입혀두고 혼자서 남편의 목소리를 내어가며 식사를 권하는 모습을 우연히 엿보게 된 퇴계는 중대한 결심을 했단다.
선생은 주위 사람들도 잘 모르도록 하여 이 며느리를 친정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어보며 눈물을 흘렸다.
"남들이 모르는 곳으로 멀리 가서 행복하게 잘 살라"고 당부를 하며 말이다. 퇴계 선생은 그런 인간성을 지녔던 분이었다. 나는 선생의 그런 인간적인 풍모를 사랑한다. 아니 존경한다.
천연대는 선생이 자주 산책을 하셨던 곳이다.
천연대 너머 강 한가운데에 시사단이 보였다. 시사단은 과거시험장이었다고 보면 된다. 안동댐 수위가 만수가 될 경우 시험장이 물속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둑을 쌓아올리고 옮겨 만든 곳이다.
정조임금때 낙동강변에서 도산 별과를 보게 한 것을 기념해서 만든 것이 시사단의 시초라고 한다. 도산서원에서 보려고 했던 과거시험에 응시자가 워낙 많이 몰려서 강변에서 시험을 보았던 모양이다.
오늘 수확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건너편에서 자동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먼지를 날리며 내달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한 것일까? 벌판에는 무엇을 기르는 것일까?
이제 한시대를 주름잡았던 과거의 인물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 후손들은 지금껏 면면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우연히 한번 만나 뵌 진성이씨 집안의 종손 한분은 어느 어른의 후손이신지 모르겠다. 그냥 종손이라는 말만 들었으니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시사단까지 기어이 가보는 관광객들도 있는 모양이다.
나는 다시 서원앞마당으로 돌아왔다.
사람이 살면서 학문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도산서원 입구를 향해 걸었다. 천연대가 있는 곳과는 반대쪽 방향으로 가야 버스를 탈 수 있다.
상류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안동댐이 워낙 크고 깊으니 표가 잘 나지 않는 모양이다.
인간도 그런것 같다. 그릇이 크면 소소한 흠집은 흠도 아니다. 그릇이 작으면 작은 흠도 크게 보이리라. 이룬 학문이 높고 깊고 크면 범인(凡人)들은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법이고.....
오늘은 도산서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마감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안동 시내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오다가 기어이 중간에서 내리고 말았다. 둘러 볼 곳이 또 있었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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