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부근의 서원은 이제 어지간히 가보았다 싶었다기에 다른 지방의 서원을 구경하고 싶은 욕심이 조금씩 생겨났다. 절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절을 찾아다니기 마련이고 계곡 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계곡을 보러 다니며 산오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산을 드나들듯이 나는 서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지난 달에는 영주의 소수서원을 보았으니 어디 가볼만한 데가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문득 도산서원을 떠올렸다. 잘 생각해보니 도산서원을 다시 못가본지가 꽤 된 것 같았다. 그동안 안동에 서너번 발걸음을 했으면서도 정작 도산서원에 들어갈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안동으로 가는 트럭 옆자리에앉아서 고민을 하다가 오늘은 도산서원을 가보기로 했다.
안동역으로 가서는 일단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표부터 확보했다. 그런 뒤 역광장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도산서원으로 가는 버스표를 확인했다.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아침은 김밥한줄과 라면 한그릇으로 떼웠다. 그리고는 시내버스를 탔다.
시내 중심부를 지난 버스는 안막골을 넘어 와룡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안동 시내에서 고개를 넘어가는데 길가에 매화그림이 보였다. 그렇다면 이퇴계선생을 상징하는 그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길 이름도 퇴계로 매화길이었던 것이다. 퇴계선생의 매화사랑은 유별나지 않았던가?
와룡, 도산을 지나 시내버스는 도산서원 입구로 들어가더니 멈추었다. 나는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안동으로 나가는 버스시간표부터 확인해두었다. 온혜에서 12시 반경에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도산서원 입구까지 오는데는 10분 남짓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이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다. 매표소도 현대식 건물로 새로 단장했다.
서원으로 들어가려면 강변으로 난 길을 따라가야 한다. 그리 멀지 않으니 재미로 걷는다.
그림에서 보듯이 서원은 낙동강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절벽위 골짜기에 자리잡았다. 위치가 절묘하다. 학문정진에 힘쓰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곳에 터를 잡았으리라. 학교가 시장 인근에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일부러 사람들이 뜸할때 사진을 찍었지만 실제로는 관광객들이 엄청 몰려들고 있었다.
퇴계 선생의 생가도 이 곳에서 멀지않다.
도산서원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오른쪽 강건너편에는 제법 너른 벌판이 보인다.
안동댐에 물이 가득찰 경우 저곳은 물속에 들어가는 곳이다.
지금은 물이 제법 빠져있어서 강바닥이 보인다. 건너편 시사단으로 건너가는 디리까지 드러나 있었다. 시사단이 무엇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물이 빠진 강에는 학처럼 보이는 조류들이 보였다.
녀석들은 물고기 사냥에 나선 모양이다.
시사단 부근 벌판에는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물빠진 벌판이 밭이라니.....
들어가는 길이 깨끗해서 좋았다. 고매한 선비의 인품을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절벽 한모퉁이에 천광운영대라는 글자를 새긴 돌비가 보였다. 글자에 얽힌 사연은 바로 아래 사진속에 들어있다.
글자속에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었음을 무식한 나같은 범부가 어찌 알랴?
나는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그렇게 조금 걸어 모롱이를 살짝 감아돌자 서원 앞마당이 나타났다.
이제는 시사단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마당 건너편 강바닥 중간에 우뚝 솟아있다.
늦봄 풀이 빨리 자라긴 하지만 한번씩은 베어두면 좋겠다.
옅은 구름이 끼어서 그런지 하늘 색깔이 우중충해졌다.
시사단이 내려다보이는 절벽가 벤치엔 관광객들이 소복하게 앉아있었다.
상류쪽으로 조금 내려간 곳에 자리잡은 의자에는 데이트중인 젊은이 한쌍이 보였고...
도산서원 앞마당에 자라는 휘어진 줄기를 가진 이 나무는 무엇일까?
벌써부터 무성하게 우거진 이파리들이 가득 달린 가지 사이로 서원이 보였다.
골짝 가득 메운 기와집들이 서원의 규모를 나타내는듯 하지만 실제로 보면 큰 편이 아니다. .
구불텅구불텅 뻗어나간 가지가 세월의 흐름을 나타내는듯 하다.
어찌보니 버드나무 같기도 하다.
누가봐도 고목이다. 거목이기도 하고.....
앞마당을 살폈으니 이젠 올라가볼 차례다.
정문을 향해 난 계단을 올라가야한다.
나무 서너그루가 참 묘하게도 자리잡고 자란다.
이제 서원의 정문을 들어선다.
안쪽으로는 별세계같은 세상이 펼쳐졌다. 단아함과 고아함이 가득한 학교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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