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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철도관사를 찾아서 다시 걷다

by 깜쌤 2012. 6. 20.

 

도산서원에서 안동시내로 시내버스를 타고 나오다가 나는 중간에서 내렸다. 이하역으로 가는 길목에서였다.

 

 

나는 중앙선을 달리는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기차면 보면 어디든지 자꾸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방랑벽도 큰 병이다. 

 

 

교통량이 적은 도로여서 편안하게 갈을 수 있어서 좋았다. 도로가에 누가 완두콩을 심어두었다.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밭흙이 갈리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꽃들도 보였다. 이런 꽃은 외래종이지 싶다.

 

 

몇구비를 감아돌고 산모퉁이를 돌아가며 한참을 걸었더니 기차역이 있는 마을이 보였다.

 

 

저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와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는데 걸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원한 음료수라도 들이키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배낭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럴땐 참는다. 없으면 없는대로 산다는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역시 철도관사의 문은 잠겨져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작정 찾아오고 찾아간다는 것은 큰 실례이기도 하거니와 집주인을 만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리석은 짓인줄은 나도 안다. 

 

 

나는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자주 한다. 그게 내 인생의 문제다.

 

 

결국 나는 철도관사 안을 구경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나와 안동댐을 향해 걸었다. 저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달렸지만 이번에는 악착같이 걷는 것이다.

 

 

택시 탈 돈이 있으면 그돈으로 책을 사본다는 것이 기본 생활신조다. 나는 근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산다.

 

 

안동댐으로 향하는 고개를 넘어갔다. 걷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농부들도 모두들 경운기나 오토바이를 타는 세상에 터덜터덜 걸으려면 제법 굳센 의지가 필요하다.

 

 

길가로 소복하게 피어난 꽃을 보며 걸었다.

 

 

한쪽 꼬리날개를 잃어버린 나비를 만났다. 그런 몸으로 녀석은 꿀을 찾아 날고 있었다.

 

 

건강한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복받은 것이다. 나는 녀석이 오래 살기를 빌어주었다.

 

 

산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작은 개울가로 몇뙈기 밭들이 보였다.

 

 

밭가로 무덤이 보였다. 유럽에서는 산에서 무덤을 발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그런 것은 중동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과 중국인들이 산에다가 무덤을 만드는 것 같았다.

 

 

드디어 안동댐 부근까지 나왔다. 중앙선 철교가 보였다.

 

 

두시간 이상을 걸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먹은게 거의 없었다.

 

 

안동 시내에 가서 늦은 점심을 겸한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호수가에도 음식점들이 있지만 한두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참는 것이다.

 

 

너무 아끼는 것도 병이리라.

 

 

저멀리 시내가 조금 보였다. 나는 다시 호수가를 따라 걸었다.

 

 

먹은 것이 없어서 그런지 맥이 빠졌다.

 

 

그래도 악착같이 걸어야했다.

 

 

중앙선 철길가에 자리잡은 임청각을 지난다.

 

 

고택한옥은 언제봐도 정겹다.

 

 

그동안 중앙선을 달린 수많은 철마가 지축을 한없이 흔들어댔으니 기와집이고 전탑이고 배겨낼 재간이 없었으리라. 

 

 

하옇게 바른 회벽이 고택에 기품을 더해주었다.

 

 

나는 임청각을 지난 뒤 시내로 계속 걸었다. 구시장까지 가서 마침내 음식점을 찾았다. 안동에 갈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내가 보기에 안동의 한식 음식가격은 경주보다 한 천원정도는 싼 것 같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나는 다시 안동역을 향해 걸었다.

 

 

낯선 도시에서 함부로 걷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예전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새로 들어선 대형마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바깥에 마련해둔 벤치에서 조금 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힘을 얻어 역까지 간 뒤에 기차를 탔던 것이다. 온 몸이 마구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