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도(中水道)라는 개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상수도와 하수도를 구별할 줄만 안다면 중수도라는 말을 이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정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하수(下水)를 정화하여 물을 재활용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편할 것이다. 물을 정화하여 묻은 관을 이용해서 개천의 상류로 보내어 방류함으로써 개울에 흐르는 수량을 풍부하게 하면서 하천을 살리는 방법은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다. 그런 개념을 실제 적용시켜본 곳이 경주시내를 흐르는 북천(北川)이다.
<그림 지도를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올려둔 그림 지도를 보기로 하자. 경주시가지를 흐르는 하천을 표시해보았다. 노랑으로 표시된 물의 흐름이 형산강이다. 초록색 점은 건천쪽에서 흘러와서 형산강 본류에 합쳐지는 모량천을 의미하고 빨간색 점은 보문관광단지쪽에서 흘러와서 형산강으로 들어가는 북천의 흐름을 나타낸다. 하늘색 점들은 반월성 앞을 흐르는 남천을 나타낸다. 경주시민들은 형산강을 시가지 서쪽에서 흐른다고 해서 서천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가운데 평소에 흐르는 물의 양이 제일 적은 것은 북천이다. 그림 지도에서 보다시피 상류에 두개의 인공호수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보문관광단지 앞에 보이는 거대한 호수가 보문호이고 다시 그 상류에는 덕동호라는 인공호가 산속에 숨어있다. 경주에서 감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넘어갈때 도로 왼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호수가 바로 덕동호다.
그동안 북천을 흐르는 물은 수량이 적어서 도심을 흐르는 개울로서의 존재가치가 희미했다. 올해 봄 드디어 하수종말 처리장에서 보문호 제방 밑 부근에 마련된 대형분수대로 연결되는 11.5킬로미터의 중수도관 매설 공사가 완료되어 하루 최대 8만톤의 물이 다시 흐르게 되었다.
현재 보문호 제방 부근에 만들고 있는 분수대 공사는 거의 끝난 것 같고 중수도 물을 이용한 식물원 공사도 한창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말라 비틀어졌던 북천에 맑은 물이 다시 흐르게 되니 감개가 무량했다. 글래디스 태풍이 경주를 강타한 이후로 이렇게 많은 맑은 물이 꾸준히 흐르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확실히 도시 경관은 물이 살려준다. 우리는 한강 알기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 것 같지만 한나라의 수도 옆에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는 도시는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서울 부근의 산들도 그렇다. 수도 옆에 그렇게 아름다운 바위산이 있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동안 배낭을 메고 세계 곳곳을 다녀본 결과, 우리나라만큼 깔끔하고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명확한 기후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 위에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을 잘 보존하고 관리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구잡이 난개발은 절대 피해야할 것이지만 치밀한 관리없는 방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북천에 풍부한 물이 흐른다는 것은 경주시민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바로 위 사진은 작년에 적당한 비가 온후 찍은 사진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보통 이 정도의 물이 항상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기에 가져와본 것이다. 경주를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북천과 형산강변으로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사용하여 보문으로 갔다가 오는 것도 좋은 여행방법일 것이다. 권하고 싶은 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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