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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탑 그림자가 그곳에 비칠리가 있나 3

by 깜쌤 2012. 6. 6.

 

여기가 영지다. 저수지 끝너머 작록한 산자락머너로 솟은 산이 토함산인데 그 자락에 불국사가 자리잡고 있다. 불국사안에는 국보로 지정된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다. 석가탑을 다른 말로 무영탑(無影塔)이라고 한다. 무영탑은 글자 그대로 그림자가 없는탑이라는 뜻이다.  

 

 

토함산 밑에 희미하게 보이는 곳 부근에 불국사가 있다. 1938년 빙허 현진건은 동아일보에 <무영탑>이라는 소설을 연재했다. 석가탑을 만든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에게 얽힌 슬픈 전설을 소설로 써서 발표했던 것이다.

 

 

이 호수에는 그런 전설이 담겨져 있다. 호수가에는 짓다가만 거대한 리조트 건물이 흉물스런 몰골로 서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국사에서 십리 이상 떨어진 이 못에 어찌 석가탑 그림자가 비칠 수 있으랴만 그게 애끓는 사연으로 승화되면 뭇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저수지에는 낚시를 즐기는 몇사람만이 언제 물어줄지도 모르는 붕어를 기다리며 앉아서 천년의 전설을 되새김질 하는듯 했다.

 

 

저수지를 둘러싼 야트막한 야산에 숨은 뻐꾸기가 하염없이 울어댔다.

 

 

 

 첨부한 지도 아래쪽에 영지가 보일 것이다.

 

 

 

짓다가 중단해버린 건물을 보며 나는 평양에 있다는 유경호텔을 떠올렸다.  

 

 

불국사 밑에 자리잡은 관광지의 상가 건물들이 보였다.

 

 

나는 흉물스럽게 남은 건물 앞을 지나 불국사 역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림지도 아래쪽의 빨간색 점이 있는 곳이 현재 내가 서있는 위치다.  오른쪽 위 노란색 점은 불국사의 위치를 나타낸다.

 

 

동해남부선 철로앞에 보리밭이 보였다. 마침 무궁화호 기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새로 두시의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지나치자 나른한 오후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가 잘못 본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건물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불국사역에서 불국사로 올라가는 도로 왼쪽에 자리잡은 불국사 온천관광호텔도 문을 닫은지 몇해가 지났다. 이런 식으로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늘어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과잉투자거나 아니면 난개발이거나.....  7번 국도로 올라온 나는 불국사 기차역으로 향하다가 샛길로 빠졌다. 경주-울산 사이의 7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온천관광호텔 옆을 지나친 나는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이라고 해도 포장이 다 되어있으니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다.

 

 

 

자동차 한대가 다닐 수 있는 이 길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정말 아름답고 소중한 길이다. 작은 고개 하나만 올라서면 보문관광단지까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지금 내가 지나가는 길을 그림지도 위에 표시해보았다. 자전거를 타는 분이라면 이 길을 한번 달려보기 바란다. 멋지다.

 

 

호젓한 산속으로 난 길이 조금 이어지다가 그다음부터는 논밭을 끼고 달린다. 무엇보다도 이 길에는 자동차 매연이 없어서 좋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나자 드디어 보문관광단지가 나왔다. 결혼식에 참석해서 혼주를 보고난 뒤 나는 다시 시내를 향해 달렸던 것이다.  

 

 

보문관광단지에서 시내까지는 다시 또 내리막길이다. 그렇게 영지를 다녀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