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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아이들의 다툼은 이런 식으로 해결한다 1

by 깜쌤 2012. 6. 12.

 

이미 다른 글에서도 몇번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지금 학교교육현장은 황폐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렇게 단정적으로 황폐하기 그지 없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가하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확실히 현실이 그렇습니다. 교사들간의 승진경쟁으로 인한 내부갈등은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상상을 초월할 지경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그들 세계속에서 갈등상황 속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고 학교장과 교감을 포함하는 학교경영자와 교사들 간의 갈등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이 글 속에서는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 아이들과 교사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상황을 알아보고 나름대로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정도로 끝내고자 합니다. 교사와 경영자와의 갈등 및 교육현장에서 승진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동료교사 사이의 문제에 관해서는 추후에 논의를 해보기로 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교내폭력이 어쩌니 학교안이 정글로 변했다느니 인성교육이 먹혀들지 않는다느니 하는 식으로 온갖 매스컴들이 나서서 호들갑을 떨면서 나름대로의 원인을 찾아내서 분석하기도 합니다만  정작 중요한 해결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같은 것은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주로 고학년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단순히 부딪혔다는 이유로 , 혹은 다른 아이가 나에게 까불었다는 이유로 주먹질을 하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6학년쯤되면 그런 수준을 벗어납니다. 요즘 6학년 아이들에게는 육체적인 성장과 정신적인 성숙이 빨리 이루어지면서 사춘기와 반항기가 겹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입니다. 그러니 더 폭력적이 되고 반항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6학년 정도가 되면 자아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므로 자기를 여러 사람들 앞에 내세우고 싶어하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이나 멸시를 당하게 되면 쉽게 분노를 터트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인격이 미성숙한 단계에 있으므로 자기만의 가치관에 갇혀 기존의 질서를 무시하기도 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게 정말 옳은 것으로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질 경우 어느 한쪽 편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야기하는 쪽이 모두 맞는 것 같이 들립니다. 물론 그런 경향은 어른들에게도 여실히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만 아이들에게는 특별히 심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학년초에 어떤 여자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연인즉 누구누구와 다투었는데 그 아이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자기를 왕따시키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교사가 일방적으로 한아이 이야기만 듣고 판단을 하면 틀림없이 실수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절대로 자기가 잘못해서 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책임을 상대편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의 인격이 잘못되고 인간성이 더러워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은 아이들의 성장과정속에 나타나는 필연적인 모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학급을 맡은지가 얼마되지 않았으므로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전화를 해온 아이의 이야기만을 듣고 이름이 올라온 아이를 불러서 마구 혼내면 틀림없이 학부모가 끼어드는 민원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저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네 이야기는 잘 들었다. A4종이에 오늘 너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아주 자세하게 써서 내일 아침에 학교 오는대로 나에게 제출하기 바란다. 네가 선생님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한다면 선생님 책상위에 그 종이를 엎어놓아서 다른 아이들이 못보게 하기 바란다."

 

그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해보았더니 제 책상위에 어제 전화로 신고를 한 아이의 종이가 책상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읽어본 뒤에 가해자라고 지칭된 아이를 불러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가해자로 지칭된 아이는 자기 나름대로 억울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었습니다. 중간에 이야기를 끊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이때 교사는 언성을 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제 너와 누구누구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적어서 내기 바란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무엇때문에 했다는 식으로 아주 자세히 적어내야 한다. 점심시간 마치기전까지 적어내되 있었던 일을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내어야만 네가 덜 억울할 수 있다. 자세히 안적어낸 책임은 너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학급 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을 교사가 해결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명쾌하게 판결을 내리려고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아이들의 세계도 하나의 사회이므로 서로 간에 벌어진 일의 잘잘못을 판단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진술서를 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하게 주고 난 뒤 나중에 아이들이 써온 진술서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아이의 진술서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며 논리적으로 의심스러운 부분이나  모순이 되는 부분과 미심쩍은 부분을 확인해두고는 오후에 그 두 아이를 남도록 합니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아이들을 다 보내고나서 저는 두 아이를 불렀습니다. 손에 싸인펜을 들고 두아이의 진술서를 나란히 펴두고는 사건의 개요를 하나씩 확인해 갑니다. 아이들이 빠뜨린 부분이나 의문이 가는 부분은 철저히 조사해서 진술서에다가 메모를 해나갑니다.   

 

"어제 문구점 앞에서 다투었다고 했는데 장소가 맞니?",  "누가 먼저 이런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틀림이 없느냐?"는 식으로 질문을 해가며 확인을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사의 치밀성에 눌려 바른말을 하게 됩니다. 만약 아이들의 진술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는 아이들이 나온다면  그 다음날 다시 아이들을 모두 불러 진술서를 받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확인해나가면 고구마 덩쿨이 뽑히듯이 등장인물과 사건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죠.

 

이제 판단을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주고 사과할 부분은 서로 사과하게 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다짐을 받되 반드시 문서로 작성해서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그리고는 자필로 서명을 하도록 한뒤 보관해두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 부모가 억울하다고 따지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만 그럴 때는 아이들이 쓴 자술서를 보여주며 차분히 설명을 하면 어지간한 사건의 경우는 거의 해결이 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