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안동 언저리를 헤매다 8

by 깜쌤 2012. 6. 8.

 

말은 하지 못해도 뜻이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오후 일과를 땡땡이 치는 듯한 학생들을 보며 나는 그냥 씩 웃고 말았다. "그래, 친구와 보내는 그런 시간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될테지..... "

 

 

나는 한번씩 내가 스쳐온 길을 되돌아보는 습관이 있다. 여행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인생살이에서는 더더욱 그래야만 하고.....

 

 

하지만 과거에 붙매여 사는 것은 버려야할 금기 가운데 하나다. 인생에서는 현재와 미래가 소중하다. 미래는 보장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다리를 건너서 영호루(映湖樓)에 오르기로 했다. 누각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녹음이 짙었는데 그 사이로 비석이 보이는게 아닌가?

 

 

추강 김지섭 선생이라..... 솔직히 나는 이분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잘 몰랐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대단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독립운동가로서 지역사회에서 꽤 명망이 높은 분이셨던 것이다.   

 

 

영호루는 도로에서 올라가는 길목 바로 가에 있다. 

 

 

나는 이층 누각 마루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계단 끝머리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글씨가 있기에 신발을 벗었다. 미리 와있던 데이트족은 당연히 신발을 신고 있었고...... 신발을 벗는 내가 바보인지 그들이 똑똑한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이만큼 살았기에 내가 바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바보되기를 고집한다.  

 

 

강건너편으로 안동시가지가 보였다. 한때는 건너편에 보이는 시가지가 전부였지만 이젠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가 사방으로 팽창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호루라는 현판 글씨는 고려말 한때나마 개혁론자로 알려졌던 공민왕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이 현판은 1934년 7월에 발생한 대홍수때 떠내려갔다가 그해 가을 경북 구미에서 발견되어 다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한자 실력이 부족하니 정확하게 읽혀지지가 않는다. 처음에는 무슨 글자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이 글씨는 조선말기 순조 20년, 그러니까 서기 1820년에 김학순(金學淳)이라는 분이 영호루를 중수하면서  직접 써서 걸었다고 한다.  ‘낙동상류 영좌명루(洛東上流 嶺左名樓)’란다.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보고나서야 그제사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시인묵객들과 저명 인사들이 남긴 글이리라. 한글이라면 읽어보겠는데 한문으로 되어 있으니 처음부터 읽어보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영호루를 대한민국 4대 누각으로 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모두들 자기 고장의 누각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겠는데 영호루가 거기에 꼭 들어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영호루의 한쪽 면에는 한글로 쓴 현판이 보이는데 그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영호루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 강변으로 내려갔다.

 

 

아까는 반대편 자전거도로를 달렸었다. 이번에는 남쪽 강변을 달려서 상류로 향한다.

 

 

어떤 사람들은 반변천과 낙동강 본류가 만나는 여기를 두물머리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피로가 슬슬 몰려오기 시작했다.

 

 

별것 아닌것 같아도 제법 달린 셈이다.

 

 

나는 반변천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자전거 도로에 덧입힌 아스콘 포장을 뚫고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놀랍다. 고개를 쳐드는 식물들의 에너지를 계산하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갖는 것일까?

 

 

식물학자라면 한번 도전해볼만한 일이기도 하겠는데 나는 무식이 넘쳐흐르는 단순한 여행객에 지나지 않으니 그냥 식물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지나치는 정도로 끝내고 만다. 그게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이리라.

 

 

나는 지금 선어대 너머 안동대학교를 지나쳐가야 한다. 그 부근 어떤 시설물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다시 시내로 나와서 기차를 탈 계획으로 있다.

 

 

반변천을 가로 질러 만들어놓은 어도(魚道)를 넘어 건너편으로 건너가기로 마음먹었다.

 

 

물고기들이 여기를 넘어 상류로 오른다해도 정작 그 위에는 거대한 댐이 버티고 있으니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게 더 걱정이다.

 

 

다른 용도로 만들어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도로 여겼다.

 

 

이제 건너간다.

 

 

이런 시설물을 만드신 분들이야 어련히 잘 알아서 만드셨겠는가 싶어서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기로 했다.

 

 

옛날에는 여기까지 은어들이 올라왔지만 이젠 다 지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나는 저 상류쪽으로 계속 달려갈 생각이다.

 

 

혹시 물고기들이 보이는가 싶어서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다리를 건넌 나는 방향을 바꾸어 상류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