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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화교학교가 쇠퇴했지만....

by 깜쌤 2012. 5. 2.

 

나에게 스털링 시그레이브(Sterling Seagrave) 아주 무서운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가 쓴 책 <중국인 이야기Lords of the rim>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다. 마치 <붉은 시월 The hunt for Red October>을 쓴 탐 클랜시(Tom Clancy)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청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굉장한 분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시그레이브의 <중국인 이야기>는 나에게 중국과 중국인들, 특히 화교를 다시 보게한 책이다.

 

시그레이브는 1937년 4월 15일, 미국의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출생한 미국인이다. 서양인의 시각으로 중국인을 보았다는 약점을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그가 가진 전문적인 지식은 엄청나서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그는 중국 국경 가까운 미얀마(=버마)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 활동했던 가정 출신이었기에 어쩌면 중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미국 판 위키 백과에서는 그를 다음과 같이 소개해두고 있다.

 

 

Sterling Seagrave is author of The Soong Dynasty, The Marcos Dynasty, Gold Warriors and numerous other books which address unofficial and clandestine aspects of 20th Century political history of the countries in the Far East.(스털링 시그레이브는 『송씨왕조』『마르코스 왕조』『황금전사』같은 극동 아시아에서 벌어진 수많은 20세기의 정치적인 비화에 얽힌 책을 쓴 작가이다) 

  

Soong로 표현된 사람은 송씨집안으로 번역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송애령, 송미령, 송경령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송씨 자매를 모르고서 중국의 근대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그녀들은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교씨 자매같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들이다.

 

 

이제는 문을 닫았지만 한때 경주에는 화교 소학교가 있었다. 지금 보고 있는 사진이 바로 경주시내에 남아있는 화교 소학교 흔적들을 담은 것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화교에 관한 내용이다. 화교(華僑)란 무엇일까? 가장 쉽게 말한다면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와있는 화교들은 주로 중국 산동성(山東省) 출신들이다. 산동지방은 인천과 마주보는 곳이라고 여기면 된다. 동남아시아를 주름잡고 있는 화교들은 주로 중국 동남부와 남부의 복건성과 광동성 출신들로 보면 된다. 한때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했던 나라가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유럽에서는 스위스로 밝혀진 조사가 있었다. 사실 나도 싱가포르에 처음 가보고 나서는 충격을 받았다. 그만큼 깔끔하고 아름다웠다는 말이다.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이지만 핵심 인종은 중국인으로서 중국인들이 전체인구의 4분의 3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선진국으로 만든 인물은 우리가 잘 아는 이광요수상이다. 이광요라는 이름만 봐도 그가 중국 혈통을 지니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전형적인 화교들이 건설한 국가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말레이지아는 어떤가? 말레이지아도 인구의 30%내외가 중국계라고 보면 된다. 화교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태국은 어떤가? 밖으로 드러난 뚜렷한 다수는 아니지만 경제적인 실권은 화교가 쥐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모두 중국인들이 상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도 예외가 아니고 월남(=베트남)도 예외가 아니다.     

 

동남아시아와 극동아시아 중에서 화교들이 큰 세력으로 자라나지 못한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과 일본 정도다. 이를 두고 박정희 대통령때 교묘한 탄압책을 써서 그런 결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은 중국인들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중국인들의 실체를 알면 함부로 그런 소리는 못하리라. 일본에서도 이제는 우리나라 교포들보다 대만출신들이 중심을 이루는 화교들의 숫자가 더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화교들의 특징은 이재에 아주 밝다는 것이다. 이재에 밝은 것은 화교들만의 특징이 아니고 중국을 이루고 있는 56개의 민족들 가운데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漢族)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유태인들이 상술에 밝다고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중국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서양에서는 유태인이 이재에 밝은 민족이었다면 동양에서는 단연 중국인들이 선두주자들이다.

 

한때 세계경제에서 일본인들이 경제동물들로 소문났었지만 이제는 중국의 역전추세가 뚜렷하다. 일본인들이 중국인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없는 곳은 지구상에 거의 없다.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은 존재하며 끈질긴 생존력을 바탕으로 해서 거의 예외없이 경제적인 윤택함을 누리며 산다.

 

 

경주에 화교소학교가 생긴 것은 1948년의 일이라고 한다.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나고 중국 땅안에서 국민당과 공산당이 본격적인 권력투쟁 단계로 접어든 것이 1945년부터이니 그때 내전을 피해 우리나라로 건너온 사람들이 경주까지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 발을 디딘 중국인들은 거의 모두가 음식장사를 하거니 포목장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단장수 왕서방이라는 말은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포목장사를 할만큼 밑천을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은 음식장사를 했다. 

 

 

누가봐도 이 건물은 해방후에 지어진 건물임을 알 수 있다. 건물 외관에는 알게모르게 일본식 냄새가 배어 있다. 벽에 붙인 판자에 기름을 먹인 흔적이 뚜렷하다. 경주에 터를 잡음과 동시에 그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소학교부터 지었으리라.

 

화교들은 한곳에 모여 생활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는 거의 예외없이 차이나 타운이 만들어져 있다. 동남아시아의 큰도시를 가보면 차이나타운이 제법 많이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그 실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인천에 차이나타운이 만들어져 제법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글첫머리에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꺼냈던 스털링 시그레이브(Sterling Seagrave)의 <중국인 이야기Lords of the rim>에서는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화교의 숫자를 대략 5500만 정도로 잡고 있었다. 책 속에서 싱가포르 은행가 말을 빌려 쓴 자료에 의하면 화교들이 동원할 수 있는 유동자금은 2조달러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2조달러라면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규모가 아닐까 싶다. 

 

 

책속에서 시그레이브는 화교들의 강점으로 누가봐도 감탄할 정도의 검소한 생활과 현명한 투자, 그리고 인종적 단결력, 지하조직, 정치적 실용주의, 탁월한 정보수집과 신속한 대응능력을 꼽았다. 그동안 이리저리 떠돌아다녀본 나도 그런 의견에 동조하고 싶다.

 

21세기는 확실히 중국의 세계라는 느낌이 든다. 미국과 유럽의 쇠퇴로 이어져 중국이 세계를 완전히 지배하는 초강국이 될지 아니면 유럽과 아메리카 세력이 단결하여 대반격을 펼쳐 기득권을 유지해나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어쨌든 중국의 비상이 눈부실만한 지경에 이른 것만은 확실하다.   

 

 

세계 제 2차 대전중에 필리핀을 급습한 일본군을 피해 호주로 퇴각했던 맥아더 장군은 필리핀을 떠나면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 " I Shall Return(나는 반드시 돌아오고야 말것이다)."  경주의 화교소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언젠가 그들은 반드시 돌아와서 다시 문을 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화교소학교를 음식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조중이다. 나는 경주시내 한복판에 화교소학교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수리를 위해 부근 건물을 철거하고 나서야 그 곁으로 지나다니다가 비로소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리단계를 거치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포스팅을 해보는 것이다.   

 

 

이제 시간이 나는대로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세밀하게 읽어볼 생각이다. 내가 다시 읽고자 하는 책이름은 앞에서 말한대로 <중국인 이야기>다. 저자는 당연히 스털링 시그레이브이고..... 워싱턴 포스트 기자를 지낸 이 분이 쓴 책도 이 기회에 한두권 정도 더 구해볼 생각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