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짬이 났기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교수님 두분과 병원장님 그리고 몇몇 분들과 함께 내성천에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환경학을 전공하신 교수님 한분은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내성천을 한번 보고는 깜짝 놀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강이 다 있었느냐는 것이었죠. 맑은 물이 모래바닥을 적시며 흘러가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자주 내성천 타령을 했습니다.
그래서 차를 나누어타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경주에서 출발하면 두시간 반은 걸립니다. 고속도로로 가기보다는 국도를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경주에서 영천까지는 4차선 국도이니 운전하기도 쉽고 영천을 빠져나가면 다시 확장된 국도를 만나니 길도 편하고 좋기 때문입니다. 갑티재에서 의성까지만 일반도로를 사용하면 그 다음부터는 다시 안동까지 4차선 도로이니 고속도로 못지 않았습니다.
안동을 지나 영주로 가는 길과 봉화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예고개 부근에서 다시 일반국도를 따라 평은면의 수몰예정지를 거쳐 지나갔습니다.
역시 모두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반응은 한결 같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강이 다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영주댐 건설현장 부근을 지나쳤습니다. 댐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 지하에 들어갈 발전시설 공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댐 윗부분 강은 모두 파헤쳐 모래를 긁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수몰될 것이라면 그 귀한 모래를 걷어내는 것이 옳은 줄은 알지만 너무 아쉬웠습니다. 유년시절의 추억이 알알이 스며들어 있는 금모래 은모래들이 사그리 사라지는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도 말갛게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는데 이제는 졸업한 초등학교도, 구비구비 감아 흐르던 아름다운 물길도 다 물속에 들어야가야 한다는게 왜 그렇게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교수님은 감탄을 하셨습니다. 독일인 사위가 다음에 한국에 들르게 되면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독일에서 오랜 기간동안 유학생활을 하셨기에 유럽 곳곳을 샅샅이 훑어보신 교수님의 입장에서 볼때 이런 강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참 많이도 나다녀보았지만 내성천 같은 강은 다른 나라에서도 아직까지는 거의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강이 휘돌아 나가는 곳에 무섬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마을을 대상으로 몇번이나 글을 썼기에 자세한 소개는 생략합니다만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하회마을보다도 더 정감이 가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마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섬마을의 최고 멋진 경험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래위를 흘러내려가는 물살이 만들어내는 몰속의 독특한 무늬가 일품입니다.
그걸 보기 위해서는 저 아가씨처럼 외나무 다리에 앉아서 물속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나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렸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외나무다리라는 것을 잘 모를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때는 우리 마을 부근에도 외나무 다리를 놓았습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예전에 느꼈던 감촉이 되살아나는듯 했습니다.
무섬마을에서 4킬로미터쯤 위에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는 중입니다. 댐이 완공될 경우 봉화에서 흘러오는 내성천 줄기는 거의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무섬마를 부근에서 영주쪽에서 흘러오는 물줄기와 합쳐져서 내성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내성이라는 말이 옛날의 봉화를 의미하는 말이므로 댐이 완공되면서 실제의 내성천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댐이 완공되고 나면 이 아름다운 모래도, 수량도 그만큼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 희귀한 모래강을 훼손시켜 나가야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진한 탄식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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