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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탑의 향연 - 계산성당 2

by 깜쌤 2012. 3. 16.

 

성당 정문 앞에는 멋진 소나무 두그루가 서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비스듬하게 누워있었다. 

 

 

정문 너머로 도로가 보였고 다시 그 너머 언덕위에 대구제일교회 신관 건물이 보였다. 대구제일교회를 담임하셨던 이상근 목사님의 설교를 들어본 적이 있다. 핵심을 콕콕 찌르는 성경 해설과 영성 넘치는 설교를 들은 감동이 아직도 새롭기만 하다.  

 

 

계산성당 바로 옆에는 매일신문사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매일신문사라면 꼬장꼬장했던 논객 최석채 선생이 기억난다. 나는 그 분을 참으로 존경했다. 직접 뵌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 분의 글은 자주 읽어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학생들은 온갖 행사에 동원되었다. 서울에서 높은 양반이 내려오신다고 환영하러 기차역으로 불려나가기도 했다. 어떨 땐 도로가에 서서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적도 있었다. 그 잘난 높으신 양반들이 지나가는데 고사리손 한번 흔들어주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희생해가며 고생해야했던 것이다.    

 

 

자유당이 집권하고 있던 1955년에 고위층 인사가 대구에 내려온다고 해서 학생동원을 지시했던 모양인데 그게 옳은 일이 아니라는 내용의 사설을 최석채 선생이 매일신문에 쓰셨다고 전해진다.

 

 

이승만 대통령의 측근인 임병직이라는 인물이 그 사설 속에서 비판의 대상이었다고 전해진다. 바른 말을 하고난 결과는 매일신문사가 습격당하는 일로 나타났다.  

 

 

하늘 무서운 줄을 모르고 사람 잘난 것만 보이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런 면에서는 크게 나아진 것같지 않다. 조금 높아지면 고개를 숙일 줄 모르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던가? 요즘은 그런 일로 학생들을 동원하는 일은 거의, 거의 없다. 자기들 행차에 아이들을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렇다.

 

 

정신이 바로 박힌 인간이라면 지위가 높아질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공부를 많이해서 아는게 많을수록 겸손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그런 기본상식이 안통하는 인간도 많이 있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우리 교육계에도 요즘 그런 인간들이 자주 나타난다. 설익은 이론으로 무장한 겉멋만 가득한 사람들이 교육을 맡아서 온갖 꾸정물을 다 일으키고 설쳐댄다.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분들은 고귀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법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앞마당을 거닐었던 것이다.

 

 

평생 사랑을 실천한 분이 계시는가 하면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산 사람도 부지기수다.

 

 

묘하게 방향을 잡은 두그루의 소나무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일까?

 

 

유난히 하늘이 파랬다.

 

 

성당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구원의 문도 한번 닫히면 다시 열기가 어려우리라.

 

 

예수께서 인간을 위해 치루신 고결한 희생을 비웃을 필요는 없다. 믿기 싫으면 안믿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사 건물 1층에 커피숍이 보였다. 친구와 나는 커피숍으로 발길을 옮겼다.

 

 

인간은 영적인 동물이다. 그러길래 빵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영혼의 빈 공간을 가진 사람은 신을 찾게 마련이다. 신이 필요없다는 사람도 많다. 모두 자기가 알아서 판단하면 될이니 남 탓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최석채 선생같은 어른을 닮고 싶지만 아무래도 족탈불급이다. 용기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바른 말을 하며 사람답게 살아야하는데 견문이 좁으니 눈이 너무 어둡고 공부한 것이 적으니 내세울게 없다.  

 

 

커피명가라는 이름이 붙은 가게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 친구와 나는 무거워진 엉덩이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약령서문으로 향했던 것이다.

 

 

거리 초입에서부터 한약재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