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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학급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읽히자 4

by 깜쌤 2012. 4. 10.

 

 

책을 가져와서 다 제출했고 관리담당까지 맡겨서 관리해두도록 했으니 이제부터는 꾸준히 읽도록 만들어나가야합니다. 모든 선생님들은 그게 어렵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만 의외로 쉽기도 합니다. 아, 참! 책을 안가지고 온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그것도 아주 쉽습니다. 안가지고 왔다고 해서 벌칙을 주면 곤란합니다. 어떤 불이익을 주면 요즘처럼 말이 많은 세상에서 단번에 인터넷 스타(?)로 떠올라서 신상털기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교사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그건 더더욱 쉽습니다. 가지고 온 아이들이 이익을 보도록 해주고 안가지고 온 아이들은 그냥 가만 놓아두면 됩니다.

 

책을 가지고 온 아이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런 것은 정말 말이 안되는 일이니 교권침해가 될 것입니다. 내가 게으르다고 해서 남들까지 다 게으르게 살도록 요구할 수는 없는 일 아니던가요? 가지고 온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주면 될까요? 제일 쉬운 방밥은 다음과 같습니다. 벌점제도를 운영할 경우 벌점을 깎아주면 됩니다. 벌점제도가 무엇인지 모른다고요? 그러면 이 시리즈가 끝난 뒤 다음 기회에 벌점제도에 관한 글을 한번 써서 올려드리겠습니다.    

  

 

학년초에 교사가 지도해두어야 할 내용은 참으로 많은데요, 그 중에서 이런 내용들을 정말 세밀하게 지도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를 자세히 가르쳐두고 아침자습시간에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지도해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기 전에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신발장에다가 신발주머니를 넣어두는 일입니다. 신발을 신고 교실에 출입하는 것이 허용되는 교실이라면 다른 것을 먼저 시켜야겠지요? 그 다음에는 화장실을 다녀 오는 것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을 먼저 시켜둔다고요?

 

그렇습니다. 교실에 들어오기 전에 화장실을 먼저 다녀오라고 시켜둡니다. 학교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화장실을 거쳐서 교실에 오게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화장실과 교실의 위치를 잘 고려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그래야만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와서 쓸데없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공부를 못하는 아이일수록 군더더기 행동을 많이하고 남에게 방해를 많이 줍니다. 그런지 안그런지 한번 잘 관찰해보기 바랍니다.

 

교실에 들어왔다가 다시 화장실 가는 것을 허용하면 교실 분위기는 쉽게 흐트러지고 맙니다.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을 가겠다는데 말리면 비인간적인 교사로 매도되기 십상입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설때 책걸상에서 나는 소리도 제법 소음 정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서기 위해 걸상을 조심스럽게 빼내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그냥 조심성없이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고 출입문도 큰소리를 내며 아무렇게나 열고 닫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화장실을 먼저 다녀오게 하는 것이죠. 교실에 들어왔으면 그 다음에는 책상속과 책가방을 정리하게 합니다. 이때 반드시 앉아서 하도록 시켜두는 것이 좋습니다. 서있는 상태로 활동하면 교실 분위기가 산만해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분위기, 분위기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인간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그게 사회든 학급이든 분위기가 참 중요합니다. 누구나 다 거짓말하는 사회에서는 참다운 사람이 발을 붙일 여지가 없어집니다. 외눈박이 사회에서 두눈을 다 가진 사람이 비정상적인 취급을 받는 이유는 생김새의 차이에서 오는 것도 물론 그 요소 가운데 하나이지만 두눈을 가진 사람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어딘지 다르고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한다고 아이가 책을 잡게 되던가요? 부모와 교사들부터 책을 보고 온가족이 다 책을 가까이 하는 분위기라면 아이들은 저절로 책을 잡게 됩니다.     

 

 

책가방 정리가 끝나면 그 다음에는 책을 꺼내서 보게해야합니다. 무슨 책을 보는가하는 문제는 6학년일 경우 아이들에게 맡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가 간섭을 많이 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제가 젊었을때만 하더라도 아침 시간에 아이들이 공부할 문제를 교사는 전날 오후에 퇴근하면서 칠판에 미리 제출해두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책은 집에서 가져와도 좋고 학급도서관의 책을 꺼내서 봐도 좋도록 허락해두어야 합니다. 담임교사의 출근이 늦어지더라도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는 습관이 들때까지 교사가 자주 간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교사의 말발이 잘 먹히지 않는 학급에서는 이런 지도가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있는데도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 정도라면 제가 지금 드리는 이런 이야기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만약 그럴 경우 아이들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필요가 없고 어디까지나 교사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이것은 교사의 무능이 문제가 된다는 말입니다.   

 

일단 조용한 분위기가 한번 만들어지면 그 다음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 식사하는 요령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저희 학급에서는 점심시간에 자기 차례가 될때까지 - 저희 교실에서는 자유배식을 합니다 - 조용히 책을 보고 기다릴 정도입니다. 교사도 아침에 출근하는 순간부터 입을 다무는 것이 좋습니다. 쓸데없는 잔소리를 해서 독서분위기를 깨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아침에 출근을 해보면 교실에 일찍 온 아이들이 책상위에 앉아서 떠들거나 특정한 친구의 자리에 몰려서 잡담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런 것은 가만히 놓아두는 것은 교사 스스로 옳지못한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잡담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운동장이나 학교 정원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면 됩니다.  

 

 

아이들이 책을 즐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책을 몇권 읽었느냐하는 것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학교라고 하는 곳은 독서를 많이한 아이들을 골라서 상을 주어야할 일도 생기고 모범적으로 책을 읽은 아이들을 칭찬해주기도 해야하는 장소입니다. 그럴때는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그런 증거물들은 아이들을 평가하는데도 아주 유용한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꼭 그런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이 평소에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 교사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두어야 할 것입니다.

 

6학년 실과나 정보생활 같은 교과서를 보면 상당히 수준높은 영역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단원이나 내용을 독서와 관련시켜서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가 읽은 책을 간단하게 메모하거나 기록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럴 때는 모니터에 한글 프로그램을 띄운뒤 간단한 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바로 위에 몇장 소개해둔 사진들 속에 그 모습이 나타나 있습니다. 독서기록표 양식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다르게 할 수 있으므로 그냥 참고만 하면 됩니다.

 

첫달인 삼월에는 교사가 시범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그 다음 달부터는 아이들이 창의성을 살려 스스로 표를 만든 뒤 프린터로 출력해서 사용하게 합니다. 그냥 출력해서 사용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따라하는 존재가 아니므로 새달 초에 자기가 만든 독서기록표를 제출하도록 하고 교사는 반드시 확인을 해두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새로운 달에 읽은 책제목을 새로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상대해본 결과 아이들로 하여금 독후감을 자세히 쓰게하는 것은 굉장한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독후감 쓰기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바쁜 존재들입니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에도 가야하고 과외도 다녀야하며 학습지도 풀어야합니다. 결정적으로 교과서에 실린 내용도 많고 기본적으로 공부해야할 학습분량까지 많다는 것입니다. 해야할 일이 태산같은데 거기다가 독후감까지 자세히 쓰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면 아이들은 책읽기를 점점 멀리하는 경향이 생기더라는 말입니다.

 

아무리 목적이 숭고하고 아름답더라도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되면 그런 정책은 소용이 없습니다. 인간의 심리상태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런 것은 정치가나 행정가가 일반국민을 상대로 할때도 마찬가지이고 교사가 아이들을 상대로 일을 처리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표를 하나 만들어주었다고 해서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요? 종이로 된 표 한장 만들어 안겼다고 해서 책을 읽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한 발상입니다.      

 

 

위에 보여드린 독서기록장을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이 책 목록들은 모두 한달동안 읽은 분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반 아이들이 3월 한달 동안에 읽은 책을 적은 종이를 교사에게 제출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아이들이 읽은 책의 수는 벌점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벌점제도는 오후에 남느냐 남지않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으며 매월 말에 발표하는 개인의 신용도와도 연관되어 있고 개인의 신용도는 식사시간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며 더 나아가서는 도덕 성적과, 그리고 마지막에는 졸업시의 표창과도 관련이 지어져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해야만 합니다.

 

이 정도만 이야기하면 교사가 실시하는 학급내의 모든 제도는 커다란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연결되어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번 글에서 시스템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죠. 생각이 단순한 선생님들은 그냥 강조하기만 하면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것이라고 여깁니다만 오늘날의 교육현장은 절대로 그리 녹녹하지도 않고 만만하지도 않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