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학급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읽히자 2

by 깜쌤 2012. 4. 4.

 2012년 3월 중순, 아침시간에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을 잠시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제목들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보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다른 나라의 저명한 문학작품을 보고 있는 아이들도 제법 눈에 뜨였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반 아이들은 모두 서른명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을 완료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이들도 그 시각까지는 교실에 들어오도록 규칙을 정해두었습니다. 9시에 정상적인 수업이 시작되므로 8시 반까지 들어온 아이들은 나름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30분 가량 확보하는 셈입니다. 

 

이 30분간의 시간을 잘만 활용한다면 참으로 유용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0교시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만 초등학교에서는 보통 아침자습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교사생활을 하면서 유심히 살펴본 바에 의하면 교사가 교실에 없어도 그 학급의 아침 자습시간이 정말 조용한 경우는 거의 보지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등교해서 담임선생이 교실에 들어오기까지 전까지는 떠들고 까불고 찧고 장난치고 잡담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기사 요즘은 교사가 있어도 통제가 안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교사가 없는 이 시간이 어떤 모습일지는 쉽게 상상이 될 것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교사가 출근하기 전에 교실에 도착한 아이들이 떠드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게 정상일까요? 저는 이런 모습을 볼때마다 우리 교사들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교사 자신도 학창시절에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살아왔기에 자기들이 가르치는 아이들조차 똑같은 모습으로 생활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교사가 하기에 따라 아이들이 가진 그런 인식 - 아침 시간에는 마음대로 떠들어도 된다는 생각 - 을 깨뜨릴 수 있으며 교사가 지도하기에 따라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교사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어떻게 가르치느냐 하는 것에 따라 생활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어쩌면 인생자체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반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들은 모두 집에서 가지고 온 것들입니다. 보고 있는 책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학교 도서관이나 시립 도서관에서 얼마든지 빌려 볼 수 있는 수준의 책들이지만 이런 정도는 집에서도 참 많이들 가지고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학년초에 아이들에게 학급도서관을 만들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무슨 일을 할때는 자세하게 설명을 해서 교사가 의도하는 참뜻이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왜곡되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른바 소통이라는 것인데요, 이 과정을 소홀하게 하거나 교사 마음대로 마구 밀어부치면 저항이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왜 학급도서관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아이들에게 설명을 먼저 하는 것이 도리이며 순서라는 말입니다. 6학년 국어 "말하기 듣기 쓰기" 교과서에 보면 KBS TV문학관에서 방영했던 소나기라는 드라마가 소개됩니다. <소나기>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황순원님의 작품입니다. 단편소설 소나기는 현재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원문이 실려있는 것으로 압니다.

 

   

소나기라는 작품을 언급할때는 당연히 원작자인 황순원을 짚고 넘어가야 할것입니다. 그때 교사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속에도 우리나라의 문학작품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아이들로 하여금 알게 해주어야 합니다. 소나기라는 작품이 등장하는 것은 아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사춘기의 소중한 추억을 예쁘게 가꾸어가라는 의도도 뒤에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요?

 

결국 이 말은 국어 교재가 단순한 교재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국어교과서를 잘 살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채만식 선생이나 강소천 선생 같은 분들의 작품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찰스 디킨스도 등장하며 심지어는 속칭 <삐삐>로 널리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같은 분까지 등장합니다. 이런 작가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이들이 읽어야 할 문학작품만 해도 예전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6힉년만 해도 이젠 예전의 6학년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식정보사회로 진화하면서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의 수준도 엄청 높아졌고 양이 많아졌기에 어렸을때부터 책을 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부모와 교사의 의무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 독서를 위한 의도적인 지도가 학교교육의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교사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만 합니다. 그게 우리 선생들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말이 중복됩니다만 그러므로 교실 안에는 아이들이 쉽게 책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 시설이 갖추어져야하고 의도적인 지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필요성과 학급도서관을 왜 설치해야는지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해두고 나서 집에서 여러분들이 볼만한 책을 가지고 몇권씩 가져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서른명의 아이들이 한권씩 가지고 오면 서른권이 모아지고 두권씩을 가지고 오면 예순권이 됩니다. 세권 이상을 가지고 오면 순식간에 100여권의 책이 모아지게 됩니다.

 

한 학기에 100여권의 책을 다 읽는다면 엄청난 독서량이 됩니다. 문제는 어떤 책을 가지고 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교사가 깊은 생각없이 아무 책이나 들고 오도록 하면 학급도서관을 꾸미는 의미가 사라지고 맙니다. 여기서부터 이제 교사의 깊은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죠. 그 부분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