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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학급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읽히자 3

by 깜쌤 2012. 4. 7.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는 올해로 6학년 담임을 28번째로 하고 있는 중입니다. 같은 학년을 많이 해보았더니 한학년의 교육과정 운영에는 조금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교육과정의 변화에도 조금 짚이는게 있었고 내용의 일관성부분에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자료를 가지고 지도하는게 좀 더 효과적인지도 조금 깨닫게 된 것이죠.

 

원래 교사는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교과서 그 자체를 교범으로 삼아 가르치는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서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과서없이 가르치기를 원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교과서 속에 등장하는 문학작품의 수준이나 글 수준을 보며 이 정도는 지도를 해야하는구나 하고 깨닫기도 하는 것이니 교과서가 주는 유용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책을 모으는데만 관심이 있지 어떤 방법으로 활용을 하며 어떻게 세밀하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생각은 잘하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아이들에게 학급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도서를 가져오라고 할때 상세히 이야기해줄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1. 가져와야할 도서의 종류와 수준

2. 책을 가지고 온 학생들에게 주는 혜택

3. 책을 돌려주는 시점

4. 책을 제출하는 방법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장애가 되는 책은 처음부터 못가져오게 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가 가득한 신비주의적인 서적들이나 게임 해설서, 부정적인 내용이 가득한 도서들은 처음부터 수집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에도 의외로 야한 부분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박경리씨의 <토지>는 문학적인 가치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인정하는 작품입니다. 그 분의 작품을 만화로 옮겨그린 책이 있는데요, 책 그림가운데는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을 묘사한 곳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사는 아이들이 가지고 온 책의 제목 정도는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화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이원복 교수가 그린 인기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작품집은 아이들의 공부에도 도움이 되므로 환영할만 합니다만 그분의 책 내용을 잘 살펴보면 노골적인 반유대주의를 부르짖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그 정도의 사실을 교사는 알고 있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원작자는 해명을 한적도 있습니다.

 

결국 교사의 안목이 학급도서관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제 교실에는 한때 여러 작가들이 그린 만화책을 비치한적이 있습니다만 아이들에게 그런 경향이 있음을 이야기는 해주는 것이 교사의 도리라고 보는 것이죠.  

 

 

책을 가져왔으면 이제는 뒷처리를 해야합니다. "얘들아, 책 가져왔니?" 하는 식으로 말한마디 하고 난 뒤 거두어서 보관만 할 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교사는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면 곤란합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책은 어디까지나 개인재산에 해당하므로 소중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책 표지 안쪽에 자기 이름을 쓰게 합니다. 그래야만 나중에 돌려줄 수가 있습니다. 그런 뒤에는 누가 몇권을 가지고 왔는지를 메모해두어야 합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학급경영자료>같은 폴더를 만들어두고 안에다가 세부 폴더를 더 만든뒤 문서를 저장해두어도 되지만 저는 아이들 이름이 들어있는 학급명부에 직접 기록을 해둡니다. 

 

 

책을 거두어서는 교실 한켠에 있는 책장에 보관을 합니다. 그리고는 관리를 하는 어린이를 한명 임명해둡니다. 누가 관리를 하느냐하는 것은 청소지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반에서는 청소를 서른종류로 세분해두고는 - 현재 학급 인원이 서른명입니다 - 모든 아이들이 1인 1역할을 겸해서 청소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청소에 관한 대강의 글은 아래 주소를 눌러보시기 바랍니다.

 

http://blog.daum.net/yessir/7472292

 

http://blog.daum.net/yessir/7478492 

 

학급을 구성하는 아이들 숫자대로 배분한 청소구역에 따라 학급도서를 맡은 아이가 한달동안 관리를 하게 합니다. 책을 크기별로 정리를 하든지 영역별로 정리를 하든지 그것은 관리를 담담한 아이에게 맡기면 됩니다. 청소와 학급물건 관리등은 아이들 벌점제도와 관련이 되어 있으므로 일정한 구역이나 임무를 맡은 아이는 정말 열심히 관리를 합니다.

 

 

바로 위의 사진은 2012년 현재 우리 학급에 비치된 도서들을 찍은 것입니다. 책만 비치해두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이제는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요?

 

하나의 국가를 만들때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헌법이라는 법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국가의 얼개를 짜고 권력구조를 정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얼개를 짜두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만들어져 나라가 굴러가게 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학급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급을 정상적으로 잘 굴러가도록 하려면 그 학급만이 가지는 "독특한 시스템"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이런 면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학급내에 존재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학급이 원칙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학급도서관운영같은 것도 학급내에 존재하는 시스템 안에서 바르게 굴러가도록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이 시스템 구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스템 구성 이야기를 글로 쓰기에는 워낙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떤 선생님들은 코웃음을 칠 수도 있습니다.

 

"그까짓것 학급을 하나 운영하는데 방대한 시스템 구성이 필요하다고?" 그런 코웃음을 치는 선생님치고 똑소리가 나도록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못했습니다.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으로 일세를 풍미하던 SK 와이번즈의 김성근 감독을 두고 관리의 귀재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분이 추구하는 야구를 보고는 관리야구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하더군요.

 

저는 이제 그분의 야구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급경영면에서는 바로 그런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위대한 어른에게 저같은 무식한 시골 훈장을 건방스럽게도 함부로 견주어대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만 다른 뜻이 있는게 아니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하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