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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이런 것 정도는 훈련시켜 두어야 한다 - 8 : 자료해석훈련

by 깜쌤 2012. 3. 31.

 

조사발표학습은 발표력을 키울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학습모델 가운데 하나입니다. 발표하는 능력이 길러지면 그 다음 단계로의 진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토의학습도 가능하고 토론학습도 가능해진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학년초에 발표력을 키우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지만 많은 학교와 학급에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의외로 소홀하게 여겨져 외면되고 있는 영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발표가 이루어지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사실 말하기조차 부끄럽긴 하지만)우리 교사들의 지도역량 부족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선생님들은 자기 자신의 무능을 탓하기보다 아이들과 다른 교사를 탓하는 수가 더 많습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발표를 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적극적이지 못하다, 아래 학년에서 발표 훈련을 시키두지 않았다는 식으로 핑계를 댑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그런 의견에 절대 찬성할 수 없습니다. 어떤 아이라도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을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친구들끼리 어울려 놀면서 말 - 여기서 하는 말은 의사소통을 의미합니다 - 을 못해 놀이에 끼어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던가요? 발표도 단순히 말하기입니다. 교사가 지도하기에 따라 아이들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아이들이 변화하게 되어 있습니다.    

 

두번째는 아이들이 말하기 훈련을 잘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감을 상실해서 말을 못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렵고 부담이 되어 말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교사로부터 받은 핀잔이나 꾸중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 말문을 닫은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어느모로 보나 우리 교사들이 상당부분 책임을 져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번째는 지식전달만을 능사로 아는 교육현장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지나친 입시위주 교육과 성적향상만을 능사로 아는 교육당국의 무지와 정책부족과 의지부족으로 발생한 것이죠.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할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 교사들은 이런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강의를 잘 하는 것을 두고 아주 잘 가르치는 것의 표본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능수능란하게 강의를 잘한다고 해서 일류교사가 되는 것일까요? 아이들 머리속에 쏙쏙 들어가도록 잘 정리해서 넣어준다고 해서 그게 명강의일까요? 이제는 그런 착각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때입니다.      

 

네번째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수준의 부족때문입니다. 사회과 조사발표학습을 해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기본 지식이 없는 아이들은 발표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업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업의 방관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서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교과서 속에 등장하는 많은 도표와 삽화, 그리고 지도같은 것을 보는 능력이 없으므로 말을 할수가 없는 것이죠.

 

그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그 정도로만 언급을 해두고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이 가르치는 우리 교사들이 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간단히 모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발표훈련을 시키는 훈련요령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자료를 해석하는 훈련방법을 한번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아래 그림을 봅시다. 

 

 

이 그림은 6학년 역사영역 속에 등장했던 삽화가운데 한장면입니다. 2011년부터는 5학년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치게 되어 있으므로 아래 학년으로 내려갔을 것입니다. 자료를 해석하는 훈련을 시킬때 이런 삽화를 펴두게 합니다. 그리고는 이 그림 속에서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을 이야기해보도록 시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리벙벙해져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 교사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면 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선생님은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속에는 모두 열명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너무 쉽지요?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정말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방금 선생님이 한것처럼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누가 뒤를 이어 이야기를 해볼래요?" 

 

- 그림 속에는 아주머니 한분이 머리에 무엇을 이고 옵니다. 그 뒤에는 아이 한명이 따라 오고요.

- 할아버지 한분이 길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 모심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이런 식으로만 이야기가 나와도 이제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이야기가 이루어져 간다면 이런 수준의 발표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6학년 정도가 되어 이런 수준에 만족하면 정말 곤란합니다. 이제 교사는 이런 식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 선생님이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볼께요. 지금 이야기를 해준 사람들은 정말 용기가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멋지게 잘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수준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6학년 수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더 훌륭한 발표가 됩니다. (조금 뜸을 들이고 쉬었다가 이어가면 효과적입니다)

 

그림 왼쪽 아래에는 보라색 저고리를 입고 빨간색 치마를 입은 아주머니가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광주리에는 노란색 보자기가 덮혀있는데 분위기로 보아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드리기 위해 걸어고 있는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엄마 뒤에는 머리를 땋은 아이 한명이 뒤를 따라오고 있는데요, 손에 든 것은 도자기 술병인것 같습니다. 어쩌면 물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저번에 부모님을 따라 경기도 이천 도자기 행사장에 가본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저런 모양의 술병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짐작한 것입니다. 아이가 입은 바지는 오늘날 우리가 입고있는 바지와는 모양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 핫바지 아닐까요?"

 

그러니까 주어진 자료를 세밀하게 관찰해서 묘사하라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말하기를 유도하면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나타날 것입니다. 누구 한사람이 일어서서 큰 소리를 자세히 묘사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교사는 그 아이를 굉장하게 칭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지간하면 그날의 최고 영웅으로 만들어주는게 좋습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도 일어서서 용기있게 말하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칭찬하는 분위기에 굉장히 인색합니다. 남을 인정해주고 존경해주는 분위기는 간 곳이 없고 그저 깎아내리고 흠잡고 트집잡고 욕하고 험담하는 분위기 일색입니다. 대부분의 학교 교실은 그런 분위기에 오염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잘못된 것이 잘못된 것인 줄도 모르고, 교사도 비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이 된 것도 모를 정도입니다.

 

교실 안에서부터 그런 분위기를 제거해 나갈때 아이들은 확실하게 달리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공평하게 대접받는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하고 곧 이어 학부모님들까지 서서히 변화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변화는 눈부실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이면 이번에는 교과서의 옆쪽에 있는 그림(이 글에서는 바로 위의 사진)을 보게 하면서 더 자세하기 이야기를 하도록 시켜봅니다. 별별 이야기가 다 나와야만 지극히 정상입니다. 이야기를 할 내용은 너무 많을 것입니다. 대강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 일하는 사람들의 성별

- 어른과 아이의 옷차림 차이

- 일하는 농부들의 머리모양

- 논둑길의 모습과 심겨진 나무종류

- 농악대의 역할과 차림

- 모찌기와 모심기 등과 같은 논일 하는 순서

- 참(간식)을 나르는 모습 등등

-지게와 써레같은 연장들의 모습

 

자세히 보면 정말 엄청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아이들이 찾아내기만 해도 자료해석능력은 저절로 올라가는 법입니다. 교과서 속에는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표도 있고 사진도 있으며 지도가 있고 연표가 있습니다. 수업에서 무엇하나 소홀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자료들입니다.   

 

통계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표속에 나타난 과거의 사실은 어떠했으며 앞으로의 추세는 어떨 것인지 등등 학습에 필요한 많은 사실을 알아내어야만 발표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아이들이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알아채는 그순간부터 발표의 질은 순식간에 몇단계 향상됩니다. 제가 언급한 항목에 관한 정도만 파악해도 아이들이 이야기할 내용은 무궁무진해지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발표하고 토론하고 토의할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했지 남을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훈련을 시켜놓으면 아이들끼리도 얼마든지 - 교사가 없이 - 수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런 학습에 익숙해지면 교사가 없어도 아이들끼리 수업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게 가능하냐고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는 그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주제 하나만 주면 아이들끼리 알아서 척척 해결해나갑니다. 

 

 

거듭 이야기를 드립니다만 이제는 교사의 역할이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교사는 더 이상 단순한 지식전달자의 역할만을 해서는 안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교사는 학습의 안내자이며 방향설정자이고 학습보조자이며 때로는 지식의 전달자가 되어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하기도 하는 복잡한 성격을 띈 직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동안 장황하게 수업을 하기 위한 발표훈련을 시키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블로그의 "내반 아이 일류 만들기"라는 카테고리 속 곳곳에는 이런 기법들에 대한 내용들이 숨어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쓴 내용이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냥 이런 사례도 있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의 더 많은 관심과 지도를 바랍니다.

 

더 자세하게 세밀하게 하나하나 언급하며 써야할 내용이 무궁무진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저자신의 건강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것 같아서 이 영역에 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다음에는 학급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