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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5만원권 17억 누구누구 집에서 왜"

by 깜쌤 2012. 4. 2.

  <사진 출처 : 중앙일보 기사  촬영>

 

 나는 평생 교사로 살아왔다. 교사로서의 평생의 꿈은 6학년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원 20명의 자그마한 대안학교를 해보는 것이고 여행자로서의 내 꿈은 배낭여행자를 위한 방 5개짜리 자그마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꿈은 꿈으로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주변머리가 없는데다가 돈버는데는 재주가 꽝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 한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한동안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지만 혼자 벌어 살면서 자식 둘을 대학원까지 공부시키느라고 등골이 휘어지는 줄 알았다. 안쓰고 안먹고 달달 떨면서 자식을 길러가며 평생을 모아도 1억,2억 모으기가 어려운 마당에 서울 어느 사립학교 교장집에서 현금으로만 17억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을때면 맥이 빠진다. 

 

어려운 집안 형편때문에 그렇게 가기 싫었던 교육대학을 갔기에 젊었던 내내 참으로 오랫동안 방황한 경험이 있는 나는 선생을 해서 엄청난 돈을 모았다는 사람들을 정말이지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본다. 직장 동료 가운데 어떤 분은 사립학교 교직원 채용시험에 응시한 자녀 걱정때문에 자주 한숨을 쉬었다. 공정한 경쟁을 해서 채용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사립학교 교원채용과 대학교수 채용에 뒷돈이 필요하다는 소문이 떠도는 이유가 뭔가 말이다.    

 

집에서 17억원이 발견되었다는 그 교장은 월세 수입이 6천만원이었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월세 수입이 6천만원이라.....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 정도 월세 수입이면 17억 아니라 170억이라도 안방에 묻어두고 살만 하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글퍼 지는 것일까? 나는 기사의 주인공을 욕하고 흉보기 전에 나 자신의 무능함을 먼저 탓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글쎄다....... 어떻게 하면 월세 수입이 그 정도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지금까지 수십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별별 교장을 다 모셔보았다. 젊었던 날에는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분을 만나기가 왜 그리 어려웠던지......  행정실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전에는 교사가 경리업무를 맡아서 경비지출과 봉급을 처리해야하던 때가 있었다. 학교장 출장비를 전임자처럼 많이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창 진행중인 수업시간 중에 교실 뒤에 들어와 떡 버티고 서서 나를 무섭게 노려보셨던 분이 생각난다.   

 

퇴근시간만 되면 선생들을 모아 술집으로 가서 큰소리는 혼자 다 치면서도 술값은 절대 낼 줄 모르셨던 분을 모셔보기도 했고 학교로 출근하는 날보다는 출장가는 날이 더 많았던 분을 모시기도 했다. 교사들에게는 그 알량한 몇푼의 출장비 지급을 그렇게 아까워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출장비는 꼬박꼬박 철저하게 챙겨가던 분을 보기도 했다.

 

신문기사의 주인공이 된 그 분은 내가 모셔보질 못했으니 그 자세한 내막을 어떻게 알리요마는 어떤 식으로 처신을 해가며 살았는지 대강 짐작은 된다. 이래저래 서글퍼진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