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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아이들이 다 떠나버린 폐교에서 2

by 깜쌤 2012. 3. 28.

 

폐교에서 나는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를 떠올려보았습니다. 그 학교는 이제 물속에 잠길 것입니다. 부근에 댐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깨어진 유리창 밖으로 목련이 보였습니다. 창가에 앉았던 아이의 눈에 비친 하얀 목련이 피는 봄날은 꿈결같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폐교된 해를 기준으로 계산을 해보았더니 마지막 졸업생도 이제는 서른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가장 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유년기를 보냈던 학교가 그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인생살이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창밖으로 비친 낮으막한 산은 아이들에게 포근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돈만 있다면 이런 건물을 사서 교육박물관을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옆교실로 가보았습니다. 바닥이 원래의 모습을 지닌채로 남아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는 현관에 서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이 문을 통해 드나들었을 것입니다.  

 

 

교실에는 바깥에서 자란 덩굴식물의 잔해가 말라 비틀어진채로 남아있었습니다. 갑자기 서글퍼졌습니다.



나는 천천히 복도를 지나 중앙현관으로 가보았습니다. 학교를 방문한 손님이나 출근길에 오른 선생님들은 이 현관을 통해 들어왔을 것입니다.

 

 

현관 바로 옆은 교무실이었지만 마루바닥은 뜯겨나간 곳이 많았습니다.

 

 

뜯겨져 나간 마룻장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슴마저도 휑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교무실 칠판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학생현황을 적어둔 곳에는 비어있습니다. 기한 안에 상급관청인 교육청에 보고해야할 서류를 메모해두는 곳에는 1학년 담임교사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간절한 사연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나의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아삼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은사님은 오래전에, 정말 오래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제는 어느 학교에서도 거의 실시하지 않는 선도계획이 적힌 곳도 남아있었습니다.

 

 

정상적인 교실 크기의 반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교실엔 나뭇잎이 이곳 저곳에 몰려있었습니다. 마루바닥은 다 뜯겨나가서 시멘트 바닥이 드러나있었습니다.

 

  

어쩌다가 교실이 이지경까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깥에서 들어온 덩굴이 유리창틀을 허공에 매달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허무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욱하는 그 무엇이 치밀어올랐습니다. 이 건물이 개인소유로 넘어갔는지 아니면 임대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방치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럽에 있는 오래된 성채들이 단돈 1달러에 나와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게 웬떡이냐 싶었던 일본인들이 마구잡이로 덤벼들어 소유주가 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관리비용은 소유주가 다 부담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을 알고는 기겁을 했다고 합니다.

 

법규정대로 하면 성에 있는 각종 문화재급 유물의 해외 반출은 절대 금지이니 본전뽑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한데다가 관리비용까지 부담해야하니 어지간한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성을 소유한다는 것은 꿈도 못꿀 일이었습니다. 유럽인들도 함부로 나서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무엇도 모르는 일본인들이 그냥 뛰어들었던 것이죠.  

 

 

폐교처리도 그런 식으로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헐한 값에 빌려주되 주기적으로 관리상태를 점검해서 부실할 경우에는 임대를 취소하든지, 아니면 설혹 매각을 했더라도 매각자체를 무효화시키든지 할 수는 없었을까요?

 

 

건물 끝 출입문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간곳이 없습니다.

 

 

나는 다시 중앙현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현관에는 작은 간이 수족관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뒷뜰로 나갔더니 급수시설이 보였습니다.

 

 

한때는 아이들이 여기에 모여들어 물도 마시고 청소용 대걸레와 물걸레를 빨기도 했을 것입니다.

 

 

아이들 가슴마다 푸른 꿈을 안고 공부했을 배움터가 이렇게 황량하게 변해버리다니.....

 

 

평생 아이들을 보며 살아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리지 싶습니다.

 

 

나는 폐교 뜰에서 벗어나가기로 했습니다.

 

 

허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사람살이에서 초등학교 시절의 갖가지 추억이 녹아있는 곳은 얼마나 가보고 싶은 곳이겠습니까마는 이런 식으로 초라하게 변해있는 것을 보면 모두가 실망하지 싶습니다.

 

 

의성군 금성면에 있는 청로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입니다만)터입니다.

 

 

나는 다시 도로를 따라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아마 아이들의 상당수는 이 동네에서 청로초등학교를 다녔을 것입니다.

 

 

마을 위로 구름이 지나가면서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곳까지 걸어야합니다.

 

 

그날, 나는 두시간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얻은 소득은 정말 많았습니다.

 

 

누구에게는 진한 그리움으로 남을 폐교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