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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아이들이 다 떠나버린 폐교에서 1

by 깜쌤 2012. 3. 26.

 

기차를 타기 위해 도로를 따라 다른 기차역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는 곳에 있는 기차역에는 이제 더 이상 무궁화호 열차가 서지 않습니다. 도로 저 너머 작은 산골짜기에 폐교가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운동장 끝머리였지 싶은 곳에 그리스 고대 유적지의 열주마냥 키를 단정하게 맞춘 전지된 나무들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가득 뛰어놀았을 운동장은 마늘밭으로 변해있었습니다.

 

 

건물로 보아 그리 역사가 오래된 학교된 아닌 것 같습니다.

 

 

폐교라지만 그래도 학교였기에 나는 교문부터 살폈습니다.

 

 

1966년에 개교하여 1995년에 폐교가 되었으니 약 30년동안 학교 역할을 했다는 말입니다.

 

 

교문 옆에 교적비라도 남아있으니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차창너머로 보이던 산골짜기 학교였습니다.

 

 

실제로 들어와 본것은 처음입니다.

 

 

교실 앞에는 목련 한그루가 외롭게 서있었습니다.

 

 

나무크기로 보아 폐교될 때에도 어쩌면 서있었을것 같습니다.

 

 

왠지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아이들이 다 떠나고 없는 학교를 보면 마음이 아파오는게 당연합니다.

 

 

겨우내 움츠려있기만 하던 나무가지에도 새싹이 움터오는 봄인데 이 학교에는 언제 새봄이 찾아와 아이들이 넘쳐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교실 유리창은 거의 다 깨어져있었고 현관 문짝도 남아있는게 없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이면 6학급 정도는 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교실에 들어가보았습니다.

 

 

교실앞, 화단이 있었을 자리에는 마른 잡초더미가 엉겨붙어있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단층 건물은 사택이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없으니 학교가 남아있을리 없습니다.

 

 

칠판이 붙어있길래 다가가 보았습니다. 

 

 

아이들 작품들이 붙어있었을 뒷벽에는 합판이 붙어있던 흔적만 남았습니다.

 

 

모교가 그리워 찾아왔을 졸업생들이 남긴 글이 칠판에 소복하게 담겨있었습니다.

 

 

엄마가 되어 자식을 데리고 모교를 찾아온 이도 있었던가 봅니다.

 

 

가슴짠한 사연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아쉬워 사연들을 그대로 남겨두고 옆교실로 가보았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