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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 정도는 훈련시켜 두어야 한다 - 6 : 전체발표훈련

by 깜쌤 2012. 3. 27.

 

 

모둠대표가 발표(=브리핑)를 끝내고난뒤 그냥 들어가도록 해버리면 단순한 말하기 시간으로 끝날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발표한 아이가 이끌어나가도록 시도를 해봅시다. 발표를 끝내고 난 뒤 이렇게 말하도록 해봅시다.

 

"이것으로 우리 모둠에서 조사한 내용발표를 모두 끝내겠습니다. 혹시 우리 모둠 발표에 대해 보충할 내용이나 질문할 내용이 있으면 누구라도 말씀해 주시기바랍니다. 질문한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모둠에서 답변을 할 것이며 보충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열심히 듣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만 말해도 일단은 대성공입니다. 발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은 이 순간부터 꿀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아이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은 아마 대한민국 어느 교실에서나 공통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사가 던지는 질문에 단답식으로 한마디 툭툭 던지는 것은 발표라고 할 수 없다고 지난 글에서 분명히 밝혀두었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그런 교실을 담당하신 선생님의 지도능력을 정말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냥 일어서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몇몇 아이들은 일어서서 용감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문제는 소수의 아이들이 발언을 독점한다는 것입니다. 몇몇 아이들이 발표를 독점하는 그런 현상을 가만히 놓아두면 졸업할때까지 같은 모습이 되풀이되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맙니다. 

 

이런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본척하고 방치한다는 것은 교육에  대한 모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아이들이 한마디씩 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죠. 

 

  

먼저 발표내용에 대해 보충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봅니다. 아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아이는 분명히 일어나 이야기할수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말을 잘못했을 경우에 주어지는 비난과 아이들의 비웃음에 대해 굉장히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그런 비웃음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습니다. 모처럼 한마디 했는데 남으로부터 비아냥을 듣고 비웃음을 산다면 누가 감히 일어나서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우리나라 아이들이 버려야할 정말 더러운 습관 가운데 하나가 남을 비웃고 손가락질하며 조롱하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는 일어나서 말도 못하면서 뒤로는 온갖  흉을 보고 잘난척 하는 그런 문화를 학급에서 추방하지 않는한 조사발표학습이나 토론수업이나 토의수업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시간에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유창한 발음을 가진 아이가 교사의 질문에 대해 능숙한 반응을 보일 경우 아이들이 보이는 시기심은 도가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 그런 경향이 심합니다. 따라서 교사는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해두어야만 합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발표를 유도하기 전에 발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미리 이야기를 해둡니다.

 

"발표를 하다가 말을 잘 못한다고 해서 혹은 그 내용이 틀렸다고 해서 선생님은 절대로 그 학생을 흉하거나 욕하거나 꾸중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내용을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잘못 알고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는 법이므로 틀린 것에 대해 절대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큰소리로 당당하게 자기의 생각과 느낌과 지식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그런 학생들을 나는 좋아합니다. 발표를 하기 위해 일어선 학생들은 용기없이 앉아있는 학생보다 훨씬 위대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지는 발표에 대한 기본적인 공포심을 제거하면  아이들의 태도가 대번에 달라집니다. 하지만 훈련을 시켜보면 그렇게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그럴때는 한번만 오후에 남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장면을 여기에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다 수업시간에 나름대로 이야기를 열심히 한 아이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남겨서 새로 연습을 하도록 한 것은 좀 더 큰소리로 유창하게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즉, 목소리를 과감하게 더 크게 내지 못했거나 자료를 안보고 유창하게 말을 못할 경우 남아서 연습을 더하도록 시켰다는 말도 되고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평가기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한번만 하면 됩니다. 자극을 주도록 하되 아이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과 공부방법중에 선생놀이라는게 있습니다. 한사람은 교사가 되고 다른 한사람은 학생이 되어서 학습내용을 물어보고 답을 해보는 놀이입니다. 가정에서 이런 식으로 동생과 공부를 하면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연습을 하도록 시켜둔뒤에 나가보았더니 큰 소리로 그런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그 정도만 되면 성공입니다. 더 시간을 끌것도 없이 나는 아이들에게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부르는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모두들 교실로 향합니다. 운동장에서는 달려오되 계단을 오를때는 걷도록 몇번이고 강조를 해두었습니다. 그래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이 숨을 지나치게 몰아쉴 경우 이는 계단을 뛰어서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담임하고 있는 교실은 4층 높이에 있으므로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계단을 뛰어서 올라왔다는 증거가 확실한 경우에는 다시 한번 더 연습장소로 내보면 됩니다. 큰소리로 꾸중하고 고함을 칠 필요가 없습니다. 교사는 무엇이든지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말하고 차분하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요즘 아이들은 승복합니다.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은 다시 재도전하게 됩니다. 거의 합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판정 기준은 아주 명확합니다. 큰 소리로 말하고 유창하게 하라는 것이니 쉽게 기준을 충족시켜줍니다. 한번만 이렇게 훈련시켜두면 실제 수업시간에는 아주 쉬워집니다.  

 

 

다시 질의응답장면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슬금슬금 일어나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발표를 못할 경우 오늘도 남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한번만 주기만 해도 눈빛이 달라집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입니까? 눈치구단에다가 상황판단능력이 아주 빠른 아이들이니 다시 남지 않기 위해서라도 쉽게 일어서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일어나서 자기가 아는 지식을 보충하여 이야기를 해도 되고 모르거나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게 해도 됩니다. 질문을 하라고 하면 훈련이 안된 어떤 아이들은 낱말뜻을 물어보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사회수업의 내용 자체가 어렵기때문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낱말뜻을 물어보는게 지극히 정상입니다만 이럴때 선생님 같으면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다음 글에서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