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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나는 오늘 큰 부자가 되었다 - 새로운 만남

by 깜쌤 2012. 3. 2.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는 첫날입니다. 이제 안그럴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첫만남을 가지는 날은 가슴이 뜁니다. 깔끔한 만남을 위해 어제 삼일절 오전에도 출근을 해서 올 2월에 졸업시킨 아이들 몇몇과 함께 교실 청소를 해두었습니다. 

 

교실이 바뀌면 교사도 개인 소지품을 다 들고 옮겨가야하므로 같은 건물 안이지만 이사아닌 이사를 해야합니다. 이사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이 꺼내놓고 보면 뭐가 그리도 많은지 자질구레한 물건을 옮기고 청소를 하려니 한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두시간이나 투자를 했습니다. 미리 청소를 해두고 준비를 해두어도 개학하는 날은 항상 바쁘기만 합니다. 보통 개학하는 날에는 1학년 아이들의 입학식도 겸하게 되므로 들러리로 6학년 아이들이 서게 됩니다. 그러니 그저 시간에 쫓겨다녀야 하므로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함께 근무를 했던 선생님들도 전근을 가고 또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도 계시는 법이니 서로 인사도 나누어야 하는데다가 아이들과의 첫만남도 가져야하고 입학식에도 가야하니 3월 2일 첫날은 정신없이 바쁜 날이 되고 맙니다. 개학하는 날에는 전학을 오는 아이들도 있어서 이래저래 교실 안에는 들뜨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맙니다.   

 

 

아이들이라고 하는 존재는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한번 들뜨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통제불능 상태에서 마음대로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마련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는 준비가 안된 교사나 새내기 선생님들은 어찌할 줄을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수도 생기게 됩니다. 가장 침착하고 차분해야할 담임교사마저 들뜨게 되면 교실 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엉망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나는 그런 것이 싫어서 미리미리 다 준비를 해둡니다. 가장 차분한 분위기에서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싶기에 하루 먼저 나가서 청소도 하고 물건을 반듯하게 정리해두는 것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은 교사의 소중한 고객이기도 합니다. 학생이라는 고객이 있기에 교사라는 직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니 고객을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해두는 것은 교사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선생이라는 직업을 찬찬히 살펴보면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교사를 해서 크게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무한한 힘을 지닌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직업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커다란 명예를 가질 수도 없는 직업이긴 합니다만 따지고보면 가장 멋진 장사(?)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장래에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사서(?) 기르는 직업이니 장사로 치자면 이만한 장사가 어디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돈을 번다면 꼭 장학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장래성이 있는 아이들에게 돈을 대어주고 공부를 시켜서 큰인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죠.

 

하지만 장학사업은 꿈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엄청 높으니 헛된 꿈일랑 빨리 버리고 그저 올해 맡겨진 아이들이라도 성의껏 가르쳐보고 싶다는 것이 내가 가지고 싶은 소박한 희망입니다. 오늘은 그 희망을 실현해줄 소중한 아이들을 자그마치 서른명이나 만났습니다. 결국 나는 오늘, 참으로 큰 재산을 지닌 부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