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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올해도 나의 길을 가련다 - 다시 6학년 담임을 맡으며

by 깜쌤 2012. 2. 29.

확실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게 맞는가 봅니다. 교육계에서도 예의와 염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막되어 먹은 자들이 수장(首長)이 되어 큰 목소리로 설쳐대는 것이 잘난 것으로 여기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못된 자가 한번 어지럽혀놓은 개울물을 다시 맑아지도록 기다리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일 것입니다.        

 

최근 십여년 사이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교육현장의 비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교육 조직내의 비리와 부정 부패는 제가 젊었던 날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르다고 봅니다. 제가 잘모르는 면을 확실한 증거없이 함부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리가 가는 일이므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만 아직도 숨어있는 비리와 부패의 정도가 어느 수준일지는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그것 뿐이겠습니까? 아이들의 폭력성과 교육현장의 살벌함은 도가 넘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무엇보다 맑고 깨끗하고 순수하고 순진해야할 아이들이 폭력과 무질서에 멍들어 가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만 이제는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나이 열둘 열셋 정도밖에 되지 않은 초등학교 6학년의 아이들만 해도 너무 거칠어져 막나가는(?) 편이어서 어지간한 교사들은 6학년 담임을 기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것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남자교사가 6학년 담임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것만 가지고 확실한 해결방법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여교사분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만 정말이지 보통능력으로는 여선생님들이 6학년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효율성있는 수업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교육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도 공부깨나하는 사람들이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지려고 몰려드는 것을 보면 아직은 교직이 좋아서 그런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공무원 시험이 수십대일 내지는 수백대일 단위로 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40학급이나 되어 규모가 제법 큰 축에 들어가는 제가 근무하는 학교만 해도, 6학년 담임을 하겠다고 과감하게 지원한 사람은 숫자가 정말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6학년 아이들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비록 소수라고는 하지만 일부 학부모님들도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나는 지난 2월에 스물일곱번째로 아이들을 졸업시켜 내보냈습니다. 교직생활 총경력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고 6학년 담임을 해서 아이들을 떠나보낸 횟수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2012학년도 올해도 6학년 담임으로 확정되었으니 스물여덟번째로 6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다는 말이 됩니다. 최근 들어서만 본다면 연속 13년째로 6학년 담임을 맡은 것이죠. 14년전에 3학년 담임을 한번 하고 또 그전에 4년 연속으로 했으니 어쩌면 고학년 담임은 저에게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왜 승진을 안하느냐고 물어오기도 했습니다만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너무 좋았기 때문에 현장에 남으려고 일찍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것도 남들이 기피하는 학년을 맡아하는 것이 괜히 좋더군요.

 

사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6학년 담임교사는 제법 인기있는 보직(?)이어서 젊었던 날에는 6학년 담임맡기를 원했었지만 경쟁에서 밀려 다른 학년담임을 맡아야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서로 안맡으려고 하는 기피학년이 되어 버린 것이죠.

 

2월 중순경에, 2012학년도에는 어떤 학년을 희망하며 어떤 업무를 맡아 하기를 원하는지에 관한 희망서를 내어달라는 내용으로 내부통신망을 통해 연락이 왔습니다. 나는 주저없이 6학년 담임교사를 맡고싶다고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사실 체력적으로나 실력면에서나 조금씩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벌써부터 원로교사 티를 내기 싫어서 과감하게 지원을 했습니다.  

 

 

지난 2월 18일 졸업식때는 손과 마이크만을 사용해서 5학년과 6학년 모두 18개학급을 통제해서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졸업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새로 전근을 간 학교에서는 이제 일년밖에 보내지 않았습니다.너무 제 자랑(?)을 하는 것 같아서 정말 쑥스럽습니다만 그런 것을 보고는 모두들 계속해서 6학년 담임을 맡아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2월 24일에는 벌써 새로운 학년도의 학급담임을 발표하면서 제가 맡게 될 아이들 명단까지 받았습니다. 올해는 또 어떤 모습을 지닌 아이들을 만날지 모르겠습니다만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그런 기대를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가르쳤던, 혹은 가르치게 될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모이는 카페에도 벌써 지난 24일에 인사말을 겸한 글을 올려두었습니다. (여기는 제 블로그이고 학급카페는 따로 있습니다.)   

 

 

사실 제 나이만 되어도 원로교사입네 하고 뒷짐을 져도 될 것입니다만 적어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기는 싫었습니다. 그러길래 담임희망도 남들이 기피하는 6학년을 먼저 지원했습니다. 저부터 그렇게 지원을 해드리면 학교 경영자 입장에서는 담임배치를 하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수고해서 남들이 조금이나마 편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죽했으면 올해부터 제가 소속되어있는 교육지원청에서는 6학년 담임을 맡는 교사들에게 관내인사이동시 0.5점의 부가점수를 주겠다고 나서겠습니까? 그만큼 6학년 담임을 맡아서 감당해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말이지 아이들이 거친 것은 말할것도 없고 6월에 실시하는 국가단위 평가시험에 대한 부담 큰 골칫거리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 겁먹지는 않습니다.  

 

 

프랭크 시내트러(=시나트라)가 불렀던 마이웨이(My Way)의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Daum지식검색에 올라온 것을 일부분만 인용해보았습니다. 사실 이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Regrets, I've had a few    후회?..몇번해봤지.
But then again too few to mention   하지만 별로 거론할만큼 많았던건 아냐..
I did what I had to do   난 내가 해야하는것을 했고.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한치의 예외없이 난 끝까지 해냈지.
I planned each chartered course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way  

샛길을 따라 조심스러운 걸음도 계획했었어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하지만 그보다, 난 내 방식대로 더 많은걸 하며 살았다는거야.
Yes there were times I'm sure you   그래... 너도 잘 알겠지만..
Knew when I 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    지나치게 과욕을 부린적도 있었어

올해도 나는 내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누라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