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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야생화와 분재사랑 Wildlife Flower

명자야, 명자야 - 아가씨나무

by 깜쌤 2012. 3. 20.

 

꽃이 아주 붉다. 붉다못해 빨갛다고 하는게 나으리라. 이 녀석은 봄에 핀다. 원래는 4월경에나 피어야 하지만 비닐하우스 속에 들어있다보니 조금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야생으로 자라는 곳이 있단다. 아마 중국에서 들어와서 퍼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어찌보면 붉은 빛이 도는 매화같기도 하지만 매화는 확실히 아니다. 물론 열매도 달린다. 무슨 꽃일까? 한눈에 알아맞추는 분은 꽃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임이 틀림없다. 어떤 곳에서는 울타리 용으로도 쓰이고 도로가에 조경용으로도 심기도 한다. 가지에 가시가 달리기도 하므로 울타리용으로 쓰는가 보다.   

 

 

운두가 낮은 화분에 두개의 줄기가 솟아올랐다. 하나는 굵고 높으며 다른 하나는 작고 다른 쪽보다 살짝 낮아서 절묘한 균형미를 보여준다. 아랫둥치 굵기도 제법 된다. 분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분토와 나무에 이끼가 곱게 먹었다. 제법 명품티가 나는 멋진 작품이라는 말이다.

 

 

무슨 나무일까?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일찍 답을 밝혀야겠다. 명자나무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살던 마을에서 가장 부자였던 집 딸 이름이 명자였다. 나는 이 나무를 볼때마다 그녀 이름을 떠올렸다. 물론 이제는 얼굴마져 생각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산당화라고 부른다. 또 어떤 이는 보춘화라고도 부른단다.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지만 그럴 경우 한국산 춘란과 혼동할 가능성이 꽤나 높다. 남도에 자생하는 춘란을 보춘화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가씨나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아가씨나무! 그렇다.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사춘기를 지나 갓 피어나기 시작한 봄처녀를 연상시킬 정도로 때깔이 고운 나무가 아니던가? 이 붉디 붉은 꽃색을 어디에 대고 비교할 수 있으랴? 나는 넋을 놓고 명자나무 꽃을 보고 있었다.  

 

 

화사함과 고고함이 어우러진 나무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온갖 풍상을 견뎌내며 인고의 쓰라린 세월을 녹여낸 나무만이 명품명목(名品名木)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법 과장하자면 나는 오늘 그런 나무를 본 것이리라. 일본에는 국보대접을 받는 분재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보 취급을 받는 나무는 언제쯤 나타날 수 있을까? 수백년동안 대를 이어 내려온 명목이 국보로 인정받는 그런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빌어본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