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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첫만남이 중요하다 - 1

by 깜쌤 2012. 3. 5.

 

교사와 아이들과의 첫만남에 관한 글을 쓰고 난 뒤 6년만에 다시 같은 주제로 글을 써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번과는 달리 3월 2일 첫날에 있었던 일을 소개해 보며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다른 글에서 저는 3월 1일에 출근해서 새로운 교실의 청소를 해두고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면 아래 주소를 눌러보기 바랍니다. 미리 읽어두시면 도움이 될테니까요. 

 

                             http://blog.daum.net/yessir/15866830

 

아침 8시반까지 출근을 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만 그 5분전에 교실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 사진 속에는 보이지 않지만 칠판에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볼 것"이라고 써두었습니다. 제가 올해 근무하는 학교는 6학년이 아홉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남자교사가 저를 포함해서 3명이고 여교사는 모두 여섯분입니다. 올해 새로 전입한 여교사가 세분이었고 작년에 이어 유임해서 6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가 셋, 다른 학년을 하다가 6학년으로 올라온 교사가 셋,  이런 식으로 모두 9명이 한학년을 맡게 되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아이들은 자기들 교실이 어디인지 담임선생은 누구인지 다 알고 학교에 왔을 것입니다. 첫날이어서 아이들이 교사가 칠판에 써둔 내용대로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을 것이라고는 기대를 하지 않고 출근했습니다. 어떤 반 아이들은 밖에 나와서 떠들고 있기도 했는데 저희반 아이들은 다행스럽게도 전원이 교실에 앉아있더군요. 하지만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아이는 명에 불과했습니다.

 

짐작은 한 일이었지만 아이들의 실태를 알아볼 수 있는 멋진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한명만 책을 펴고 독서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반 아이들 대부분이 첫날에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기본 생각에 이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죠.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리 강당에 가서 대기하는 아이들>

 

개학 첫날에 아이들이 떠드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실은 공공장소이고 공부를 하는 곳이니만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위해서라도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하는  것이 정상적인 태도가 아닐까요? 그리고 첫날이니까 책을 안가지고 가도 된다는 그런 생각은 과연 옳다고 볼수 있을까요?  

 

이 아이들은 당연히 저와는 오늘이 첫만남을 가지는 날입니다. 제가 교과서를 가지고 오라고 이야기한 사실도 없었고 어쩌면 아이들도 책을 가지고 가야한다는 그런 생각을 미쳐 못했을 것입니다만 그게 바로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좋은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9시부터 근무 시작이라고 할 경우에 교사가 9시에 교실에 들어와서 컴퓨터 부팅도 하고 일을 할 준비를 하면서 커피라도 한잔 마신 뒤에 9시 5분이나 10분쯤되어 일을 시작해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선생님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새롭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8시 50분 정도에는 출근을 완료하고 일을 할 준비를 다 하면서 차라도 한잔 마신 뒤 9시부터 일을 할 수는 없을까요? 그 작은 의식의 차이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하는 차이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일본이나 독일인들은 후자의 경우이고 우리는 전자의 경우가 아닐까요?   

 

 

 

아이들은 나에게 혼이 나고 나서야 교실 안에 있는 아무 책이나 한권 구해서 펴놓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서른명의 아이 가운데 한명은 책을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했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물어보았습니다.

 

"Can I catch your name, please?"

"My name is Lee Soo Jeong." 

 

나는 이 짧은 순간의 대화와 행동관찰를 통해서 책을 보고 있는 아이의 인성과 마음가짐과 영어실력을 대강 짐작해냈습니다. 이런 아이는 틀림없이 일년내내 모범생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반듯한 행동으로 남에게 모범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영어공부를 멋지게 잘 해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죠.

 

교사의 역할과 자세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날 첫순간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과 성격과 자질을 판단하고 꿰뚫어보는 눈을 교사는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집에 갈때 보았더니 이 아이는 스스로 혼자 남아서 물걸레를 가지고 교실 청소를 해주더군요.

 

 

아이들은 제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기에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책을 보며 앉아있었습니다. 내부 통신망을 통해 8시 40분에 회의실에서 임시교무회의를 한다는 연락이 왔길래 아무 말없이 회의실로 내려갔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다시 교실이 잇는 4층으로 올라왔는데 복도에서 슬며시 들어보니 약간의 작은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 아이들은 교실에서 정숙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런 자세가 생활화되어 있지 않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이 아이들은 교사가 교실에서 나갈 경우 순식간에 자기통제력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부 선생님들께서는 첫날부터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들어두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생활 지도를 게을리할 경우 좋은 수업을 하겠다는 꿈은 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지도가 바탕이 되지 않는 학급에서 효과적인 수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겪어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사실입니다.  

 

 

입학식을 하기 전에 20여분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시간을 이용해서 담임교사 소개를 했습니다. 미리 학급카페 홈페이지를 찾아두었다가 보여줍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주소를 눌러보시기 바랍니다. 꼭 읽어보시는 것이 이해하기에 편할 것입니다. 

 

                                    http://cafe.daum.net/sirrr/UUxG/1 

 

학부모님들께 드리는 인사까지 겸했으니 집에가서 더 자세히 읽어보라고 이야기를 해둡니다. 그 다음에는 블로그의 초기화면을 보여주며 저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담임교사의 소개는 충분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 소개를 해나가는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므로 아이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오전 10시부터 입학식을 하므로 9시 40분에는 교실에서 출발하고 45분경에는 강당에 도착을 한 뒤 6학년 전체 아이들을 정리완료시키는데 넉넉잡아서 5분 정도가 소요될 것이기에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무 훈련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강당으로 가서 입학식을 하는 것도 제법 난감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호루라기 소리가 아닌 아주 특별한 소리가 나는 전용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나서는 선글래스를 꼈습니다.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서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교실 뒤편에 아이들을 성별로 각각 1줄로 서게 했습니다. 물론 반드시 입을 다물도록 이야기를 미리 해두었습니다. 한줄로 복도를 걸어가서 계단을 통해 현관까지 간뒤 신발을 갈아신고 강당 정문을 통해 들어가서 줄을 서라고 자세하게 미리 설명을 해두었습니다.

 

이런 것이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기본요령입니다. 무엇이든지 세밀하게 충분히 이해가 가도록 잘 설명을 하고는 행동요령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것 말입니다. 말로 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매일 가지고 다니는 외장하드 속에는 엄청난 수의 학습관련 사진과 행사관련 사진이 저장되어 있으므로 찾아내서 모니터에 띄워두고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제 블로그 속의 이 카테고리를 열어두고 모니터로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1학년 아이들을 가운데 두고 6학년 9개반이 양쪽으로 갈라져서 줄을 서도록 했습니다. 그러니 좌우로 번갈아가면서 통제를 해야합니다. 그냥 호루라기와 손신호만으로도 충분히 통제가 되므로, 1학년 학부모님들이 보는 가운데 마이크를 들고 설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약 열흘전의 졸업식때 당시의 5학년 아이들(지금의 6학년)에게 간단한 손신호를 지도해두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쉽게 통제가 되었던 것이죠. 오직 호루라기 소리와 손신호만으로 9개반을 쉽게 다루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입학식을 마친 뒤에는 각 담임선생님들이 자기반 아이들을 데리고 강당을 빠져나가서 교실로 가도록 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므로 나머지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