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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첫만남이 중요하다 - 3

by 깜쌤 2012. 3. 12.

 

조용히 앉아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밥을 먹을 때는 절대로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규율이 바로 서게 되면 친한 사람과 같이 밥을 먹도록 허락해주기도 합니다. 그때도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이야기를 해도 좋지만 소근소근 말하라는 것이죠.

 

그 말은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때는 남을 배려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며 예의를 갖추라는 것입니다. 이미 앞에 올린 두번의 글을 통해서 보았겠지만 제가 가르치는 학급에서는 식사당번이 따로 정해진 것도 없으며 누가 배식을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음식을 가지고 와서 차려주는 식사당번은 매일 바뀝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조금 속된 표현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먹는 것에 목숨을 거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식사당번을 그날그날 다르게 임명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는 것과 시간을 뺐기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아시면 좋습니다.  

 

  

교사가 하는 말에 집중을 잘 하거나 수업시간에 발표를 잘 하는 아이들 4명을 식사당번에 임명해서 음식을 다 차려놓게 하되 먼저 식사를 하도록 해서 대접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식사당번으로 잠시 봉사를 하는 아이들도 좋아하게 되고 나중에는 서로 하려고 지원을 하게 됩니다.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음식을 차리는 방법이나 식사지도 요령은 저번 글에서도 한번 소개를 했습니다만 혹시 못읽어본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주소를 소개해드립니다. 그 글을 보시고 지금 올려둔 이 글을 읽으시면 훨씬 이해하기가 편할 것입니다.

 

                                   http://blog.daum.net/yessir/7331875 

 

반대로 수업태도가 나쁜 아이들 4명을 골라서 -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제가 맡고 있는 학급의 아이들은 서른명입니다 -  식사당번을 시켜도 됩니다. 이럴 경우에는 식사당번을 하는 아이들은 식사를 제일 뒤에 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3교시나 4교시 수업에 태도를 바르게 하려고 애를 쓰게 되죠. 그렇게 되는지 안되는지는 한번 실험해보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첫날에 도시락을 싸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사연을 물어본 결과 신장이 나빠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세밀하게 살펴서 아이가 가진 특수한 형편을 빨리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 학급 전체 아이들에게 신장염이 가지는 특징을 이야기해두고 절대로 괴롭히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신장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 생기는 증세와 주의사항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많은 자료가 나오므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세밀하게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 아이의 옆구리나 배부분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미리 이야기 해두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두면 아이들은 교사를 보는 눈을 다르게 가집니다. 요즘 6학년은 알것을 다 아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선생님이 겸손한지 교만한지,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순식간에 다 파악하는 아이들인데, 괜히 교사가 나서서 잘난척을 하거나 거만을 떨면 좋을게 없습니다.

 

교사가 가진 진실한 면을 보여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어야 할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정해진 규칙은 철저히 지키는 것이 원만한 학급경영을 하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자주 바꾸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법입니다. 인간이 절대 가져서는 안될 성품 가운데 하나가 거짓말 하는 것과 말을 자주 바꾸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느 나라든 정치가나 행정가가 거짓말을 하게 되면 신뢰를 잃는 것이 당연합니다만 아주 예외적인 나라가 있으니 그게 바로 우리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치가가 아무리 말바꾸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독 심한 것 같습니다. 결국 인성교육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지요.

 

 

 

점심을 먹고 난 뒤에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하고나서 아이들을 보내줍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아이들이 해야할 일이 하나 더 남았습니다. 교사가 평소에 모아둔 복사지 이면지를 꺼내서 아이들에게 한장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름표를 만들기 위해서죠.

 

유인물이나 교과서나 다른 물건같은 나누어줄때 6학년쯤되면 반드시 앞에서부터 뒤쪽으로 전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형편에 따라 뒤에서부터 앞으로 전달할 수도 있고, 옆에서 옆으로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훈련도 첫날에 시켜두면 아주 유용합니다.

 

경험이 적은 교사들은 스스로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나누어주기도 합니다만 고학년의 경우에는 절대로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들이 가진 행동특성상 일어나서 돌아다니게 되면 시끄러워지게 되고 순식간에 학급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맙니다. 이런 것을 교사는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조금 교만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제 어떤 교실에라도 들어가서 아주 작은 소소한 것 한두가지만 봐도 그 교실의 주인인 담임교사의 수준이나 능력, 조직력 같은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내린 그런 판단은 거의 틀리지 않더군요.

 

 

저도 젊었던 날에는 60명 정도의 아이들 이름을 15분 이내에 외울 수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15일이 지나도 외워지지가 않더군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은 쇠퇴하는 것 같은데 지혜나 경륜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기억력도 기억력 나름이어서 젊었던 날에 읽었던 책들의 내용은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많습니다.

 

아이들 이름을 외우기 위해 이면지를 한장씩 나누어주고 난뒤 삼각기둥 모양을 만들게 했습니다. 아이 스스로가 봐서 자기 이름이 바르게 되도록 쓰고 또 다른 한면에는 교사가 봐서 이름이 정확하게 보이도록 글씨를 쓰게 합니다. 그런 뒤 책상 왼쪽 끝머리에 고정을 시켜두는데 저는 스카치 테잎같은 것은 절대 못쓰게 했습니다. 나중에 종이를 버릴 경우를 미리 생각하기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필통이나 지우개 같은 것을 삼각기둥 안쪽에 넣어서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아주 작은 수첩을 끼워두어서 고정시키기도 하더군요. 서예시간에 사용하는 서진 같은 것은 넣지 않도록 합니다. 발등에 떨어질 경우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에는 이름표를 보면서 얼굴과 연결시켜 이름을 외워봅니다. 다 외워지면 이름표를 하나씩 제거하면 되는데 외운 아이의 종이는 교실 한쪽에 마련된 종이 상자에 넣어 재활용해도 되고 아니면 기념으로 아이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개인자료용 A4클리어 화일에 모아두도록 해도됩니다. 재인자료용  A4클리어 화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제 길고 긴 하루 일정이 대강 끝났습니다. 하지만 오후부터 바쁘기 시작합니다. 직원모임에다가 각종 업무처리를 행하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이런 식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선생 직업을 아주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천만에 말씀입니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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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라는 영화를 보신 분이 계시지 싶습니다. 코넬리우스 라이언이라는 분이 쓴 전쟁소설인데요, 이제는 절판된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에서 축약하여 실은 내용을 읽어본 기억이 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연합군이 수행했던 <마켓 가든 작전>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것이죠. 엄청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던 영화로도 유명합니다. 못보신 분들은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나오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새학기 첫날부터 한주일간  대부분의 교사들이 아이들과 겨루는 이런 순간들은 그런 명작 전쟁영화나 소설 못지않은 긴장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머나먼 다리>혹은 <멀고먼 다리>로 번역된 <A Bridge Too Far>라는 영화는 1977년 작품이었습니다.

 

첫날, 정말 "길고 긴 하루"였습니다. "멀고 먼 다리"를 건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하루 말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