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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그래도 사람인 이상, 이러면 안된다

by 깜쌤 2012. 1. 16.

 

 

부모되어 살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자식이 죽는 것은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을 참척(慘慽)이라고 합니다만 그런 일을 당한 부모 입장에서는 한없이 애처롭고 괴로운 일이 됩니다.

 

1월 16일 오늘 아침, 8시 조금 넘은 시각에 경주와 안강 사이를 잇는 68번 도로에서 여고생을 태운 통학버스가 넘어지면서 2명의 여학생이 숨지고 여학생 12명과 운전사를 포함한 13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합니다. 

 

 

 

 

혹시 제가 가르친 아이도 포함되어 있을까 싶어서 지금도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다친 아이들은 빨리 완쾌되기를 빌고 죽은 아이들의 가족분들께는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을 겪어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인데 누리꾼이 달아놓은 댓글을 보면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기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싶어 이 글을 써봅니다.

 

사람으로서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싶기도 하고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화면을 잡아서(capture) 잠시 소개를 해봅니다. 참고로 밝혀두자면 나는 여기에 ID가 오른 분들을 비방하고자 하는 뜻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뉴스가 입력된 시각이 오전 11시 경인데 댓글을 단 사람들은 아직 12시가 안된 시각이니 뉴스를 보고 얼마있지 않아서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인용한 사진속의 글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자판 제일 왼쪽 아래의 컨트롤(Ctrl) 키를 누른 상태에서 마우스 한가운데 있는 회전장치를 살살 움직여보면 크게 보이기도 하고 작게 보이기도 할것입니다.

 

어느 누가 어떤 글을 올렸다는 식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이런 일에조차 철저한 정치논리를 들이밀어 증오에 가득찬 독설을 퍼부어대는 이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지방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과는 대화하는 것조차 철저하게 피합니다. 자기 고장을 사랑하여 자랑을 하는 것과 지방감정을 부추기면서 말하거나 밑바탕에 깔고 이야기하는 것은 명확하게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자라고 태어난 고장을 사랑하는 것과 자랑하고 싶은 것은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하는 어린 생명들이 죽고 다치는 일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악담을 퍼부어 대는 것은 인간성 본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커서 어느 당을 찍을 아이들이니 잘죽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의 편견도 정말 대단합니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철이 없었기에 젊었던 날에는 남을 미워하기도 해보았고 시기하고 질투를 하기도 했었습니다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선생을 오래하다보니 별별 사람을 다 만납니다만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에게 철저히 지방감정에 의거한 정치논리를 주입시키면서 노동문제와 특정국가에 대한 반감을 가지도록 기른 부모를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가정에서 자기 자식을 그런 식으로 가르치면서 키우는 것도 부모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자식을 그렇게 길러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때 어느 저명한 신문사의 주필을 지낸 분이 쓴 책을 본적이 있었는데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의견을 가진 교사들은 "깨어있고 의식이 있는 교사들"이고 나머지 교사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쓰레기 같은 선생들이라고 매도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그런 분들이 여론을 주도해나가기도 했으며 국민을 다스리기도 했고 정의를 자기들 혼자서 모두 독점한 듯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을 볼때마다 우리 사회의 병폐가 보기보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해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하기사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마다 나타나는 삼류 정치인들의 막가는 식의 언행과 지방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들을 보며 통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그런 사람들의 영향력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인간들 자체의 자체의 사악함 때문인지 여고생의 죽음 앞에서 이런 식으로 글을 올리는 분들의 심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착잡하기만 합니다.

 

 

* 제가 글 말미마다 어리버리라고 씁니다만 표준어는 어리바리입니다. 그 정도는 다 알고 계시지요? 제 필명 대신 의도적으로 쓰는 것이니 흉보시지 말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