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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이런 교실은 찾기가 어렵다

by 깜쌤 2011. 7. 30.

 

 교실! 참 많이도 변했다. 방학전날 교실바닥 수리를 위해 책걸상을 모두 들어냈다. 아이들이 모두 마루바닥에 그냥 앉았다. 2011년을 살아가는 이 아이들에게는 평생해보기 어려운 체험일지도 모른다. 교실 마루바닥에 다함께 앉아보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1960년에는 모두들 교실바닥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마루바닥을 이루는 판자와 판자사이가 엉성하게 벌어져 제법 커다란 틈이 있는 것은 보통이었고 심지어는 마루 여기저기에는 구멍이 뜷려있기도 했다. 나무가지가 있는 부분을 켜면 옹이가 박힌채로 남아있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그 부분을 이루는 부분은 더 심하게 수축되어 떨어져 나가게 되고 결국 바닥에 구멍이 나는 것이다. 

 

관솔부분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송진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를 관솔이라 했다. 소나무는 상처가나면 상처부분에서 진액이 뿜어져 나온다. 그게 송진이다. 관솔이 박혀있는 부분도 잘 빠졌다. 그러면 마루바닥에 구멍이 나는 것이다. 이젠 그런 엉성한 나무바닥은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   

 

 

이 사진은 1960년대의 교실 모습이다. 유리창에는 아주 얇은 종이를 풀로 발랐다. 교실 앞뒤에 붙어있는 문은 나무로 되어있고 유리창조차 박혀있지 않았다. 당연히 마루바닥은 나무였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교실에만 책상이 보급되어있었다. 5학년 교실에는 책상이 모자라서 반은 마루바닥에 앉고 반은 책상에 않아서 공부했다.   

 

그때는 교실 한칸에 60여명 들어가는 것은 보통이었다. 어떨땐 한반이 70여명 넘기도 했다. 거기다가 중학교도 입학시험을 쳐서 들어갔으니 공부에 대한 부담이 보통은 넘는 것이었다. 마루바닥에 앉아서 하루종일 버티는 것도 고역이었다.      

 

 

이번 주일은 경주시내의 어떤 학교에서 영어캠프를 진행하게 되어있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데 나도 한곳을 맡아서 진행담당이 되었다. 원어민 교사 5명과 영어회화 강사선생님, 그리고 교사 몇분과 힘을 합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개교한지 십여년이 조금 넘은 학교라서 그런지 시설이 모두 다 새것이다. 본관건물 건너 운동장 너머에는 유치원 건물과 강당이 따로 있는 것은 물론 본관과 후관이 2층에서 연결되어 있는 도복도 시설을 갖추었으니 누가 봐도 멋지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옛날의 초등학교 건물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이 정도의 변화면 천지개벽을 한 것과 뭐가 다르랴? 시커멓게 기름을 먹인 나무 판자를 벽에 댄 목조건물이었는데 이런 건물속에서나마 공부한 것도 당시로는 큰 복이었다고 생각한다. 제3세계의 몇나라를 여행하면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요즘 같은 세상에도 이보다 못한 건물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영어캠프 기간동안 공부하며 생활하는 영어실의 모습이다. 이 정도의 시설이면 어딜 가져다 놓아도 빠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기다가 요즘 젊은 교사들이 오죽이나 우수한가? 이런 시대에 태어나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가르치는 선생들은 정말 행복하지싶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고생을 안해보았으니 약간의 어려움에도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 조금 힘든 일이 생기면 쉽게 죽음을 생각하고 쉽게 지친다. 하기사 내가 어렸을때처럼 대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던 추억이나 경험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영어캠프를 진행해야 할 영어체험교실의 바닥은 고급 비닐마감재로 덮여있고 책상은 아주 가벼웠다. 칠판 중앙에 들어있는 대형화면은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고 당연히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오른쪽은 화이트보드여서 갖가지 색의 마커(Marker)로 글씨쓰는 것이 가능하다. 즉 분필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좋은 시설을 갖춘 나라는 드물다고 본다. 정말이다. 지방의 작은 중소도시에 있는 학교까지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진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 시설도 그렇다. 어지간한 학교의 화장실도 얼마나 잘만들어 두었는지 모른다. 문제는 사용하는 자의 수준이다.

 

 

이렇게잘 만들어둔 복도에 신발을 신고 올라온 녀석이 있었다. 남의 학교 아이들이지만 그대로 넘어갈 수가 없어서 주의를 주었다.

 

 

이제 이런 마루바닥 교실도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마루바닥 교실은 기억속에 묻어두고 추억으로 되살려낼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