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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차라리 그럴바엔 중학교도 시험쳐서 가도록 하지

by 깜쌤 2011. 7. 16.

 

최근 몇년간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은 시험복(?)이 터졌다. 학교단위 도단위 국가단위 시험이 줄줄이 알사탕처럼 이어지며 등장하는데 안보고 배기랴?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시험을 본 뒤 그 성적을 공개하겠다는데 거기에 휘둘리지 않을 소신있는 교육자가 과연 몇이나 되랴싶다.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가? 막되어먹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개념없이 행동하는 것은 보통이고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진 아이들이어서 온갖 사고를 다 치는게 요즘 초딩들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여 가르치기도 벅찬 마당에 학교를 대표하여 학력까지 올려줘야 하니 6학년 담임교사는 신3D직업으로 떠오를 판이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면 극심한 나라들간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런 식으로 교사와 아이들을 무지막지하게 몰아붙이지 않더라도 잘 살수 있는 길은 있지 않은가말이다. 잘은 모르지만 독일이나 핀란드가 초등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시험으로 몰아붙여서 성공한 나라가 되고 성공한 교육을 만들어내었던가?

 

 

지난 7월 12일에는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6학년과 중고등학교 일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을 보게 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야 시험을 쳐서 돌아오는 직접적인 불이익이 없으니(?) 괜히 선생들만 나서서 아이들을 닦달하는 셈이 되고 말았다.   

 

 

병사들은 전의를 느끼지도 못하는데 지휘관이 혼자 나서서 자기가 살기 위해 부하들을 들볶아야 하는 처지와 뭐가 다르랴? 학습자가 학습의욕을 불태워서 스스로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이 아닐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업성취도를 올리기위해 어떤 학교에서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야간학습까지 시킨다는 말이 떠돌았다. 하기사 사교육기관에서 밤늦도록 공부를 시키는것이나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야간학습을 시키나 그게 그것이며 피장파장이요 오십보백보인 처지다.

 

 

말로는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아이들을 구제해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도록 하겠다고 떠들어대지만 대학입시위주로 교육 시스템을 짜놓고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대면서 교사와 아이들을 들볶으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도저히 감이 안잡힌다.

 

내가 머리도 잘안돌아가는 삼류 따라지 시골 선생이어서 좋은 교육을 받으신 높은 양반들의 거룩하신 뜻을 잘 모르고 함부로 해대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의 모양새가 썩 좋은것만은 아니다. 그 분들이 가라사대 "연작(燕雀)이 어찌 대붕(大鵬)의 뜻을 알리요?"라는 식으로 교사들을 무시하지는 않을테고.....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이 1학기 말에 이런 시험이 있었으니 2학기에는 조금 숨통이 트이도록 배려아닌 배려(?)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이참에 한마디 해두자. 터무니 없는 소리라는 것을 나도 알긴 알지만 하답답해서 해보는 헛소리다.

 

차라리 이럴바엔 초등학교 아이들도 예전처럼 입학시험을 쳐서 중학교에 가도록 해버려라. 학력을 올리는데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전국단위 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 경영자의 인사이동과 학교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어느 경영자가 팔짱끼고 가만히 있을수 있겠는가? 

 

 

 

이래저래 입맛이 쓰다.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말끝마다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학교와 교사들을 매도하기에 바쁘다. 학교를 학원정도로만 인식하는 그들의 한심한 시각도 문제지만 그런 아우성에 흔들리는 교육정책당국도 더 문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 달라져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과서 내용이 요동치기도 하고 일선학교로 시달되는 정책이 너무 괘종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어디 한두번 당해본 일이었던가 싶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부터 방학에 들어갔다. 아이들의 밝고 건강한 웃음을 보며 위안을 삼아 잠시 숨을 돌린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무겁기만 하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