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방학이 오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아이들도 있었다 6

by 깜쌤 2012. 1. 19.

 

 

[소품 만들기]

 

대본읽기를 해 나가면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자기 역할에 맞는 소품을 갖추어 나가도록 미리미리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연극을 공연할때는 반드시 소품이 필요한 법입니다. 소품이 연극에서 차지는 하는 비중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하는 연극이므로 조금 부족해도 되고 서툴러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프로페셔널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쉽게 옮기면 장인정신이라고도 하겠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을까 싶어서 자제하는 것이죠. 다른 말로 그냥 한다면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과 정신'이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이런 연극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교사의 자기만족과 자기과시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자신감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것이 연극 공연의 진정한 목적이기에 교사나 아이들이나 모두 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참된 도리일 것입니다.   

 

이런 연극활동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멋진 기회가 되기도 하며 누가 진정한 리더인지를 확인해보고 리더십(Leadership)을 길러줄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21세기를 살아나가려면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초등학교에서 창의성을 어떤 방법으로 어떤 순간에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능력을 찾아내서 키워주고자 노력합니다. 제가 "내반 아이 일류만들기"라는 카테고리 속에 써둔 여러 종류의 글을 보신 분들은 아이들의 능력이 정말 상상 이상이며 무궁무진한 창의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본 읽기를 통해 대본을 외우면서 아이들은 극 속에서의 자기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소품을 준비해나가는 것이지요. 필요한 소품을 돈으로 모두 다 사려면 한정이 없습니다. 돈으로 찍어바르는 연극공연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해결방법은 아주 간단한 곳에 존재합니다. 미술 시간을 이용해서 자기가 필요한 소품은 자기가 만들도록 하는 것이죠. 스스로 만들어보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물건을 통해 공연을 성공시켜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됩니다.

 

어떤 팀의 리더들은 자기 모둠이 만들어야 할 소품을 파악해서 미리 준비물을 챙겨 오도록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말 놀부전과 영어 놀부전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박이 필요합니다. 박을 어떻게 구해서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요?

 

 

커다란 비닐 공을 가지고 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아이는 색한지(色韓紙)를 구해오고 스카치테이프와 가위같은 물건들을 가져왔습니다. 이제 한지로 공을 둘러싸기만 하면 됩니다. 의외로 간단하게 필요한 물건을 확보하는 것이죠. 물론 가지고 온 플라스틱 공을 그냥 사용해도 좋습니다만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소품을 준비하며 만드는 과정을 알아나가는 것입니다.

 

어떤 해에는 몸이 통통한 여자아이 하나가 커다란 보자기로 자기 몸을 감싼채로 굴러 들어오더니 박 연기를 하기도 하더군요. 그 여자아이의 놀라운 아이디어와 재치에 감탄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재치넘치던 여학생은 지금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준비물은 교실 한구석에 보관하면서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 사진 속에 보이는 여학생은 동화 메들리 속에서 암행어사 이몽룡 역할을 맡음과 동시에 영어 연극에서 나쁜 나무꾼 아내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가지 역은 의상면에서 약간의 공통점이 있으므로 그것을 생각해가며 자기 자신의 아이디어를 살려 소품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아이는 동화 메들리 연극에서 토끼 역할을 맡았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필요한 소품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해와서 만드는 모습입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물품들을 스스로 갖추어 나가는 것이죠.

 

 

개인별로 준비물을 만드는가 하면 모둠별로 준비물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온갖 경험을 다 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수업하는 모습을 보신 분들은 소감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이 매우 적극적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줍니다.

 

다른 과목 수업하는 요령을 쓴 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습니다만 확실히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적극적이면서도 예절이 바른 아이들로 변화하더군요. 적극적이되 단정한 모습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도록 지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소품을 만드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절대로 떠들지 않습니다. 보통 미술시간에는 아이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교사의 허락없이 화장실 출입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교문밖으로 준비물을 사러 나가기도 합니다만 담임교사는 그런 것에 대한 통제를 절대로 게을리하면 안된다고 봅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수업시간에 마음대로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허락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느냐는 식으로 항변을 할 수도 있고 학부모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현실은 단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학교는 성폭력이나 성추행으로부터 절대 안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학교 안에는 사람 출입이 드문 공간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이 자주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6학년 여자아이들의 상당수는 육체적 성숙도가 너무 빨라서 덩치가 어른 못지않게 큰 것은 물론이고 성인여성 뺨칠 정도의 몸매를 가지고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벌써 다 큰 셈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어린아이입니다.

 

학교 화장실 같은 곳에서도 외부인이 침입해서 얼마든지 성추행 사고를 저지를 수 있으므로 수업시간에는 반드시 교사의 허락을 앋고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여학생들 가운데는 생리를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으므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소품을 만드는 시간이기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만 지도하기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쓰레기 발생과 처리하는 방법에도 교사는 신경을 써두어야 합니다. 사진을 유심히 살핀 분들은 알아차리겠습니다만 미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교실 바닥에는 거의 쓰레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발생하는 쓰레기가 거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쓰레기통 부근에도 쓰레기가 넘쳐나는 일이 없습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종이 자투리가 발생하면 차곡차곡 모아서 종이만을 모으는 상자속에 따로 담아두도록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버리는 종이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비닐로 코팅된 종이일 경우 비닐을 벗겨내고 모으도록 훈련을 시켜두었습니다.

 

 

좀 시건방진 이야기같습니다만 매스콤에서 왕따 이야기와 교실이 무너져 내린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저는 그 원인의 상당부분을 우리 교사들에게서 찾습니다. 제가 가진 일종의 직업의식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만 터무니 없는 진단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부모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문제아가 자라는 법이고 문제교사나 무능교사 밑에는 반드시 문제학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학교의 문제는 아이들 자체의 문제와 가정문제도 포함하는 것이지만 교사의 문제가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술시간에는 아이들이 칼과 가위를 잡는 요령부터 시작해서 쓰레기 처리문제까지 세밀하게 신경을 써두는 것은 기본이고 한번 이야기한 안전수칙을 미술시간마다 되풀이해서 주지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소품이 필요한 이유를 모른다면 남이 공연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저는 선배들이 했던 연극공연 장면이나 다른 학교에서 근무를 할때 공연했던 동영상들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으므로 미리 보여줌으로서 필요성을 충분히 납득하도록 해줍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아이들은 집에서 안쓰는 옷을 가져와 자기가 입을 의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품이라고 하니까 자꾸 자잘구레한 물품만을 의미한다고 여기지마시기 바랍니다. 역할에 따라 개인 소품이 거의 필요없는 아이들은 의상을 만들어도 됩니다.

 

의상도 소품이라고 보면 편합니다. 자기 의상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자리에 가서 남의 의상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므로 그 정도의 융통성은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품과 의상을 만들면서 미리미리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즐겁고 교사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과정일 것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