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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추령에서 토함산, 그리고 불국사까지 1

by 깜쌤 2012. 1. 18.

 

경주역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감포나 양남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가다가 중간에서 내릴 예정이므로 버스를 못타서 못갈 일은 없는 것이다. 오늘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곳은 추령에서 토함산에 올랐다가 불국사로 내려오는 길이다. 말로 해서 어디인지 잘 모를 수 있으므로 경주 지도를 첨부해본다.

 

 

 

                                 큰지도 보기를 누르면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경주에서 감포로 가는 버스는 약 20분마다 한대씩 있다. 그러니 교통은 아주 편한 축에 들어간다. 나는 추령부근에서 내렸다. 운전기사는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아주 불친절했다. 나도 경주에서 산지가 제법 오래 됐지만 어쩌다가 한번 그런 사람을 만나면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진다. 나를 내려준 버스는 휑하니 도망치고 있었다. 

 

 

정확한 지점을 대자면 추원이라는 곳에서 내린 것이다. 경주에서 감포로 가는 길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된다. 오늘은 혼자서 걷는다. 나는 원래 그렇다. 해외 배낭여행은 예외지만 평소에는 혼자 걸는 것을 좋아한다. 쓸데없는 재잘거림과 소음은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니 호젓하게 혼자 다니는 것이다.  

 

 

시내버스 정류장 부근에는 산골짜기에서 나는 특산품들을 팔고 있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손님을 기다니는 주인이 안스러워서 어디 계시는가 하고 살폈는데 보이질 않았다.

 

 

 무인가게는 분명히 아닌데.....

 

 

버스에서 내려 버스가 진행하는 방향을 보면 백년찻집이라는 안내판이 보일 것이다. 그냥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한 백여미터쯤 걸어올라가면 도로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두개로 갈라진다. 그럴땐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난 비탈길을 따라 가시라. 그래야 찻집으로 가게 된다. 찻집 뒤로 토함산가는 길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 경주로 나가고 싶다면 버스 정류소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손님이 손을 들지 않으면 버스가 그냥 통과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버스를 탈 생각이라면 팔운동을 하는 셈치고 손을 번쩍 드시기 바란다. 그런다고 경찰 출동도 하는 법이 없고 누가 잡아가지도 않는다.

 

 

 오른쪽 비탈길은 구도로다. 예전부터 경주에서 감포로 넘어가던 길이라는 말이다. 이젠 추령에 터널이 뚫리면서 도로 이용차량들이 확 줄어들었다.

 

 

 왼쪽 골짜기로는 집들이 몇채 보였다. 언제봐도 정겨운 풍경이다.

 

 

 여기에서도 한우를 먹이는 모양이다. 오염방지 시설은 잘 해두었으리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믿기 싫어도 그렇게 믿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 싶어서 해보는 소리다.

 

 

 저 골짜기 안에도 펜션들이 있다. 요즘은 온 사방천지에 펜션이다.

 

 

 오른쪽으로 난 구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정상 부근에서 찻집을 만나게 된다.

 

 

 무슨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듯한 집이다.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고개를 넘다가 해질무렵 깊은 산골짜기에서 고래등같이 커다란 기와집을 만났어요~~"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그런 이야기 속의 집같은 분위기가 난다.

 

 

주차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커다란 마당이 있는 산자락 밑에는 작품들이 가득 들어있는 전시 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귀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물건을 보고 털어갈 생각을 먼저한다면 당신은 도둑이다. 퀴즈를 내어보자. 분명히 도둑놈은 아닌데 남의 집에 가서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을 뭐라고 할까?  아이들은 강도라는 대답을 많이 한다. 도둑과 강도는 분명히 다른 존재다.

 

 

 정답이 궁금한가? 알아맞추는 분들은 유머감각이 대단한 분들이다. 토함산으로 오르려면 이 찻집 속으로는 들어가지 말고 바깥 담을 따라가서 담끝에서 오른쪽으로 돌기 바란다. 거기까지 가면 길이 나오게 되어 있다.

 

 

 나는 과거를 보러가는 어설픈 선비가 되어보기로 작정했다.

 

으흠..... 날은 저물고 갈길은 멀고.... 벌써 하루해가 저물기 시작하니 오늘 이 밤을 이집에서 유(留 머물다)하기 위해서는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다짜고짜 들어갈 수 없으니 어디 사방이나 한번 살펴보기로 할까나?

 

 

백년다원이라......  이름 한번 아름다구먼......  여기저기 걸린 초롱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집이로구나. 가야금 가락이 구성지게 울려퍼지긴 한데 어찌 인기척이 드문고? 

 

  

 바깥 마당 한구석에 가득한 저것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고? 어디 한번 다가가봐야겠구나.  

 

 

 전통 인형이로구먼. 종이로 만든 것인지 흙으로 구운 것인지 구별이 안되니 어딜 가서 물어본다? 그렇다면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봐야겠구나.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어찌 사람이 나와보지도 않는고? 헌데, 마당에 가득한 기암괴석하며 정원수로 심은 소나무들의 품격이 예사롭지 않구나. 주인은 풍류를 아는 분인가 보이.

 

 

대문간에 써붙인 이 말들은?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이라니.......  무엇인가 깊은 뜻이 있는게 틀림없구먼.

 

 

 다시 또 새롭게..... 그것 참 말이 되는구먼. 혹시 이번 과거에서 제목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아닐른지? "나날이 새롭게"! 그것도 말이 되지 않는가? 어쩌면 주인의 호가 청향(淸香)일지도 모르겠네. 이런 깊은 산중에 사는 어른치고는 멋과 격조를 갖춘 분이 틀림없겠네그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불러봐야겠네.

 

"게 아무도 없느냐?"

 

 

 나는 그렇게 혼자 선비놀이를 하다가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기를 포기하고는 정신을 차린 뒤 바깥 돌담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내 나름대로는 제대로 재미를 봐가며 공상을 한 셈이다.

 

 

이제 이정표가 나왔다. 여기까지 찾았으면 오늘 등반은 성공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 정도 거리라면 산길임을 감안할때 두시간 정도만 걸으면 될 것이다.

 

 

찻집 뒤로 산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보였다.

 

 

바로 이 길이다. 이젠 길따라 걷기만 하면 될 것이다.

 

 

은은히 울려퍼지는 음악 소리를 귓전으로 흘려가며 부지런히 걷기 시작한다.  

 

 

집이 끝나는 곳부터는 오르막이다.

 

 

계단이 보였다. 등산객을 위하여 세밀하게 신경쓴 흔적이 보였다. 

 

 

나뭇가지엔 이파리 하나 붙어있지 않았다. 하기사 비탈을 타고 오르는 산바람이 오직 매서우랴?

 

 

작은 산봉우리로 올라서자 휴대전화 기지국이지 싶은 시설물이 보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인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