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과 자전거 색깔과의 조화가 놀랍다.
낙엽이란것도 따지고보면 시신이나 마찬가지다. 이파리 하나하나가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색깔을 지녀야할 이유가 있을까? 자연의 오묘함은 한이 없다.
한옥과 단풍과의 조화로움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끄트머리에 가을 여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1960년대의 톱가수였던 권혜경씨 생각이 났다. <산장의 여인>이라는 노래를 불렀던 여자가수 말이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갑자기 구르몽이라는 시인이 생각났다. 레미 드 구르몽이 쓴 <낙엽>이 떠올랐던 것이다. <낙엽>은 "시몬 너는 좋으냐?"라는 귀절이 나오는 시로도 제법 유명하다. 아래에 그 전문을 소개해 두었다.
낙엽(落葉)
구르몽(Ramy de Gourmont)
시몬, 나무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덥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색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경주월드쪽으로 다가갔더니 분위기가 일변했다.
여긴 주황과 갈색의 세계다.
노란 은행잎과 붉은 벚나무 단풍이 기가막히게 어울린다.
거기다가 놀이공원의 동화같은 분위기.....
확실히 동화의 세계는 아름답다.
떨어진 가로수잎들이 자욱한 인도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온천지에 낙엽이었다.
같은 색으로 통일한다는 것은 놀라운 감각이다.
원색이 마구 어지럽게 어울리는 것은 눈만 어지럽게 할 뿐이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보았다.
이제 찬바람이 불면 모두 다 사라지리라.
외국인 한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는 내가 시내에서 올라올때 만났던 사람이다.
시내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이다.
진정 그는 자연의 변화를 만끽할 줄 아는 사람이리라.
자연이 물들여둔 색깔이 이렇게 오묘하다니.....
한번 보고 스쳐지나가기엔 너무 아깝다.
온천지에 가을이 가득했다.
이젠 겨울을 기다린다.
나는 봄이 좋다.
이제 봄을 기다리리라. 그런 뒤에는 다시 가을을 기다릴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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