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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5

by 깜쌤 2012. 1. 13.

 

산자락에서 위를 올려다 보았을때 산정상으로 연결된 계단 끝머리에 자리잡은 남천문까지 갔다고 해서 태산을 다 오른 것은 아니다.  

 

 

태산의 정상은 옥황정(玉皇頂)이다. 남천문에서 옥황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평탄한 편에 속하는데 그 길을 천가(天街)라고 한다. 하늘길이나 하늘거리 정도로 번역하면 되겠다.

 

 

천가 여기저기에는 빈관들도 제법 보였다. 태산 일출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천가 부근의 아무 호텔에서 머무르면 되겠다. 

 

 

태산을 오르는 제일 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가 삭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도화원촌(桃花源村)에서 삭도를 타고 오르는 것도 아주 편안한 방법이리라.

 

 

우리는 천가를 걸어 태산 정상을 찾아가기로 했다.

 

 

길 왼쪽으로는 상가가 쭉 이어진다. 먹을 것도 많고 마실 것도 많다. 비싸서 탈이지만.....

 

 

우리가 올라온 계단길 건너편으로는 도화원촌과 중천문쪽에서 삭도를 타고 온 사람들이 사용하는 길이 보였다. 

 

  

태산이라는 곳이 참 묘한 곳이다. 밑에서부터 산으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이지만 정상 부근은 상당히 평탄해서 다니기가 아주 쉽기 때문이다.

 

 

밑으로 남천문이 보였다.

 

 

태산을 오르는 사람과 태산에서 내려가는 사람들로 인해 남천문 주위에는 그저 사람 천지였다.

 

 

삭도를 타는 것도 고역이지 싶다. 사람이 워낙 많으니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으리라.

 

 

천가 주위에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살짝 짜증이 나려고 했다.

 

 

산봉우리를 타고 구름이 마구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러니 밑에서 보면 구름에 휩싸여 정상 부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산기슭으로는 구름이 끊임없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아깝다. 아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로 만든 정자가 여기에도 보였다. 저 멀리 문이 보인다.

 

 

왼쪽 절벽면의 바위들은 몸에 새겨진 수많은 글자로 인해 상처투성가 된채로 세월을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천가의 모습이 이제 대강 짐작되리라. 거리는 약 600미터 정도 된단다.

 

 

우린 '승중'이라고 이름 붙여진 돌문을 통과했다. 중승이라고 읽어야하는지 승중이라고 해야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천가는 계속 이어진다.

 

 

산기슭 곳곳에는 건물들이 숨어 있었다. 참 묘한 곳이다.

 

 

어지간한 바위는 모두 다 깎아서 글자를 새겼다.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자면서 글은 왜 이런 식으로 새겨두는지 모르겠다. 오른쪽의 '보호세계유산'이라는 글귀의 내용이 무색할 지경이다.

 

 

저 앞쪽에 또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다. 이제는 계단만 봐도 슬며시 겁이 날 지경이다.

 

 

태산은 세계자연유산인 동시에 세계문화유산이다. 2관왕이라고나 해야할까보다.

 

 

절벽 끝자락에 올라선 사람들이 은근히 부러워졌다. 목적지 부근에 가 있기 때문이다.

 

 

계단 끝머리에 자리잡은 저 건물은 무엇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벽하사라는 이름을 가진 도교사원이었다. 불교 신자들이 가는 절이 아닌, 도교를 신봉하는 분들이 가는 사원이다.  

 

 

이제 벽하사로 이어지는 계단길을 오른다.

 

 

망오성적(望吳聖跡)! "오나라를 바라다본 거룩한 자취"라는 뜻이 아니던가?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그런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힌트가 될만한 자료를 하나 찾았는데 찜찜하기도 했다. 

 

 

 

위 지도에서 빨간색 점이 태산이 있는 태안이다. 노란색 점들은 춘추전국시대 당시의 오나라 영역들 가운데에서 오늘날 널리 알려진 도시들을 표시한 것이다. 망오성적이라는 말은 태산에서 오나라를 본 자취라는 말이 아닌가?

 

망오(望吳)라는 말도 처음 들어본 말이어서 내가 찍어둔 사진을 보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고 고민을 했었는데 의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됐다.나는 대기원시보라는 신문을 일년동안 구독하고 있는 중이다.

 

얼굴도 잘 알지 못하는 고등학교 후배가 이 신문사를 경영한다면서 나에게 편지를 보내 구독하기를 권했다. 평소 중국에 관심이 있던차라 일년을 보기로 하고 구독을 하는 중인데 공교롭게도 오늘 아침에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던 것이다.

 

2012년 1월 4일에 발간된 신문의 7면에 "말() 세는 단위, 왜 필(匹)일까?" 라는 난에 그 정답이 들어있었다. 이제 소개해보기로 하자. 이야기의 출전(出典)은 한시외전이라고 한다. 한시외전(韓詩外傳)은 한(漢)나라 때 한영(韓嬰)이 지었다고 하는 책이다. 

 

공자가 자기의 수제자나 다름없는 안회(安回, 안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와 더불어 태산에 올랐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공자가 안회에게 소주(蘇州)의 창문(창門)이 보이느냐고 물었다. 창문은 서주 고성(古城)의 서쪽 문을 일컫는 말이다. '창'자는 '문 문(門)'자 안에 '창성할 창(昌)'자가 들어있는 글자인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서 한자로 나타낼 수가 없었다.

 

 

안회가 기력을 다해 살펴본 후 보인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공자가 다시 물었다. 문밖에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안회는 다시 한번 살펴본 뒤 "문 밖에 한 (匹)의 (練)이 있고 한 묶음의 생람(生藍)도 같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練)은 흰색의 명주를 말함이요 생람(生藍)은 이라는 식물을 의미하는 말이다.

 

공자가 껄껄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것은 한 필의 (練)이 아니라 한 필의 백마(白馬)가 풀을 뜯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자가 왜 필(匹)이라는 낱말로 말을 세느냐고 물었는데 안회는 거기까지는 모른다고 했단다. 결국 공자는 안회의 눈을 가리고 하산을 했는데 그 이후로 안회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버리고 이도 빠진 뒤 기력이 쇠하여 죽었다는 것이다.

 

망오성적이라는 말은 그런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장소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 이야기의 진실성 여부를 판단하라면 당연히 믿을 수 없다는데 한표를 던진다. 중국인들의 허풍이야 우리가 익히 아는바 아니던가?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어허허허허허허허허~~~~"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