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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태안에는 대묘가 있다 2

by 깜쌤 2011. 12. 26.

 

이라는 말을 한번 조사해보았더니 참으로 여러가지 한자(漢字)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흔히 쓰는 글자를 몇개 소개해보자.

 

1. 봉(鋒) : 칼끝을 나타내는 글자다.

2. 봉(縫) : 꿰맨다는 뜻이다.

3. 봉(棒) : 몽둥이

4. 봉(鳳) : 봉황새를 의미한다.

5. 봉(峰) : 산봉우리 봉자이다.

6. 봉(蜂) : 벌을 의미하는 말이다.

7. 봉(逢) : 맞이한다는 뜻이고...

8. 봉() : '봉할 봉'이라는 글자다.

 

이왕 조사하는 김에 두 글자만 더해보자.

 

9. 봉(捧) : 받들어모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0. 봉(蓬) : 쑥을 나타낸다.

 

이라는 글자 속에는 참으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DAUM 한자 사전을 가지고 조사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1. 봉하다 :  일정한 지역의 땅을 떼어주어 제후로 삼다.

2. 작위나 직품(職品)을 내려주다.

3. 아가리나 구멍을 막다.

4. 무덤을 만들다.

5. 단(壇)을 쌓다.  

 

 

그러면 봉자가 들어간 낱말의 사용례를 들어보자. 

 

1. 봉지(封地) - 제후가 천자(天子)로 받은 땅

2. 봉사(封祀) - 천자(天子)가 즉위했을때 산꼭대기에 흙을 쌓아 단(壇)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 지내던 의식

 

이제 내가 말하려는 의미가 거의 노출된 셈이다. 우리들은 대묘로 들어가기 전에 등장하는 태산제일행궁(泰山第一行宮)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그럼 바로 위의 사진을 보자. 중국인 아가씨들이 제단 앞에 서서 어떤 의식을 거행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산제일향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거대한 제단 앞이다.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신에게 무엇을 기원할때는 향을 쓴다. 지금 중국인들이 손에 들고 있는 향은 무지막지하게 크다고 여겨질 정도로 거대하다.

 

 

향을 꽂아둔 모습이 보이는가?

 

 

중국 아가씨들이 자기 키높이와 비슷한 크기의 향을 가지고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녀간이지 싶은 사람도 보이고 시어머니와 며느리라고 짐작되는 사람도 있었으며 모자간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보였다.

 

 

이제 향에다가 불을 붙인다. 불을 붙이면 향나무를 태울때 나오는 가녀린 연기가 올라오는 정도가 아니라 화염을 내뿜으며 타기 시작한다. 

 

 

무엇을 기원하기 위해 저렇게 큰 향을 태우며 비는 것일까? 일반 서민들의 기원이야 안봐도 알고 안물어봐도 알쪼다. 제단 좌우로는 채운 자물쇠가 수두룩하다.  

 

 

벽하신군에게 비는 것일까? 옥황상제에게 비는 것일까? 대형 도장 속에는 벽하(碧霞)라는 두 글자가 뚜렸했다.  

 

 

하늘로부터 자기가 인민을 다스릴 사람으로 임명받았다고 생각했던 초창기의 중국 황제들은 자기 자신을 낮추어서 천자(天子)라고 했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고 여겼던 중국의 황제들에게는 그런 작은 겸손아닌 겸손이라도 존재했다.

 

하지만 작은 섬나라를 통치하는 주제에 천황(天皇)이라고 이름붙여 떠받들며 꼴사나운 오도방정을 떠는 저 물건너 섬나라 지도자들과 백성들은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섬이 아닌 대륙을 다스렸던 천자도 인간이었던지라 하늘에 자기가 소원하는 바를 기원하는 의식을 올렸던 것만은 사실이다. 천자가 산천을 다스리는 신과 하늘의 신에게 무엇인가를 기원하고 소원을 고하는 의식을 가졌었는데 그 장소가 바로 이 부근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거룩한 의식을 치루었던 장소도 이제는 일반인들까지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자기 소원을 빌며 간단한 의식을 행할 수 있는 곳으로 변했지만 한때는 황제가 제사를 지내던 전용공간이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장소가 바로 대묘(垈廟)인데 태안(泰安) 시내 한가운데에 있다. 우리는 지금 대묘 앞에 와 있는 것이다. 태안에 와서 대묘를 안보는 것은 앙꼬를 빼놓고 찐빵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 오후에는 대묘 하나만 자세히 보려고 한다.   

 

 

이제 용어 하나를 더 정리하고 넘어가자. 일반인들이 지내는 제사는 그냥 제사다. 하지만 황제가 자기의 소원과 간구를 신에게 고하고 제사를 드리는 행위는 제사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 의식은 봉선(封禪)이라고 했다.

 

  

봉에 관한 설명은 앞에서 구구절절이 읊었으니 새롭게 언급할 필요가 없다. (封)이라는 것은 '태산의 꼭대기에 올라 흙을 돋우어 단을 만들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대묘 북쪽에 태산이 떡 버티고 있다. 나중에 사진으로 설명해드린다.

 

 

선(禪)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禪)이라는 글자는 고요함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고 봉선을 의미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참선(參禪)이라고 할때의 선이라는 말의 의미는 잠시 제쳐두기로 하자.

 

 

여기에서 말하는 선(禪)은 산천의 신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말이다. '봉'이 하늘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라면 '선'은 땅의 신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봉선'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삼국지를 많이 읽은 사람들은 봉선이라는 낱말을 들으면 제일 먼저 양아버지를 두명이나 죽였던 방천화극의 명수인 여포를 생각할 수도 있겠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애잔한 아름다움을 주는 봉선화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봉선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는 슬금슬금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것은 누구의 형상일까?

 

 

청년 한사람이 청동기 시대의 의식용 솥(鼎 정)을 흉내낸 모조 솥에다가 푸른 물감을 칠하고 있었다.

 

 

저렇게 해놓으면 어설픈 관광객들은 동전을 던져넣을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수입을 올릴터이고.....

 

 

인간의 심사가 거의 그렇지 않던가?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공간을 빠져나오자 비로소 거대한 담벼락이 앞을 막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다. 저곳이 대묘의 입구다. 태산을 다른 이름으로 대산(垈山)이라고도 한다. 그러니 대묘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