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를 나온 나는 교육지원청을 향해 걸었다.
향교부근에는 군청이 자리잡고 있었다. 산기슭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내려다보는 청송읍의 경치는 아담하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교회의 뾰족탑이 중소도시의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아마 청송제일교회이리라.
읍내가 작아서 그런지 중요시설들이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나는 교육지원청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천천히 걸어 올랐다.
관청 가운데 교육지원청(=예전의 교육청)은 어딜가나 조금 수수한 편에 속한다. 나는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가진 것이 얼마 안되는데도 괜히 목에 힘주는 것보다 약간 겸손하고 다소곳하며 자기를 낮추는 자세는 얼마나 보기에 아름답던가?
마당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번에는 청송읍의 외곽지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용전천이 흘러나가는 모습까지 다 보였다. 어지간한 시골 읍내에서도 아파트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신기한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구내에는 멋진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교육지원청사 부지안에 도서관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 아니던가?
청송에 뿌리를 박고 산 성씨들 가운데 청송 심씨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친 것으로 기억한다. 조선시대 왕비들 가운데 청송 심씨가 제법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대왕의 부인이 되는 소헌왕비도 청송심씨다.
나는 교육자로 평생을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좀더 깊이 있는 학문을 연구하며 살아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헛된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내가 가진 자질이 부족하기도 했거니와 노력도 많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평생 도서관에 살면서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것이 꿈이긴 했는데.....
나는 교육지원청의 어른들을 만나 뵙고나서 강의실에 들어가서 준비를 해두었다.
강의준비는 아주 간단하다.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외장 하드에만도 사진이 약 15만장 정도 들어있는데다가 내가 써놓은 원고와 확보한 동영상이 무한정이니 이야기를 할 시간이 부족한게 오히려 흠이라고 해야겠다.
나는 한시간의 강의를 끝내고 안동으로 나가기 위해 청송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청송에서 진보로 나가는 빨간색 시내버스로 진보까지 가서는 곧이어 안동으로 나가는 직행버스로 옮겨탔다.
버스가 계곡에 걸린 다리 위를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쪽 차창으로 임하호가 나타났다.
이쪽으로는 지난 여름에 자전거로 달려본 곳이다.
눈에 익은 경치가 나타나기도 했다.
건너편이 수곡리같다.
나는 새삼스레 지난 여름의 일들이 그리워졌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이어서 그런지 조금 흐릿하다.
호수 물색은 그대로였다.
골짜기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든 물길이 진정 아름답기만 했다. 안동 용상에서 내린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안동역으로 향했다.
기차역 부근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그런 뒤 오후 5시 반에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은 예전부터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간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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