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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은 아름다웠다 4 - 향교

by 깜쌤 2011. 12. 20.

 

담장 끝머리에 향교 입구가 보였다.

 

 

향교를 만나보는 것도 참 오랫만이다. 이쪽은 배향공간인가 보다.

 

 

그 동안 서원을 조금씩 둘러보았기 때문에 서원의 구조는 이제 대강 머리속에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향교를 들러보는 것은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궁금증이 더했다.

 

 

입구에 보이는 2층 누각이 정아루(菁莪樓)이다. 이라는 글자는 '청'이라고 읽어도 되고 정으로 읽어도 된다. '우거지다'라는 의미로는 청이고 순무를 나타날때는 정이다. 어떤 곳에서는 청아루로 나왔지만 현지의 안내문에는 정아루로 나타나있으므로 정아루라고 읽어주기로 하자.

 

 

쑥을 나타내는 한자말이다. 결국 菁莪 (정아)는 순무와 쑥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글자 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의미는 '인재를 길러낸다'는 뜻을 가진다는 사실을 한자사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저 사람은 모르면 배워야 한다.

 

 

건물에 칠한 단청이 아주 아름다웠다. 좀 벗겨지긴 했지만 말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명륜당이다.

 

 

나는 누각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청송향교의 역사에 대해서는 안내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향교의 역사를 잘모르면서 아는 척하기가 뭣해서 그러는 것이다.

 

 

건물 배치가 일반적인 서원과 비슷했다.

 

 

정아루에 올라보았더니 청송읍내의 대략적인 건물배치가 눈에 들어왔다.

 

 

대청바닥에는 무말랭이가 건조되어 가고 있었다.

 

 

초겨울 햇살이 마루 안쪽으로 깊숙히 파고 들고 있었다.

 

 

대들보와 서까래의 굵기가 굉장했다.

 

 

명륜당을 중심으로 동재와 서재 건물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동재 뒤에 보이는 건물은 주사이리라. 관리인의 집을 주사라고 한다.

 

 

 

건물 전체의 분위기는 단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말랭이로 담근 오그락지 곤짠지는 훌륭한 겨울철 반찬이다.

 

 

조선시대에 향교는 양반자제의 교육뿐만 아니라 일반 양민들의 교화기능까지 겸하고 있었으므로 학문을 가르치는 교관과 배우는 학생들이 있었다. 물론 유학을 중심으로 하는 학문을 가르쳤다. 교관 한명이 학생 약 서른명 정도를 가르쳤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반 백성의 자제들이 유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점차 사라지고 만다.

 

 

교육과 벼슬(=권력)과 부를 특정계층이 독점하는 순간부터 사회는 불만과 불안에 휩싸이고 마는 법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가 다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최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가서 학위를 딴 교육자가 수도에서 벌이는 해괴한 논리가 버젓이 먹혀드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기도 하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어느 정도의 적당한 위선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육자에게는 그게 너무 지나치면 곤란한 법이다. 나는 요즘들어 나 자신도 사이비 교육자가 아닌가 싶어 자주 반성을 한다. 이상한 논리로 무장하고 나서는 그런 교육자들이 과연 교()와 교()라는 글자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알기나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골학교에서 반평생을 살아왔으니 가진게 없어서 헐벗은 일반 서민들의 슬픔과 서글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를 하고 있기에 해보는 소리였다. 물론 나 자신도 그런 계층의 사람이기도 하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향교 마당에는 역사의 흔적만 가득 남아 있었다. 교육입국(敎育立國)의 숭고한 정신은 이미 다 사라지고 곡학아세(曲學阿世)와 아전인수(我田引水)에는 머리가 기막히게 돌아가는 사이비 교육자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나도 그런 부류 가운데 하나이겠지만......

 

 

 

나는 돌아섰다. 이젠 강의를 하러 갈 시간이 다 되어간다.

 

 

배향중심의 공간은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이런 단아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내가 추구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한옥으로 된 아름다운 공간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내부를 현대식으로 손보아서 대안학교를 하나 해볼 수도 있겠다. 나는 헛된 공상을 하며 청송향교를 벗어났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