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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딸아이를 보내고....

by 깜쌤 2011. 11. 20.

 

 

나도 예전에 남의 집 귀한 아가씨를 데리고 왔었으니 이제는 저도 딸아이를 남의 집에 보내드리는 것이 인간사 도리일 것입니다. 남들은 섭섭하지 않느냐고 축하겸 위로를 해주시기도 합니다만 글쎄요......  

 

부모로서의 할일 가운데 하나를 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새로운 아들 하나를 얻었다는 반가움이 교차하기도 했습니다. 자식을 출가시키는 것이 큰일이라면 큰일이지만 큰 어려움과 부담없이 무사히 일을 잘 마친것도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축하를 해주시기 위해 바쁜 세상살이 속에서도 틈을 내어 찾아주신 많은 하객분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나도 남의 잔치에 자주 찾아다니는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한사람이지만 그렇게 많은 축하객들이 오실 줄은 정말 미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남에게 폐를 끼쳐드린다 싶어서 제가 섬기는 교회에는 딱 세군데만 청첩장을 보내드렸습니다. 담임목사님과 주례를 맡아주실 부목사님 한분, 그리고 주일예배전에 나누어 드리는 주보에 광고를 실어주실 주보담당 목사님, 이렇게 세분에게만 청첩장을 드렸던 것이죠.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분들께도 누가 될까 싶어서 일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학부모님들도 모르도록 했었고 학교에는 친목회장님과 학교장께만 청첩장을 드렸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두분 여선생님께 직접 찾아가서 전해드린 것은 제가 존경하는 여선생님들 바깥어른들의 주소를 몰라서 직접 전해달라는 의미에서 드린 것밖에 없었습니다.

 

 

 

오래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에게 초대장이나 청첩장을 보내주셨거나 제가 직접 찾아뵌 분이 아니면 가급적이면 청첩장 발송을 자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때 같이 근무를 했던 분들에게도 일부 청첩장을 보냈습니다만 참으로 낯이 간지러워 혼이 났습니다.

 

나는 축하금이나 부조금같은 것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남이 초청해주는 것은 정말 반가워서 어지간하면 찾아가뵈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내가 남에게 부조한만큼 악착같이 받아내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같이 늙어가는 제자들이 찾아와준 것이 저에게는 참으로 의미깊은 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아무에게도 연락한 사실이 없는데 찾아와 준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교회를 섬기는 제자가 자기 동기들에게 연락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참으로 고맙기만 했습니다. 이류는 커녕 삼류조차 안되는 어설픈 선생을 제자들이 기억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딸아이의 제자들이 멀리서 찾아와서 축가를 불러준 것도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아기자기한 선물 보따리를 정성껏 준비해와서 전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축가를 연습해서 예쁜 모습으로 불러준 것이 얼마나 보기좋았는지 모릅니다. 딸아이에게는 출근하게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꼭 그에 대한 보답을 하라고 신신당부를 해두었습니다. 

 

좋은 분들과 가연(佳緣)을 맺게 된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것이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글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어서 함부로 이야기 하기가 무엇하므로 이정도로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가 우스개소리로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해야하는 것이 딸이라고 합디다만 그렇게 해도 좋으니 그저 행복하게 잘 살아나갔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신혼부부들뿐만 아니라 전체 부부들이 선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살아나가기를 빌어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