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삶의 무게에 눌려 지치다

by 깜쌤 2011. 10. 30.

 

 그나마 금요일에 일이 생긴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시간표가 묘하게 짜여져 금요일에는 두시간만 수업을 하면 되었습니다.

 

 

 선생은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직업입니다. 아이들 때문이죠. 담임선생이 없으면 아이들의 생활 리듬이 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도 단번에 차질이 생깁니다.  

 

 

 

 휴가 사용도 그렇습니다. 정 급하면 휴가를 얻을 수 있지만 어지간하면 모든 개인적인 일처리는 방학때로 미루어둡니다. 오늘은 오후에 한시간만 수업보충이 이루어지면 되므로 조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봅니다.

 

 

 자당께서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는 드디어 올일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녁 기차를 타고 올라가도 되지만 그럴 경우 토요일 수업을 위해서는 새벽에 차를 타야하고, 그렇게 해서 집에 돌아오면 새벽 4시가 될 것입니다.

 

 

 지난 3주일간은 감기 몸살에 시달렸습니다. 과로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드디어 아프기 시작한 것이죠.

 

 

 처음에는 몸살로 시작하더니 이내 지독한 감기가 겹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일과 다른 일때문에 쉴틈이 없었다는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사실 내 생활의 패턴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하는게 맞지 싶습니다. 워낙 빠듯하게 시간에 매여있으니 몸이 견뎌날 수가 없었던가 봅니다.

 

 

 

 창밖을 보았더니 <몽실언니>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이 사셨던 조탑마을을 멀리 두고 기차가 달리는듯 합니다.

 

 

 권정생 선생은 지독할 정도로 검소하게 사시면서도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 물려주고 떠나신 어른입니다. 나같은 어리바리한 인간은 그런 어른들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못되지만 마음만은 철저히 본받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살이 일에 매여 조퇴를 했으니 참으로 모순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들판에는 가을이 가득했습니다.

 

 

 젊은 시절을 너무 어리석게 보냈던 사람인지라 지난 일을 생각하면 후회스러움뿐입니다.

 

 

 그런 나를 붙들어주고 힘이 되어준 벗과 자당의 은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돌아가실 경우에는 꼭 가봐야한다고 마음먹고 있었던 곳 중의 하나가 오늘같은 경우입니다.

 

 

자당의 그 너른 마음씨와 정결한 모습은 제가 평소에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던 어머니상이었습니다.

 

 

 잘 계산해보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따가 돌아올때는 안동에 잠시 내려서 볼일을 봐야합니다.

 

 

 객차에 그려진 퇴계선생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성씨가 다르니 퇴계선생과 나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았는데 살다보니 어떤 연관성이 맺어집니다. 그래서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가 봅니다.

 

 

 안동역을 지났습니다.

 

 

 안동댐밑에 만들어진 보조댐으로 인해 생긴 호수가 골짜기로 파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맑은 물이 흐르는 내성천 일부가 물에 잠겨야 하는 현실도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부근에 영주댐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깁니다. 저 산자락 끝에는 댐공사가 한창입니다. 모든 것이 사라져가고 물에 잠기고 파헤쳐지고......

 

 

깨끗한 모래위를 흐르는 맑은 물을 볼 날이 얼마남지 않은것 같아서 마음이 아려옵니다.

 

 

나는 일단 영주역에 내렸습니다.

 

 

20분을 기다리면 풍기로 가는 기차를 갈아탈 수 있었기에 역 광장에 나와 잠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경북선 열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시 청량리행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나갔습니다.

 

 

감기몸살로 인해 몸이 괴로웠지만 참아야 했습니다.

 

 

 

풍기역에 내려서는 병원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소백산자락의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인삼이라는 특용작물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입니다.

 

 

 

사방에 인삼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상주를 만나 깊은 애도를 표하고 돌아섰습니다. 마음이 왜 그런지 너무 허허롭습니다.

 

 

풍기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안동에서 하차했습니다. 또 한가지 볼일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5시 반에 안동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오니 거의 밤 8시가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나날들이 이어지니 몸이 나아질 날이 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