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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옛사랑때문에 인생을 망치다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그리고 대부

by 깜쌤 2011. 10. 28.

풋사랑, 첫사랑, 옛사랑, 짝사랑.....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질 사람도 제법 있지 싶다. 사랑에 얽힌 이야기는 너무나 많아서 머리가 흔들릴 정도다. 오죽하면 어느 가수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라는둥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고 하며 사랑을 원망하는듯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두고 괴로워하다가 하나뿐인 목숨을 끊는 사람이 생기는가 하면 가버린 옛사랑을 그리워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일도 제법 많았다.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와 결혼하기로 약속한 처녀 로테를 짝사랑하다가 결국은 권총자살로 인생을 끝장냈고, 남의 여자를 밝히고 다니던 서문경은 무대의 부인 반금련과 불륜을 저지르다가 무대의 동생인 무송에게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도했다.

 

 

오늘 이야기를 꺼내는 오페라도 그런 종류의 사건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섬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balleria Rusticana)"에 관한 이야기이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카발레리아라는 말은 전쟁터에서 싸우는 기사를 의미한다. 루스티카나는 시골뜨기를 나타내는 말이니 대강 그 의미가 짐작되지 싶다.

 

투리뚜는 평범하게 살던 시골남자였다. 그가 군대에 가기 전에 약혼까지 하며 장래를 함께 하기로 했던 로라를 잊지 못하는데서 처절한 비극을 불러 일으킨다. 제대를 하고 집에 와보니 로라는 다른 남자 알피오에게 시집을 간 뒤였다. 화가 치밀어오른 투리뚜는 산투짜라는 아가씨와 가까이하게 된다. 마치 우리나라의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처럼 말이다.

 

 

로라의 남편이 집을 피운 틈을 타서 그녀를 만나 밤을 함께 보낸 투리뚜의 모습을 산투짜가 부활절 새벽에 우연히 보게 된다. 로라의 남편 알피오는 일터에서 돌아오다가 투리뚜를 만나게 된다. 그날, 산투짜와 투리뚜는 다투게 되고 화가 치밀어오른 산투짜는 알피오에게 그의 아내인 로라의 정숙하지 못한 행동을 이야기해주게 된다.

 

투리뚜와 다투고 난 뒤 허탈해진 산투짜가 광장 한구석에 남겨져 있을때 지금 들리는 이 아름다운 간주곡이 은은하게 울려펴진다. 정말 아름다운 곡이다. 나는 이 간주곡(Intermezzo)을 자주 듣는다. 어설프나마 자그마한 내 서재의 1인용 소파에 조용히 기대어 앉아 음악을 듣는 것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대부(Godfather) 3부작은 너무나 유명한 걸작 영화이다. 마피아의 대부로 이름을 날렸던 돈 코를레오네 가문의 이야기를 유장하게 풀어나간 명작 영화인데 3부 마지막 장면 몇분동안 오페라에 등장하는 간주곡이 흘러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부로 등극한 마이클 코를레오네(알 파치노 분)가 딸의 죽음을 보며 절규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때 뒤에 깔리는 음악은 또 어떻던가? 시칠리아 출신 사람들이 만든 범죄조직 이야기에 시칠리아 시골뜨기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골라서 쓴 기막힌 재치와 간주곡이 엮어내는 비장한 분위기는 절묘하기 그지없는 조화로움이 되어 영화를 빛냈다.   

 

 

다시 오페라로 돌아가자. 지나치게 마신 포도주에 취한 투리뚜는 광장에서 로라의 남편 알피오의 귀를 물어뜯게 되고 둘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게 된다. 상대방의 귀를 물어뜯는 행동은 사생결단의 결투를 의미했던 것이다. 결과는 비극적이다. 투리뚜는 로라의 남편 알피오에게 죽음을 당하고 만다. 투리뚜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마지막 장면 구성과 닮았다.  

 

 

지난 10월 22일 토요일,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는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Caballeria Rusticana>의 공연이 있었다. 감기와 몸살로 인해 몸이 파김치가 될 정도로 축 늘어진 상태였지만 대구까지 가서 4시간짜리 강연을 하고 돌아왔다. 오페라를 관람하기로 미리 약속해놓은 처지라 몸이 아픈 것도 무릅쓰고 기어이 야간외출을 했다. 음악이 주는 감동에 몸의 피로를 맡겨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원작소설을 쓴 사람은 조반니 베르가라고 한다. 오페라 작곡자는 1945년에 죽은 피에트로 마스카니이다. 이탈리아의 독재자였던 무솔리니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노년을 비참하게 보낸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대부 시리즈를 만들었던 영화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할아버지가 작곡자인 피에트로 마스카니라는 말이 있는데.........

 

 

 대부 3편의 줄거리를 알고 이 음악을 들으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3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장황하게 쓰기가 뭣해서 위키백과에서 줄거리 전체를 인용해왔다.

 

쿠바혁명으로 인해 쿠바에서의 사업이 실패하자 마이클(아버지의 뒤를 이은 두번째 대부)은 다시 근거지를 뉴욕으로 이전한다. 조직의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던 마이클은 표면적인 자선 사업으로 교황에게 표창을 받고, 전 부인 케이 애덤스와 두 자녀 안소니와 매리와도 재회한다.

 

아들 안소니 코를레오네가 마이클의 마피아 사업 참여를 부정하고, 성악가의 길을 걷자 늙은 마이클은 후계자를 물색한다. 그 사이 유럽 최대 기업 이모빌레아리(Immobiliare)의 인수 절차를 밟게 된 마이클은 인수 과정에서 신흥 경쟁 세력들의 도전을 받게 되고, 암살 기도까지 받게 된다.

 

 

그 혼란 속에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죄들로 고통 받던 마이클은 자신의 조직을 형이 외도로 낳은 아들 빈센트 만시니 코를레오네(Vincent Mancini-Corleone)에게 넘기고 은퇴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쟁 세력들과의 투쟁으로 마이클은 결국 자신을 노린 총격으로 딸 매리 코를레오네를 잃게 되고, 이로서 마이클은 다른 가족들과도 단절된 채 아버지의 고향 시칠리아섬 코를레오네 마을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이한다.

 

딸 매리를 잃을때 이 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는 것이다.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대부 영화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