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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by 깜쌤 2011. 9. 18.

 

오늘을 꼭 큰놈으로 한 수(首)정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열심히 찾아가보지만 돌아올땐 빈손으로 올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기억하는 붕어낚시였다. 저수지를 보면서 대물 붕어나 잉어가 어디쯤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까하는 식으로 생각이 든다면 이미 벌써 중독자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중독자였다. 좋은 말로 하자면 낚시 매니아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낚시의 매력은 손맛에 있다. 이른아침 저수지의 갈대숲 속에 앉아있을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미끼를 문 붕어가 끌려나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힘씀씀이가 낚시줄을 통해 낚시대로 전해오는 감촉이었다.

 

붕어의 크기가 20센티미터만 넘어도 일단 묵직한 중량감이 전해져 왔다. 낚시줄이 어디엔가 걸린듯한 느낌 뒤에 대끝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휘어지는 그 시각적인 멋과 손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 맛을 느끼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저수지를 향해 달렸던 날들이 어제일 같다.   

 

 

직장이라고 처음 발령을 받아 간 학교 부근에 아담한 저수지가 두개나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가르친 반 아이중에 유달리 낚시를 잘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통해 기본을 배운뒤에는 책을 사서 기초를 익혔다. 나중에는 경주 부근의 저수지 정보를 담은 책까지 구해서 섭렵하기 시작했다.

 

 

시간만 나면 저수지로 쫒아가서 낚시대를 담그었다. 나중에는 새벽에도 쫒아갔으며 심지어 저수지로 퇴근을 하기도 했다. 수초가 적당하게 깔려있는 저수지를 보면 그렇게 보낸 날들을 떠올리게 된다.

 

 

결혼 뒤에도 낚시를 즐길만한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낚싯대를 챙겨서 저수지로 달려갔던 날들이 그리워진다. 다행히 아내가 매운탕을 좋아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더라면 그대로 쫒겨날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는 바다낚시에도 도전해보았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싶어서 그쪽은 아예 미련없이 손을 털었다.  

 

 

시골교회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수지 부근에서 차를 잠시 멈추게 되었다. 낚시하는 분들의 여유가 부러워진다. 강태공들의 꿈은 단순하다. 시간과 세월을 낚는다는 분들은 도가 터진 분들이고 대부분은 낚시꾼은 팽팽거리는 소리와 함께 낚시줄이 마구 요동치도록 만드는 대물을 걸어보는게 꿈이 아닐까 싶다. 낚시의 매력에 홀려 새벽낚시를 갔다가 호수에 빠져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 아내에게는 비밀로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추억이다. 

 

 

 

오염되지 않은 저수지를 찾기가 어려워진 요즘, 맑은 물이 가득찬 저수지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물가에 잠시 앉아서 쉬어보았으면 좋겠다. 고기야 못잡으면 어떠랴? 집사람 보기에 미안하면 시장에 가서 붕어 서너마리만 사들고 들어가도 될일이지만 그게 어디 그렇던가? 이제는 물고기 마리수가 문제가 아니다. 그냥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낚시의 매력을 잊어버린지가 벌써 20여년이 넘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