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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맹자의 고향을 찾아나서다 2 - 더티 폴리스

by 깜쌤 2011. 11. 17.

 

공자의 고향인 곡부에서 맹자의 고향인 추성까지의 거리는 약 25킬로미터 정도이다. 중국대륙에서 보자면 이정도의 거리는 이웃 마을이나 마찬가지다. 시외버스도 자주있는 편이고 차비도 7원정도면 갈 수 있다. 우리돈으로 치자면 1200원 정도이다.

 

 

우리가 타고가는 버스는 대형버스가 아닌 봉고보다 약간 큰 미니버스였다. 현대식으로 잘 지은 곡부 터미널을 나온 버스는 쫙 뻗은 6차선 도로를 달려 앞으로 잘 나가는가 싶었는데 300미터도 못갔을때 뒤따라온 경찰이 탄 차로부터 정지신호를 받고 길가에 정지했다.

 

경찰차는 경광등을 단 공식적인 순찰차는 아니고 경찰복장을 한 사람이 탄 흰색 승용차였다. 운전기사가 경찰이 탄 차 뒤에 버스를 세우자 경찰 복장을 한 녀석이 올라오더니 아무 말없이 버스 앞면 제일 오른쪽에 끼워둔 목적지표시판을 꺼내들고 내려버리는게 아닌가?

 

'으흠, 요것들 잘 걸렸다' 싶었다. 나는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앞에 세워둔 차를 뒤에서 찍으려다 혹시 문제가 되었을 경우 나와 운전기사가 당할 피해를 생각해서 차량 번호를 메모했다. 그런 것을 보면 나도 제법 비겁한 인간이다.

 

물론 이런 경우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모른체 한다. 그게 오랫동안 관료조직과 군대에게 착취당하며 살아온 중국인들이 자기들 땅에서 생존을 위해 터득한 눈물겨운 처세술이리라. 내가 메모해둔 경찰차 번호가 바로 아래 사진에 나타나있다.

 

  

물론 '노'라는 글씨는 한자이다. 노나라 로(魯 혹은 )자로 표시되어 있었다. 산동성을 나타내는 글자는 노(魯)이다. 산동성에 존재했던 나라로서 널리 알려진 이름은 노(魯)와 나라라는 사실은 상식 아니던가? 

 

(魯)나라는 기원전 1042년에 주나라 무왕의 아우 주공 단의 아들 백금이 세워 봉건제후국으로 출발했다가 기원전 256년에 망한 나라이다. 주나라 입장에서는  아주 가까운 친척 국가가 되는 셈인데 결정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공자가 이 나라 출신이라는 사실때문이다.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메모지 가운데 제일 오른쪽 그림은 차량이 생산된 회사의 마크이다. 어떤 회사인지 잘몰라서 그림으로 슬쩍 그려두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황당해진 기사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차 안의 중국인들은 불평한마디 없이 가만히 기다리면서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경찰이 탄 차가 사거리의 오른쪽으로 돌아서 사라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물론 그들은 친절하게도 우회전 깜빡이를 켜서 자기들의 위치와 행선지를 알려주는 더러운 친절을 베풀었다. 틀림없이 모퉁이서 숨어서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나오더니 좌회전을 해서 터미널 방향으로 사라지는게 아닌가? 

 

곧 이어 운전기사는 차를 돌려 터미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터미널로 들어가는 입구 맞은편 작은 이면도로에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차를 세우고 내려가서는 두사람이 탄 차에 접근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자는 사복차림이었고 오른쪽 좌석에 앉아있는 자는 경찰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일지 비슷한 서류를 경찰관 복장을 한 자(者)에게 보여주었고 마침내 행선지를 쓴 판을 받아나왔다. 나는 혹시 돈을 건네주는가 싶어서 유심히 살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아마 계산은 버스 회사가 알아서 할 것이다. 이제 그 정도는 상식이다. 현장에서 돈을 주고받다가 걸리면 서로에게 문제가 생기니 그런 식으로 거래할 것이다. 모두들 휴대전화나 디카를 가지고 다니는 세상이니 현장을 찍히면 꼼짝못하기 때문에 생긴 신종 수법일 것이다. 

 

우리가 탄버스의 기사는 얼굴이 벌개진채로 올라타더니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출발했다. 곡부를 벗어나서는 도로가에 차를 세우더니 함께 출발한 차장이 내리고 다른 차장이 올라타면서 자연스럽게 차장 교체가 이루어졌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분명한 것은 돌아올때도 그런 식으로 차장 교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완장>이라는 소설이 있다. 윤흥길님이 쓴 소설이다. 작은 권력나부랭이라도 손에 쥐면 그것을 무기로 해서 횡포를 부리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멋지게 묘사한 소설이다. 후진국 공무원들이 부리는 횡포가 꼭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장의 사진이다. 겉보기에는 경찰차같은데 중국 공안당국은 경찰이 아니고 인민법원차량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차량 번호판 제일 앞에 있는 글자는 민(閩)이라는 글자다. 閩은 양자강 훨씬 남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복건성을 나타내는 한자이다.

 

사진에 나타난 사건이 터진 곳은 복건성 남평이라는 도시이다. 이 한장의 사진이 바로 중국 공안과 관료들의 횡포를 웅변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공안인지 인민법원직원인지 구별은 되지 않지만 자세로 보아서는 편하게 누워서 구두를 닦는 모양이다. 

 

 

우리가 탄 버스는 곧게 뻗은 도로를 달려 나갔다. 비가 오는 날도 아니었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구름이 끼어서 그런게 아니다. 매연이다. 이게 중국에서는 정상적인 날씨다. 

 

 

여기서부터가 맹자의 고향인 추성(鄒城)이 되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이부근을 라고 했던 모양이다. 춘추전국시대때에는추현을 중심으로 추나라가 존재했다고 하니 제법 역사가 오랜 지방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드디어 맹자가 나고 자란 고향 땅에 온 것이다.

 

 

 

 

 

어리

버리